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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묵시 소원 七年 요괴어사 첫 번째 임무 해치 비형랑의 후예 명당 짝 연리도 작가의 말 『요괴어사 2 : 각성』 무령의 재판 인신공양 광탈 송장벌레 백원 불가사리 해치의 뿔 수라 인당수 |
저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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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임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이 손에 쥐고 있던 아이와 심장이 뜻하는 글자를 조합해 보았다. “여인女과 어린아이夭, 그리고 심장心. 흙 묻은 손은 힘쓸 골?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妖怪. --- p.10 그날 밤, 정조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간 겪은 일들을 반추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었다. ‘내 만 개의 물을 비추는 달빛이 되어 이 땅의 모든 백성을 굽어살피리라 다짐했건만, 어찌 원통하게 죽어 떠도는 망자들은 생각지 못했는고. 그들 또한 나의 백성이요,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처지인 것을. 하지만 어찌해야…….’ 고민은 잠깐이었다. 모든 답은 이미 꿈속에 있었다. 괴이한 여인의 손에 쥐여 있던 아이는 ‘나’가 아니라, ‘우리’를 찾으라 했다. --- p.27 그렇게 다양한 이들을 모아, 국사당 옆에 결계를 치고 왕의 비호 아래 그들을 비밀리에 양성했다. 훗날,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은 그들을 ‘요괴어사’라 불렀다. --- p.32 그 순간, 두 개의 점 같은 것이 일렁이더니 부리부리한 눈으로 변했다. 곧이어 드러난 얼굴은 감히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었다. 넓은 이마 한가운데에 검붉은 반점이 찍혀 있었고 코에는 흰 수염이 너울졌다.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난 입에서 뿜어내는 거센 기운에 몸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여름날 먹구름 같은 갈기, 호랑이 같은 몸통과 대검보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발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파도 사이를 뚫고 내려온 짐승은 집채만큼이나 컸고 안개 같은 입김을 뿜으며 천둥 치는 소리로 말했다. “거짓을 고하는 자, 누구인가!” --- p.96 커다란 물방울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광탈을 감쌌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금줄을 잡아 빠르게 도약했다. 백원은 강철의 옆구리에 청룡언월도를 박아 넣더니 길게 그으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청룡언월도의 궤적을 따라 강철의 몸이 갈라지더니 벌어진 상처에서 시퍼런 불꽃이 피어올랐다. 강철이 괴로워하며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러 댔다. “크아악!” 괴성을 지르는 틈을 타서 광탈이 요괴의 입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였다. 벼리의 등에 매달려 있던 칠지도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놀란 벼리가 화급히 칠지도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고통에 몸부림치던 강철이 금줄에 발이 묶여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 p.216 “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지붕을 뒤덮고 있던 까만 실타래가 서서히 갈라지더니 세 개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전에는 무령보다 더한 미인이었건만, 홍련은 삼두구미가 되어 끔찍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섯 개의 눈이 동시에 어사대를 바라보며 세 개의 입이 번갈아 말했다. “이놈만 데리고 갈 테니, 방해하지 마! 얘는 내가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범인이거든.” 그러더니 홍련은 채찍 같은 꼬리를 세워 지붕을 뜯어내고는 안에 갇혀 있던 남자를 끄집어냈다. 꼬리에 칭칭 감긴 채 공중에서 몸부림치는 사내를 보고 광탈은 말까지 더듬었다. --- p.385 『요괴어사 2 : 각성』 아무리 재판이라지만 끔찍한 놈들과 마주하고, 숨겼던 과거까지 낱낱이 까발려지다니. 백원으로서는 그녀의 참담한 심경을 차마 헤아릴 수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씹어 삼키며, 백원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무령, 버텨라!” 그는 끊임없이 이 말을 되뇌며 달렸다. --- p.12 정임은 땅에 앉은 채 떨고 있는 은지를 보고는 품에 차고 있던 무언가를 풀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노리개가 달린 향낭이었다. 한눈에 봐도 정교하게 세공된 것이 무척 귀해 보였다.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향낭 사이로 검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모양보다 은지를 자극한 것은 향이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서 나던 특유의 냄새였기 때문이다. 정임은 향낭을 은지의 보따리에 찔러 넣어 주며 말했다. “이 향낭은 어미가 한 집안을 꾸려 온 비결이자 힘이다. 