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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인간

: 중세 후기 유럽의 식자들

숲속의 숲-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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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서양문화 97위 | 역사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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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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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00g | 132*225*18mm
ISBN13 9791193240342
ISBN10 119324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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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공부'에 대한 역사학적 고찰] 식자는 지식을 기반으로 특정 업무를 실행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위치를 갖고,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사람이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제는 중세 서유럽 식자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지식의 역할과 함께 '학위' 제도, 그에 따른 교육 기관의 탄생을 전반적으로 설명한다. - 안현재 역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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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눈에는 신학자와 의사야말로 중세가 만들어낸 식자들 중 가장 독창적인 이들이지만, 지식 문화에 포함될 수 있는 온갖 구성 요소 중 단순히 숫자 면에서든 사회적 위상에서든 지배적인 교과가 법학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세 말의 수 세기는 법률가의 황금기였고, 이 황금기는 여러 나라에서 구체제 말, 나아가 그 뒤까지 계속된다.
--- p.51

앎에 매진하는 당사자의 구원뿐 아니라 그가 사는 사회를 위해 구체적으로 쓸모 있는 행동을 낳지 않는 앎이 무슨 소용인가? 당연히 그 대가로 식자는 자신의 사회적 유용성이 인정되고 정확한 가치에 따라 보상받기를, 다시 말해 자신이 엘리트층 안에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는 앞으로 보게 될 것처럼 적어도 일신상 종신적인 지위를 얻어 자신이 귀족층 사이에 동화되기를 기대했다.
--- p.60

특히 15세기에 일부 대학학숙 내부에서 자체적인 교육 과정이 발전했다는 사실은,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마 경직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을 입증할 것이다.
--- p.63

최초의 대학은 13세기 초 볼로냐, 파리, 몽펠리에, 옥스퍼드에서 나타났다. 기존 학교(반드시 대성당 학교는 아니다)로부터 유래한 초기 대학은 제도가 제각기 다양했지만 조합적 성격을 띤 자율적 조직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p.87

오히려 당시 문헌을 훑어보기만 하면 대학 학위 소지자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모든 문서에 점점 더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학위를 기재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중세 말 서구 사회에서 대학과 대학 출신자들이 점점 더 큰 사회·정치적 중요성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다수의 지표가 있다. 가장 명백한 첫째 지표는 14세기 중엽 이래 대학 설립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 p.96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사회적 출신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학생이 특정한 위험들을 피하게 해줄 안정적인 처지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정치권력 기관의 직간접적 세력권 안에 들어가고자 했다. (…) 전체적으로 중세 말의 학생이란 기성 질서를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 지키는 데 주로 관심을 둔, 사회적으로 순응주의적인 인구 집단을 표상했다.
--- p.106

식자는 말을 사용할 줄도 알았다. 문법을 배운 덕에 라틴어나 현지어를 가리지 않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논리학과 수사학 공부를 통해서는 올바른 추론과 설득력 있는 증명의 기예를 익혔다. 오랫동안 기억을 수련했기에 필기한 노트를 참고하지 않고서도 자기 지식의기초가 되는 “권위들(autorites)”의 숱한 인용구를 내세울 수도 있었다.
--- p.120

식자는 근본적으로, 일단 동시대인들의 눈에는 책과 글의 인간이었으며, 바로 그것이 다른 모든 사회 집단과 비교해 볼 때 식자들의 가장 뚜렷한 특유성 중 하나였다. 따져보자면 결국 그들이 지식을, 그리하여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 자체에 대한 정당화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책으로부터였다. 그들만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책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집단이었다.
--- p.121

우선, 식자가 신과 군주, 교회와 국가에 바치던 “봉사”란 정확히 어떤 성질의 것인가? 물론 그들에게 봉사했지만, 또 자기 이득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지는 않았나? 비록 중세 식자들이 이론적 개념에 특별히 높은 값어치를 부여했고 관념의 힘을 가늠하는 데 다른 누구보다 뛰어나기는 했다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특정 능력과 특정 직무의 결합만으로 정의되는 추상적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 피와 살을 가진 존재로서 이들에게는 나름의 야심, 나름의 이해 관심, 나름의 교우 관계가 있는 것이다. 당시 사회에서 식자들의 역할에 대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려면 이 모든 요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183

사실 한낱 관리·조언자 역할을 맡으면서도, 군주 정책의 충실한 실행자를 자처하면서도, 식자들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식자들 집단의 내적 연대, 그들의 단결심 덕분이다. 또한 그들이 안정적·지속적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 덕분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몇 가지 변화 과정을 자기들의 생각에 맞으면서 가장 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틀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 p.212

식자들이 열망한 것은 자신의 학설에 맞게, 자기 자신의 이해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기성 질서에 더 잘 봉사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권력자에게 제기할 만한 비난은 주로 부당하거나 위험한 질서를 강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충분히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권력기관 안에 충분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p.230

그러니 박사 시대에서 인문주의자 시대로 넘어오는 동안 단절이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기껏해야 근대화, 적응, 개방 정도인데, 그런 것 없이는 사회적 역동성도 없다. 우리 서구 사회가 추상적 지식에, 또한 그 지식의 보존과 전파를, 경우에 따라 실제 활용을 책임지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기꺼이 마련해 주던 자리는 이미 중세 말 수 세기 동안 그려진 것이었고, 이 그림은 아주 오랫동안 남을 것이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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