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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

: 국내 최초 고대 이집트어 원전 완역본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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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00g | 130*210*20mm
ISBN13 9791170871514
ISBN10 117087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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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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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이야기》는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신의 섭리에 지배받는 인간의 운명과 분열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한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방황을 망명과 귀환의 서사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이름 모를 서기관에 의해 창작된 고대 이집트 문학의 최고 걸작이다.”
---「옮긴이 서문」중에서

“그가 나에게 (물어) 말하기를, “무슨 연유로 여기까지 왔소? 그것이 무엇이오? 본국에 무언가가 일어난 것이오?” 하니 (내가 그에게 대답하기를), “상·하이집트의 왕 세헤텝이브레 폐하께서 아케트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고는 모호하게 말하기를, “체메흐 땅의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사실이) 제게 보고되었습니다. 제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제 심장?제 몸속에 있는 것이 그것이 아니었기에 저를 도주의 길로 내몰았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저를 입에 담지 않았으며 제 얼굴에 침을 뱉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망하는 언사를 듣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제 이름을 전령의 입에서 듣지 못했습니다. 누가 저를 이 이방으로 인도했는지를 알 길이 없으니, 마치 신의 섭리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04. 암무넨쉬와의 만남」중에서

“도주자는 그의 사정 때문에 도주하지만 내 진심은 고국에 있네. 기는 자는 허기 때문에 기지만 나는 이웃에게 빵을 줬네. 어떤 이는 헐벗음 때문에 자기 땅을 떠나지만 나에게는 고운 아마포의 흰옷이 있네. 어떤 이는 보낼 사람이 없어 자신이 움직이지만 나에게는 많은 하인이 있네. 내 집은 좋고 내 거처는 넓으나 내 기억은 왕궁에 머물러 있네.”
---「08. 시누헤의 향수(鄕愁)」중에서

“내가 스핑크스 사이의 땅에 머리를 대자 왕실의 자녀들이 (왕궁의) 통로에 서서 나를 맞이했으며, 열주실로 (나를) 수행한 궁인들은 나를 알현실로 이르는 길로 안내했다. 나는 폐하께서 호박금으로 만든 감실에 안치된 옥좌에 좌정하신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으며 그 눈앞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그 신께서는 유쾌하게 하문하셨으나 나는 어둠에 홀린 사람 같았으니, 내 바는 떠나갔고 내 사지는 후들거렸다. 내 심장―내 몸속에 있는 것이 그것이 아니었으니, 나는 삶과 죽음을 분별할 수 없었다.”
---「12. 시누헤의 귀국과 알현」중에서

“《시누헤 이야기》는 주인공 시누헤의 도주를 통해 ‘이집트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도주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가 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주인공과 독자가 각자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체성에 대한 해답이 도출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시누헤의 도주는 《시누헤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적 주제인데도 그가 도주한 이유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속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누헤가 자신이 도주하게 된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질문, 요컨대 ‘왕과 신민은 어떤 관계인가’, ‘신과 인간은 어떤 관계인가’, ‘개인의 행위와 그에게 닥치는 운명은 어떤 관계인가’와 같은 질문은 결국 ‘이집트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에 다다르게 한다.”
---「옮긴이 해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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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최초의 소설인가. 소설을 역사적 맥락에서 근대성의 산물로 보는 이는 《로빈슨 크루소》나 《돈키호테》를 지목할 것이다. 장르/장치의 측면에서 내면성(inwardness)과 친밀성(intimacy)의 경험을 다루는 일관성 있는 화자의 허구적 산문으로 보는 이는 《겐지 이야기》의 기념비적 성격을 강조할 것이다. 이 모든 ‘임의적’ 규정을 다 내치고 서사성만 남기는 이는 기원전의 몇몇 서사시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이런 복잡한 논의를 딛고도 《시누헤 이야기》 앞에 ‘최초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까?

정치적 격변 앞에서 고국을 떠난 이가 그 선택이 신의 뜻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제 심층 동기를 혼란스러워하고, 생의 절반 이상을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그 삶이 성공적일수록 가중되는 정체성의 혼돈을 견뎌내다가, 결국 귀국을 허락받아 돌아오되 여느 서사시와 달리 조금도 영웅적이지 않은 조촐한 자기 구원에 도달한다. 일부러 고유명사를 생략한 이 요약 서술은 지금 여기의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이 원형적인 화소(話素)를 음미하다 보면 4000년 저쪽의 어느 ‘호모 픽투스(homo fictus)’와 스산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옮긴이 본인에 의한 자기 평가만이 유일하게 가능해 보이는, 말 그대로 ‘독보(獨步)’적인 업적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부교수)
《시누헤 이야기》가 풍부한 해설과 함께 우리말로 처음 번역되어 기쁘다. 《시누헤 이야기》는 고대근동 세계와 고대 이스라엘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람에게 구약성경의 결정적 사건인 이집트 탈출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시리아-팔레스타인의 상황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문헌이다. 주인공 시누헤는 정치적 이유로 이집트를 탈출해 시리아-팔레스타인 땅을 떠돌다 정착했지만, 모세와 달리 이집트를 그리워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또한 《시누헤 이야기》는 이집트 중왕국의 정치, 문화, 군사, 외교 등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귀중한 1차 사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집트학 전공자로서 우수한 논문과 저술로 고대 이집트를 한국에 알려온 유성환 박사의 역작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에서 탄생된 문헌을 우리말로 읽는 즐거움을 누려보시라. 우리에게 쉽고 친절하게 다가온 《시누헤 이야기》의 출판을 축하하며 가장 큰 박수를 보낸다.
- 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한국고대근동학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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