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형사 시리즈‘ 최신작]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범인이 자수하면서 해결되는 것 같지만, 범행 과정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다. 진상을 밝히고자 가가 형사가 나선다.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전통 미스터리 소설로 여름의 열기를 식혀 보시길. - 소설/시 PD 김유리
인간이란 어차피 이런 생물이다. 겉으로 하는 행동과 속으로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른 게 보통이다. 그 여자도 그렇다. 시야 한구석에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정체를 아는 건 나뿐이다. 물론 본인에게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다. 독침은 숨기고 있어야 무기니까. --- p.39
수사관이 무슨 질문을 해도 상상에 맡기겠다는 대답뿐, 사형당하는 게 목적이니 죽일 사람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냥 눈에 띈 사람을 찌르려고 했고 실제로 그랬을 뿐이지 어떤 타이밍에 누구를 찔렀는지 이제 와서 설명할 수 없다……. 본인의 변명을 요약하면 이랬다. 가가 씨, 하고 도키코가 운을 뗐다. “이런 케이스는 드문가요? 범인이 범행을 인정했는데도 자세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는 일이.” --- p.84
봉투에서 편지를 꺼냈다. 이 역시 호텔의 편지지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짧은 한 줄이 인쇄되어 있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 p.103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집게손가락을 들고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았다.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한다, 즉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입니다. 답하기 싫으시면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이면 진상 규명은 멀어집니다. 그 점을 결코 잊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p.117
“가가 씨 말이에요. 아주 능숙하게 진행하시네요. 역시 경시청 형사님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분이라면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애초에…….” 거울에 비친 사쿠라기 지즈루의 눈빛이 번득인 것 같았다. “그게 모두를 위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네?” 하루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후후.” 사쿠라기 지즈루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이상한 소리를 했네요. 미안해요, 부디 잊어줘요.” --- p.143
“어쩌면 앞으로도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지도 몰라.” “더 많은 사실요?” “진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일들 말이야. 만일 누군가가 뭔가를 숨기고 있고, 그게 사건에 관련된 일이라면 가가 씨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잘 기억해 둬. 그 사람에게 거짓말은 안 통해.” --- pp.172~173
“형사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군요. 하지만 과대평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두 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여름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 자수한 범인은 범행 과정에 대해 입을 다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검증회를 열고, 그 자리에 휴가 중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참석한다. 재구성되는 비극 속, 예측하지 못한 진실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