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박사님, 이분이 셜록 홈즈 씨입니다.” 스탠퍼드가 우리를 서로 소개해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왓슨 씨.” 홈즈는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내 손을 잡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오셨나 봅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내가 깜짝 놀라서 물어보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별 거 아닙니다. 그보다 이젠 헤모글로빈이 문제죠. 제가 발견한 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계시겠죠?” “틀림없이 흥미로운 발견이지요. 화학적으로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아니, 아니죠. 근 몇 년 동안 법의학계에서 이것보다 더 실용적인 발견은 없었습니다. 이 방법으로 확실한 혈흔 테스트를 할 수 있을 텐데, 모르시겠습니까? 자, 이리 좀 와 보세요.” 홈즈는 열의에 차서 내 프록코트 소매를 잡더니 조금 전 자기가 연구하던 그 실험대로 끌고 갔다. “신선한 피가 좀 필요한데.” 그는 긴 바늘로 자기 손가락을 찌르더니 배어 나온 피 한 방울을 피펫으로 빨아들였다. “잘 보세요. 이 적은 피를 물 1리터와 섞겠습니다. 혼합된 액체지만 순수한 물처럼 보이지요? 여기에서 피가 차지하는 비율은 100만 분의 1보다 낮을 테지만, 분명히 확실한 반응이 나타날 겁니다.” 이렇게 말하며 홈즈는 용기 안에 있는 물에 하얀 결정체를 두어 개 넣은 후 곧 투명한 액체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물은 곧바로 거무스름한 적갈색으로 변했고 유리병 바닥에 갈색 침전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됐다, 됐어!” 손뼉을 치며 소리치는 그의 얼굴은 마치 새 장난감을 받은 소년처럼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어떻습니까?” “아주 민감한 테스트 같군요.” 나도 내 생각을 말했다. “굉장해! 대단한 일이고 말고! 여태껏 써온 유창목 수액 테스트는 복잡하기만 했지 정확하지도 못했어요. 현미경으로 혈구를 검사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현미경 검사는 혈액이 묻은 지 두어 시간만 지나면 소용없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오래된 피를 쓰건 신선한 피를 쓰건 똑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이 검출법을 진작 발견했더라면, 지금도 활개 치며 돌아다니는 범죄자 놈들 중 수백 명은 벌써 죗값을 치렀을 겁니다.” “그렇군요!”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형사 사건이 해결되려면 계속 한 가지 문제에 달려 있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나서 용의자가 나타났다고 칩시다. 속옷이나 옷을 조사해 봤더니 거기에 갈색 얼룩이 있지 뭡니까. 그건 혈흔일까요, 진흙일까요, 녹일까요, 과즙 아니면 또 다른 것일까요? 이 문제로 수많은 전문가들이 골머리 깨나 썩였습니다. 어째서일까요? 그동안 믿을 만한 검출법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셜록 홈즈 검출법을 쓰면 되니, 더 이상 어려울 게 없습니다.” 이야기하는 홈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마치 많은 사람들의 박수에 화답하듯이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히 인사를 해 보였다. -p15
“예전에도 말했지만 사건에서 미심쩍은 부분은 수사의 방해물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되는 법일세. 이런 수수께끼를 풀려면 거꾸로 추리하는 게 중요하지. 이건 아주 유효한 방법이고 또 매우 쉬운데도 다른 사람들은 잘 쓰지 않더군. 일상생활에서는 순차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거꾸로 추리하는 방법은 홀대를 받기 십상이지. 종합적 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50명이라면 분석적 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한 명 정도라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 “자네가 이해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네. 어떻게 설명해야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건의 흐름을 들으면 그 결과를 예측하여 말할 수 있네. 그 사건 하나하나를 머릿속에서 연결해서 마지막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거지. 하지만 어떤 결과를 듣고,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네. 바로 그런 능력이 바로 내가 말하는 거꾸로 추리하는 것, 또는 분석적 추리라 할 수 있네.” -p177
1권 줄거리 :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왼쪽 어깨에 총상을 입고 영국으로 다시 송환된 의학박사 존 H. 왓슨은 셜록 홈즈라는 사설탐정과 함께 존 베이커 가에서 하숙생활을 시작한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던 중, 런던경찰국의 그렉슨 형사로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편지를 받은 홈즈는 왓슨과 함께 현장으로 향하는데…….
탄생한 지 100여 년이 넘도록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는 잘 알려져 있듯이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이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당대 최고의 법의학자였던 조셉 벨Joseph Bell 박사에게 의학 수업을 받았다. 벨 박사는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환자들의 직업과 습관 등을 알아맞혔고 이는 코난 도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코난 도일은 자기만의 추리력을 갈고 닦아서 가축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쓴 변호사 에달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는 사건 현장의 특성과 증거를 수집했고, 피고인 에달지와 그의 주거 및 범행도구로 제시된 농기구 등을 냉철하고 명확하게 비교·분석했다. 그의 논리적이고 합당한 추론은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경찰관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닌 일반 의사가 모든 사건에 다 개입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원칙적으로 의사는 병원을 지켜야 했기에 수사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결국 코난 도일은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고문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게 된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객관적인 단서와 증거를 바탕으로 삼아 논리적으로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셜록 홈즈의 방식은 프로파일링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누구든 평소에 이것을 익혀 두면 눈앞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문제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셜록 홈즈》 시리즈에는 범죄 수사의 기본 원칙과 분석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논리적인 추리 방법을 널리 알리겠다는 코난 도일의 꿈도 함께 담겨 있다. 거짓과 범죄와 음모가 판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시대에도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홈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번역으로 평가받는 문예춘추사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짜릿한 재미를 맛보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표창원(前 경찰대 교수, 現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