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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엄마의 도쿄

: a little about my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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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3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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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90g | 137*200*15mm
ISBN13 9788958721307
ISBN10 895872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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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먼저 밟고 엄마가 또 한 번 밟아 단단해진 발자국 안에 내 발을 포갠다. 누가 밟아준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러다 조금 발이 벗어나면 웃음이 나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깔깔깔. 발자국을 만들어주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 동안,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두렵지 않았다.
---「따뜻한 발자국」 중에서

“엄마, 열까지 세면 바로 나와야 돼”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가 왜 한밤에만 변소를 찾아가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표정이 그 어떤 질문도 원치 않는다고 느꼈다. 고작 대여섯 살이던 나는 엄마가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 짐작했을 뿐이다. 엄마가 거기서 한숨 돌리고 있었단 사실을.
---「혼자만의 시간」 중에서

엄마는 늘 간짜장을 주문했다. 나는 간짜장보다는 덜 느끼한 짜장을 훨씬 좋아했지만 엄마는 꼭 300엔이 더 비싼 간짜장을 시켜줬다. ‘사랑’이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방인의 소울 푸드」 중에서

연애를 하라고? 외박을 해도 된다고? 엄마한테 연락만 하라고? 첫사랑도 제대로 못 해봤는데! 엄마의 얘기는 뭐랄까. 지금까지 먹던 감자와 당근이 깍둑썰기로 들어간 카레가 정통 카레가 아니었단 사실을 알았을 때의 ‘매우 난감’ 같은 느낌이었다.
---「최상급 교훈」 중에서

그렇게 조금씩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도 ‘삶’이 있음을, 그 삶에선 엄마가 주인공임을. 그 가을날 포도밭에 드러누워 듣지 못한 아바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생각했다. 내게 아빠는 하나뿐이지만, 아빠와 비슷한 역할을 기꺼이 해주고 있는 저 아저씨를 한번 믿어보자고 말이다. 스물하고 두 살이 된 그제야 나는 비로소 엄마의 손을 놓아줄 수 있었다. 엄마의 손을 놓고 걸어갈 수 있었다.
---「엄마의 연인」 중에서

엄마는 가게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했다.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엄마는 좋아했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퇴원하면 가장 먼저 가게로 달려갔다. 헐거워진 옷에 가발을 쓰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혹시라도 손님들 눈에 아프고 처량해 보일까 봐 평소엔 쓰지 않던 파운데이션과 립스틱도 발랐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가게가 엄마에겐 두 번째 집이 되어 있었다.
---「엄마의 심야식당」 중에서

나중에 엄마의 유품에서 일기를 봤을 때 비로소 엄마의 기도 내용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여전히 아빠를 위해 기도했다. 아빠의 이름을 수없이 쓰며 그가 천국에 가기를 빌고 있었다. 죽음 이후에 다시 만나기를 또는 더 이상 만나지 않기를. 어느 쪽이든 엄마가 아빠를 놓지 않고 있었단 사실이, 반갑고도 가슴 시렸다.
---「마지막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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