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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라이빗 조찬클럽
사람과 도시와 추억으로 차려낸 열다섯 번의 첫 끼니
백지혜 저
유선사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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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8

1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사람

01 마음이 복잡한 날엔 고수를 먹는다 : 똠얌 국밥 18
02 탁구란 무엇인가 : 김 관장님의 오이 표고버섯 김밥 28
03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 치킨 수프 42
04 뜨거운 박수, [흑백요리사] : 마늘 생강 볶음밥과 계란 수프 54
05 개미들이여 힘을 내라! : 망고 살사를 올린 냉제육 68

2부 안녕, 사랑하는 나의 도시들

06 나의 싱가포르 체류기_맛 탐구생활 1 : 맑은 생선죽 86
07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나의 제리코_맛 탐구생활 2 : 포토푀 102
08 1년살이 런더너의 도시 탐구생활 : 고등어 샌드위치 118
09 오래된 연희동의 재미 : 봄동 명란 솥밥 136
10 우리 빌라에는 무심한 다정이 산다 : 나폴리탄 라이스 156

3부 그들이 있어서, 그곳이 있기에

11 고장 난 여름의 끝을 잡고 : 만능쌈장을 곁들인 여름 정식 174
12 엄마의 자유로운 탐험에 경배를! : 알배추 바지락 수프 188
13 기억해줘 : 계란 노른자 드레싱의 콥샐러드 206
14 맛 탐미주의자의 장래희망 : 우메보시를 띄운 떡 미역국 222
15 2034년 4월 20일로부터 : 소전 프렌치토스트 236

저자 소개 1

남이 아닌, 나 스스로를 정성스럽게 잘 해먹이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6년부터 홍대에서 쿠킹클래스를 시작해 현재는 연남동에서 예약제 식당과 요리수업을 병행중이다. 지은 책으로 『카페 제리코』와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채소 마스터 클래스』 『풍미 마스터 클래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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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128*188*20mm
ISBN13
9791199936041

책 속으로

일종의 고백과도 같은 에세이로 이상하리만치 치유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글로 소환해낸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들과 현재의 이야기, 앞으로 그리울 것들에 관한 기록들, 그리고 각각의 순간에 떠오르는 음식에 대한 기억.
---p.12 「작가의 말」 중에서

인생에서 나를 설레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였다.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큼은 평생 질리지 않고 할 자신이 있다.
첫길을 밟듯 맛을 연구하고 탐미하는 자로서의 명분을 지속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 그리하여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재탄생된 백지혜의 요리들을 나의 공간에서 직접 사람들에게 맛보여주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싶다.
---pp.13-14 「작가의 말」 중에서

글을 쓰고 단정한 식탁을 차려 스스로를 먹이는 동안, 지나보면 별일 아니라고, 앞으로 여전히 꿈을 꾸어도 된다고 확신을 얻은 기분이다. 슬플 때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입맛을 잃지 않는 먹보로서 장담하지만, 야무지게 잘 챙겨먹는 하루의 첫 끼니야말로 천연 비타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pp.14-15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사건 덕분에 냉장고 안팎은 전에 없이 반짝반짝 윤이 났다. 나는 고수를 여전히 사랑해도 된다. 천만다행이다. 이 기쁨을 자축하기 위해 고수를 듬뿍 넣은 똠얌 국밥을 끓여 먹기로 했다. 마음이 여러모로 복잡한 날에도,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으뜸인 뜨끈한 똠얌 국밥 말이다.
---p.26 「마음이 복잡한 날엔 고수를 먹는다」 중에서

관장님은 내 인생 넘버 3 안에 드는 맛있는 김밥을 탁구 회원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었다. 재료는 단 두 가지뿐이었다. 오이와 표고버섯. 탁구장에서 햇반으로 만든 김밥이었을 뿐이다. 김밥보다 사람 수가 더 많아 한 사람 앞에 두 개씩만 돌아갔지만, 너무 맛있어서 몰래 하나를 더 빼먹었을 정도였다고 해두자.
---p.39 「탁구란 무엇인가」 중에서

때때로 운명이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 오히려 운명처럼 찾아왔던 기회와 성과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요리와는 무관한, 잘 안 되던 사업을 접고 백수로 지낼 때 친구의 오픈하우스 케이터링을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전시회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정도를 의뢰했던 것인데, 내가 손님이라면 오픈하우스에서 뭘 먹고 싶을까 고민하다가 내놓은 음식들 중 하나가 치킨 수프였다. 손이 큰 탓에 넉넉하게 20인분을 준비했는데도 금세 동이 나버렸다. 차려놓은 음식들을 맛본 게스트 중 한 분이 팀을 만들면 와서 요리수업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요리 커리어의 막이 열렸다.
---p.50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중에서

