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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추천의 글 1 엄마 카레 2 마가린 김치볶음밥의 추억 3 에그샌드위치 선물 4 불맛 나는 제육볶음 5 아이 러브 포장마차 6 꽈리고추 어묵볶음 7 인간 변하지 않았네 8 문득 좋아하는 것들 9 시장 러버 10 죽여주는 여자의 밥상 11 예식장 잔치국수 12 이거 아는 사람은 내 친구 13 애달픈 무화과 14 은박 도시락 15 주말 중 하루는 그냥 먹어요 16 아날로그 가제트 17 고구마와 코코아의 타임코스모스 18 샐러드 아니고 사라다 19 둘리 20 먹을 거 앞에선 4학년 2반 21 치사빤스 간장달걀밥 22 후루룹 짭짭 맛 좋은 라면 23 제과점 햄버거와 바닐라셰이크 24 마트로 떠나는 여행 25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 맛 26 설날 떡국 27 옛날 과자 28 흰 밥에 소시지 29 혼술 30 집 비빔국수 31 나폴리탄 스파게티 32 두고 내린 우산 33 크리스마스 착한 어린이 병 34 옛날 빵집 35 오일장 풍경 36 음악의 존재 37 호빵의 흰 껍질 38 떡볶이 러버 39 이튿날 된장찌개 40 추억의 돈가스 세트 41 떡꼬치 소스 많이요 42 만찐두빵 43 김포공항 샌드위치 44 김치죽 45 시장 군것질 46 참치캔의 소중함 47 아침밥 48 진짜 피자 49 돈가스 옆 마카로니 50 행복은 김치찌개에 51 달걀말이 고수 52 유치한 무형의 소원들 53 한낮의 빨래 54 낭만 철학 55 날마다 새로운 발견 Epilogue 빈티지 수집가 |
저박지연
관심작가 알림신청집밥 둘리
고등학교 때 옆자리 친구는 매일같이 마가린 향기가 가득한 김치볶음밥을 싸왔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자동으로 눈이 감기는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친구 어머니의 김치볶음밥 킥은 참기름보다 진하고 고소한 향이 넘치는 마가린이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기 전 쉬는 시간을 이용해 도시락을 까먹곤 했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이라 김치볶음밥이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아 입안에 넣으면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짧디짧은 그 10분 상간에 뭔가 불법을 저지르는 아슬아슬함에 더해서 욕심쟁이처럼 마구 삼키는 스릴까지 있었다.
--- pp.21-22 「마가린 김치볶음밥의 추억」 중에서 가끔 누군가 달걀이나 감자샐러드가 듬뿍 들어 있는 샌드위치를 내게 툭 건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뚜껑을 열었을 때 예쁘게 줄 서 있는 귀여운 색깔의 샌드위치. 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에그샌드위치를 선물해주고 싶다.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 주는 마음도 받는 마음도 너무 부담되지 않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음식이기 때문에. --- p.26 「에그샌드위치 선물」 중에서 |
“오래된 그릇에선 엄마의 향기가 나고
라디오에선 낭만의 향기가, 카메라에선 추억의 향기가 난다“ 디지털 시대에 빛을 발하는 아날로그의 감수성, 마음으로 전하는 순수한 낭만의 기록들 ‘둘리’라는 아이디로 온라인 활동을 시작한 지은이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를 좋아해서 이 이름을 빌려왔다. 둘리처럼 1983년에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 둘리라는 캐릭터의 성향에도 동질감을 느낀다. 또한 둘리의 제2의 고향인 도봉구 쌍문동 고길동의 집, 80년대풍의 주택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오래된 물건들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관심과 취향으로 가득 채운 빈티지 숍 ‘아날로그 가제트’를 운영하며 빈티지 그릇과 식기, 소품 등을 수집하고 판매하면서 과거의 물건과 현재의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은 추억의 음식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좋아하는 삶에 대한 다정한 고백이다. 