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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블루스

세기말 블루스

창비시선-149이동
신현림 | 창비 | 1997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8 리뷰 11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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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5*200*20mm
ISBN13 9788936421496
ISBN10 893642149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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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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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가진 남자

먼 빛에서
출렁거리는 아침바다로 오십니다
창공을 흔들고 제 가슴을 치며
야생화보다 풋풋하게 오시는

당신은
해저같이 캄캄한 제 영혼이
끝없이 다다를 역입니다

인간이 결국
무덤이라는 둥근 빵을 얻기 위해 살듯
빵을 가진 마음처럼 둥그래져야겟지요

빵 속의 해와 같이 강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끌어안은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무덤까지 당신을 따라 가겟습니다.
--- p.23
빈민가 담벼락 같은 가슴을 뚫고 겨울이 온다
슬픔은 미친 종처럼 울고 슬픔은 끝없이 날으는 연
저 환장한 연을 잡았으면
내가 너 대신 아팠으면 너를 안고 날으는 갈매기였으면
아우야, 추운 너를 안고 어머니가 금강산을 날으셨구나
애인아, 그리운 너를 안고 나는 바닷속을 달렸다.

마음으로라도 날고 뛰지 않으면 살 수 없던 날들
열린 차창처럼 비명을 지르고 싶던 날들
불탄 아현동 사람들이 묻머으로 던져진 어제
저녁이 오기도 전에 식탁의 빵들은 부패했다
장송곡보다 무거운 원피스를 입고 너는 꿈 속 강변을 헤메고
버림받은 자들이 부르는 유행가가 싸락눈으로 날린다

의지대로 되는 일이 없다
우리는 토실토실한 쓰레기나 불리며 살고
작별의 꽃을 던지며 사나니
술잔은 자꾸 죽음을 향해 기울어지더라

기나긴 밤마다
아무 위로 없이 남겨진 나의 너여
더이상 탄식의 나팔을 불지 마라
현세가 지옥인 때는 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무자비한 세상, 지옥의 슬픔을 월경하기 위하여
--- p.8-9
꿈꾸는 누드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무드를 살려놓고
서로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회오리바람처럼 엉키고
그게 엉켜봤자라는 걸 알고 싶고
섹스보다도 섹스 후의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비둘기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삼십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
--- p.105
34세 독신녀인 나는
지친 소같이 쓰러져 있다가
더이상 읽지 않는 시집처럼
인기척없는 서울의 새벽을 봤다

멸망을 상상하면 현실은 저녁 성찬처럼 근사하고 드라마틱하잖아요
어차피 인생은 허무의 시네마 천국 아니겠어요

신음하는 지구촌의 사진보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허무주의다
구부러진 못 같은 시든 좆 같은 너의 체념이다
--- p.19
20년 후에 나는 폐경기야
막 낳은 달걀처럼 매일이 따뜻할 수 있다면
성서나 베케트가 마약일 수 있다면
쓰러져가는 혼에 불을 지필 사람이 필요해
함께 죽어갈 사람이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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