나는 시즌1 때 서류전형을 합격하고, 2차 인터뷰에 서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다. 당시 인터뷰가 예상보다 길었고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기 때문에, 두 달 가까운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받은 불합격 통지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나에게 출전을 권했고 있는 힘껏 응원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친구들도 나만큼 아쉬워했다. 내가 인터뷰에서 좀 더 열정적으로 간절함을 표현했거나 당시에 식당을 운영했더라면 합격했을까 하는 가정은 그저 미련일 뿐.
---p.56 「뜨거운 박수, [흑백요리사]」 중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성취감 부재의 현실 속에서 뜨개질의 결과물들은 내 손끝에서 무언가 형태를 갖추어가는 창조의 감각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회복시켜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형형색색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을 황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즐거운 도파민이자 도피처이기도 했다. 지금 주식으로 느끼는 도파민보다는 확실히 좀 소프트한 도파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p.79 「개미들이여 힘을 내라!」 중에서

영국에서 지내던 주머니 가볍던 시절 가장 많이 해먹은 음식이 바로 포토푀인데, 막상 요리의 이름은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10년 전에야 알게 되었다.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었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끓여 먹은 게 전부였지만, 그게 바로 대표적인 프랑스 요리 포토푀였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p.119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나의 제리코_맛 탐구생활 2」 중에서

냉동 생선을 바삭하게 튀겨 홀스래디시 소스를 듬뿍 바른 빵 사이에 넣고 다진 피클을 올려 먹었던 국적 불명의 샌드위치는 북유럽을 들러 조의 손끝에서 완성되었겠지. 조가 만들었던 샌드위치에 신선한 허브는 따로 없었지만,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의 자연 감칠맛에 화이트 딜 소스와 상큼한 레몬이 더해져 조화로운 맛을 이룰 것이다. 생선은 고등어였는지 청어였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그저 맛이 있었다는 희미한 기억뿐.
조의 샌드위치가 한국으로 건너와 이렇게 내 손맛이 또 더해진다.
---pp.133-134 「1년살이 런더너의 도시 탐구생활」 중에서

얼마 전엔 멜버른 여행에서 만나 친구가 된 캐시의 딸 올리비아가 교환학생으로 5주간 서울에 오게 되어 둘을 만났다. 친구가 한국에 오면 보여주리라 약속했던 연희동 곳곳을 그녀의 딸과 함께 산책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조금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매번 가는 곳에 가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 채로 살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또 떠나게 되겠지.
---pp.150-151 「오래된 연희동의 재미」 중에서

기운을 잃고 다 쓰러져가던 나를 일으킨 메뉴가 있다.
여름의 많은 날 자주 해먹었기 때문에 제목은 ‘여름 정식’이라고 붙였다. 운동센터의 담당 트레이너께 맛보시라 덜어준 적이 있었는데, 맛이 위험하다고 식단 중에 절대 금지령을 내린 불명예 쌈장이기도 하다. 숱하게 무더운 여름날 특별한 요령도 수고로움도 필요 없이 건강하고도 맛있게 먹을 수만 있다면 뭣이 더 중하단 말인가!
---p.184 「고장 난 여름의 끝을 잡고」 중에서

엄마의 뒷모습은 너무 쪼그라들고 행색도 초라해 보여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언젠가 더이상 엄마를 볼 수 없는 날이 왔을 때 눈물과 회한으로 허공에 미안하다는 말을 외치기 싫어 엄마를 만날 때마다 꼭 한 번씩 안아드린다.
저녁에 연락해보니 나의 눈물과 근심이 무색하게 엄마는 나와 헤어지고 나서 대림시장까지 들러 싸고 맛있는 초밥과 싱싱한 바지락을 사 갔다고 한다.
---p.202 「엄마의 자유로운 탐험에 경배를!」 중에서

그때의 일들이 나에게뿐만 아니라 아마도 반려동물 조문이라는 걸 처음 해본 친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는지 만나면 가끔 그날 밤을 추억할 때가 있다. 마치 어렸을 때 큰집 제사에 모인 가족들처럼 조명 어두운 방 안에서 조근조근 구름이와의 추억을 공유하며 긴긴 밤을 울고 웃으며 보낸 따뜻한 기억으로.
---p.214 「기억해줘」 중에서