너를 지켜 줄 것이야.” --- p.48 “혼자 애쓰지 말고 나누거라. 못하면 다그치고 꾸짖는 것도 주저하지 말아야 진정한 대장이란다.” 잘못하는 부하들을 꾸짖는 것이 대장의 자격임을 설명하는 정조는 정작 잘못을 뉘우치는 자신의 부하는 다그치지 않았다. 항상 그랬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실망시켜도 정조는 한 번도 자신들을 꾸중하거나 나무란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다정한 위로와 가슴 벅찬 응원만 해 줄 뿐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임을 벼리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다. --- p.168 “막무가내로 조르는 게 아닙니다. 만약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해치님께서 수라와의 전투 중 잃으신 뿔의 행방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괜히 송장벌레겠습니까? 수많은 사체를 다루면서 죽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워들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치가 벌레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뿜어내는 허연 입김에 주변이 하얗게 얼어 버렸다. --- p.194 순간 찰나의 궤적을 따라 청룡언월도가 땅 위로 떨어졌는데, 검기가 수직으로 내리꽂히자, 굉음과 함께 천지가 흔들렸다. 콰광!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백동수는 사방으로 튀는 연무장 바닥의 파편을 피하며 가득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이윽고 불어온 바람이 누런 장막을 걷어 내며 드러난 광경을 본 그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날카로운 번개가 지나간 것처럼 거대한 연무장 바닥은 두 동강이 나 있었고, 그 끝에는 백원이 서 있었다. --- p.240 한동안 침묵 끝에 해치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뿔도 소멸되지 않습니다. 1000년 전, 수라와의 전투에서 잃었던 뿔을 다시 찾으러 가고 싶습니다. 이승이든 저승이든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겁니다.” 순간 정조는 제 눈을 의심했다. 해치의 얼굴은 장난기와 건방기로 잘 빚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진정성을 본 것이었다. 정조가 되물었다. “뿔을 찾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p.253 “요, 용왕님이 사라지셨습니다.” “뭐라?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왜 말이 안 됩니까. 사람도 지저분하면 자리를 옮기는데……. 용왕님께서 바다를 버리셨습니다.” 무당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이를 어쩌나. 우린 이제 다 죽었네, 다 죽었어.” 사람들은 그녀가 비척거리며 신당으로 들어가는 걸 눈으로 좇을 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당은 그날로 머리를 싸매고 누웠고, 마을은 더 큰 공포에 잠겼다. --- p.354 |
『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구하라.”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에게 괴이한 일들이 펼쳐진다. 꿈속에 나타난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 ‘망자천도(亡者薦度)’!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정조의 가슴은 미지에 대한 확신으로 벅차오른다. ‘억울한 원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고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내리는 조직을 꾸리자.’ 그렇게 정조의 뜻에 따라 결성된 조직, 요괴어사대!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이 한곳에 모이고, 그들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기 전, 정조를 찾아온 염라대왕은 어사대에 도움이 될 거라며 마패 하나를 건네는데…….! 『요괴어사 2 : 각성』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아는 것이 전혀 없을 때 인간은 그때를 가장 두려워하지.” 망자천도를 위한 여정에 더 깊숙이 들어간 요괴어사대. 어느 날 수없이 사람을 잡아먹고 힘을 키워 가던 강력한 요괴를 만나 혈투를 벌인다. 이 전투에서 어사대는 결국 심각한 부상을 입고, 무기까지 훼손되는 참혹한 경험을 한다. 육신과 정신에 큰 타격을 받은 어사대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힘을 가진 요괴의 등장에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상심도 잠시, 대원들은 전투의 상흔을 회복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초심을 찾고 재정비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정조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요괴어사대의 제일 무사인 백원에게 오랜 시간 고이 간직했던 서책 하나를 하사하는데……. “스승은 사람만이 아니다. 너를 스치는 바람, 떨어지는 잎새에도 배울 것이 있는 법.” 과연 요괴어사대는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욱 강력해져 가는 요괴들에 맞서 이겨 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