음식에 관한 기억들은 그 음식을 먹었던 장소와 공간, 음식을 담은 물건, 음식과 연결된 상황, 무형의 소원들로 더욱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 둥근 에나멜 접시에 맛깔나게 담긴 안주와 부담 없이 국수나 우동을 시켜 먹는 포장마차의 정취, 어린 시절 김포공항 스낵바에서 먹었던 샌드위치의 오묘한 풍미, 찌그러진 은박 도시락에 담긴 힘없이 부서진 할머니표 김밥, 잔치국수의 맛을 알게 해준 결혼식장 지하 식당, 오일장이 서는 날 무쇠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국밥과 도너츠 가게의 풍경 등 지은이의 기억 속에 포착된 이야기들은 순수한 낭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전해 준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플레이리스트처럼 지친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는 55편의 글과 11가지 레시피 지은이는 “이 책이 어린 시절 원하고 갈망하던 종합 과자 선물 세트 같았으면 한다”고 소개한다. 좋아하는 것을 차곡차곡 담아보기로 하고 몇 년간의 기록들을 모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한데 섞여 있는 선물 세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합 선물 세트를 통해 다양한 맛을 경험하듯, 우리네 삶 역시 다양한 취향과 선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애틋하고 소중하다. 요리, 빈티지, 음악, 사랑에 대해 담백하게 기록한 55편의 글마다 직접 찍은 매력적인 사진을 배치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했다. 여기에 꽈리고추 어묵볶음, 무화과잼, 가제트 코코아와 바닐라셰이크, 나폴리탄 스파게티, 옛날 햄버거, 두부 많이 된장찌개와 소스 많이 떡꼬치, 마카로니 샐러드 등 지은이가 세심하게 고르고 추천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중간중간 수록했다. 이 11가지 음식의 레시피는 먹을거리에 맞닿은 추억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손쉬운 설명으로 안내해 준다. 마음이 지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그때 그 맛’이 떠오를 때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
박지연의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이 소환되었다. 난생처음 먹어본 음식, 먹자마자 사랑에 빠진 요리, 식감이란 것을 처음 느끼게 해준 식재료, 예식장에서 접한 어른의 맛 등 먹을거리와 맞닿은 추억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후추통을 톡톡 두드리듯 가볍게, 하트 모양으로 케첩을 짜듯 간절하게.
이 모든 장면은 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취향이 발견되고 입맛이 형성되던 곳이 다름 아닌 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들을 먹고 자랐구나, 내 피와 살과 뼈는 이런 장면으로 완성되었구나…… 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채 자란 어른은 별 이유 없이도 혼술을 하고 한끼를 제대로 먹고자 손수 장을 본다. 집에 있으면 외로움도 술안주가 되니까. 나를 대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는 달걀샌드위치와 김밥은 “집집마다 다른 맛”이어서 더 좋다고 말한다. 이상하게도 “샐러드 아니고 사라다”일 때만 맛봉오리가 반응한다고도, 집에서 먹을 적에는 “어설픔”마저도 “향수”가 된다고도, “다 아는 맛”은 “편안함”을 안겨준다고도 덧붙인다. 무엇보다 남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것들을 찾고 먹는 삶은 오일장의 도너츠 한입에서 90년대를 살았던 나와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내가 스치듯 만나는 근사한 삶일 것이다. 이 책은 한 시절을 따뜻한 기억으로 반죽하는 책, 하루하루를 노릇노릇하게 익히는 책, 애틋한 사연으로 음식의 풍미를 살리는 책이다. 맛에 기억을 담으면 맛깔이 된다는 사실을 솜씨 좋게 일러주는 책, 한번 좋아하게 된 것을 계속 좋아하는 일이 삶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간단해 보이는 음식조차 정성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책,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사이에서 계량컵 없이도 넉넉한 사랑을 발견하는 책이다. 디지털 시대에 빛을 발하는 아날로그 같은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부르고 배는 고파진다. 그때 그 맛이 떠오를 때마다 펼치게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사랑은 빈티지임을, 낡고 오래될수록 더 깊어지는 것임을,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임을 재차 확인할 것이다. - 오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