나의 요리에 백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친구들의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별점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요리는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나를 표현하는 최적의 매개체임을 남들이 알아주어 고마운 것이다.
---pp.231-232 「맛 탐미주의자의 장래희망」 중에서

그리고 나는 현재의 이런 삶이 꽤 마음에 든다.
같은 정동길을 매번 걸으면서 가로수로 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칠순을 맞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번 인생은 충분할 것 같다.
---p.247 「2034년 4월 20일로부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식사는 거창하지 않게, 메뉴는 지루하지 않게
사람과 도시와 추억으로 차려낸 열다섯 번의 첫 끼니

오랫동안 요리하고 가르치고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온 백지혜의 삶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다. 낯선 곳에 가면 그곳의 아침 식사부터 경험하고, 마음에 남은 맛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자신의 부엌에서 다시 만들어본다. 그렇게 시작된 《마이 프라이빗 조찬클럽》은 ‘아침 메뉴’를 소개하는 책을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 되었다.

작가는 조금 머쓱하지만 솔직한 고백을 한다. 여유롭게 아침상을 차리고 누군가를 초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실제 일상은 탁구와 운동, 일과 마감으로 분주했다는 것. 대신 자신을 위해 차린 첫 끼니에 그날의 소동과 지난 삶의 장면들을 하나씩 곁들이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으로 돌진한 정체불명의 벌레 때문에 방역 기사를 부르고도 끝내 고수를 포기하지 못한 날에는 똠얌 국밥을 끓인다. 탁구대회에서 뜻밖의 코피 소동을 겪은 이야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오이 표고버섯 김밥의 맛으로 이어진다. 잦은 이사에 지친 마음을 달래며 한 솥 끓여놓는 치킨 수프와 주식창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날의 냉제육까지, 웃음과 속상함이 뒤섞인 생활이 고스란히 식탁에 오른다.

또 다른 접시에는 한때 머물렀던 도시들의 맛이 담긴다. 싱가포르의 호커센터에서 맛본 소박한 음식들과 맑은 생선죽, 옥스퍼드 월턴 스트리트의 카페 ‘제리코’와 주머니 가볍던 시절 끓여 먹은 포토푀, 런던에서 일하고 걷고 사람들을 만나던 날들과 고등어 샌드위치가 차례로 등장한다. 시간이 흘러 서울 연희동에 자리 잡은 뒤에는 오래된 동네 가게를 돌아보며 봄동 명란 솥밥을 짓고, 이웃이 남긴 작은 선물에서 시작된 인연을 나폴리탄 라이스와 함께 이야기한다. 음식은 지나온 곳의 맛을 다시 불러오는 동시에, 그곳에 살던 자신과 사람들의 얼굴을 되살리는 매개가 된다.

“글을 쓰고 단정한 식탁을 차려 스스로를 먹이는 동안,
지나보면 별일 아니라고, 앞으로 여전히 꿈을 꾸어도 된다고
확신을 얻은 기분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의 시간으로 향한다. 씩씩하게 혼자 도시를 누비는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알배추 바지락 수프를 끓이고,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내던 날 친구들이 전해준 위로를 떠올린다. 마지막에는 2034년의 어느 날, 예순 살의 자신이 꿈꾸던 공간 ‘소전’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내는 미래를 그려본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바람을 마치 이미 살아본 하루처럼 상세하게 적어 내려간 대목에서는, 나이 들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선명하게 읽힌다.

열다섯 편의 에세이와 함께 실린 요리는 재료와 만드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독자가 직접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 사진뿐 아니라 작가가 머물렀던 장소와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진도 책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때로는 유쾌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때로는 오래 묵혀둔 미안함과 그리움을 꺼내놓으며 작가는 자신의 삶을 식탁 위에 차린다. 그렇게 한 끼를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은 과거를 돌아보고 지금을 돌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이 된다. 혼자 차려 먹는 조찬이지만, 책을 덮을 무렵에는 독자 역시 그 식탁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마음이 이래저래 복잡한 땐 고수 듬뿍 똠얌 국밥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엔 든든한 치킨 수프
주머니 가볍던 옥스퍼드 시절을 떠올리며 소박한 포토푀
오래된 연희동의 봄을 기다리며 봄동 명란 솥밥
혼자서도 씩씩한 엄마의 하루를 떠올릴 땐 알배추 바지락 수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데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첫 끼니.

마이 프라이빗 조찬클럽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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