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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서 아흔까지

마흔에서 아흔까지

: 행복한 노년을 위한 인생지도

리뷰 총점8.9 리뷰 9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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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삶의 자세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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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34g | 153*224*30mm
ISBN13 9788974832438
ISBN10 897483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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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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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년을 여러 가지 사회현상 가운데 하나로 보거나 아니면 통계상의 숫자로만 취급하려 합니다. 또한 단순한 생물학적인 변화로만 보기도 하고, 경제적인 측면만을 따지면서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으로 여겨 벗어나려고만 합니다. 사실 노년이 우리 인생의 끝이라면, 그래서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면 잘 늙으려 애쓰는 일이 아무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되는 대로 살다가 생을 마치고 이곳을 뜨면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들 생의 마지막 시기인 노년에는 분명 삶의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 늙지 않은 채 영원한 젊음으로 머문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년 속에 우리들 생의 신비와 삶의 이치가 숨겨져 있음을, 그동안 제가 만난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영적인 성숙함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 p.5~6

샤워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서신 아버지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부르신다. 그래도 며느리보다는 딸이 좀더 편하게 느껴지셨던 모양이다. 샤워실의 안전바를 단단히 붙잡으시도록 한 후, 아래옷을 벗기고 닦아드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그것도 아랫도리를 씻겨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근심스럽던 마음과는 달리, 막상 샤워를 시작하니 우리 아이들 씻겨줄 때가 생각나 차분해지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앞쪽은 아버지가 직접 씻으시고 나는 엉덩이 쪽을 닦아드렸는데, 평소에는 그렇게도 체격이 좋아 보이시던 아버지의 두 다리가 어찌나 살이 없고 가느다랗던지 쭈글쭈글한 피부가 쓸쓸하기까지 했다. 깨끗하게 씻고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신 아버지가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 누우시더니 고개를 벽 쪽으로 돌리며 혀를 차신다. “쯧쯧, 내가 실수해서 너희만 고생했구나.” 환자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살아가면서 서로 주고받는 의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인생의 첫 20년 동안 부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그 후 40년에서 5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또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 --- p.26~27

실버취업박람회의 한 부스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나서 저만치 가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되돌아오시더니 갑자기 양복 윗저고리를 벗으신다. 그러더니 제자리 뛰기를 하시면서 “봐요, 나 이렇게 잘 뛰고 건강하잖아요. 얼마든지 일할 수 있으니까 꼭 좀 일하게 해주세요.”
코끝이 매우면서 목이 칼칼해졌다. 도저히 그 어르신의 눈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또 어떤 할아버지는 구직상담을 하시다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으로 저 안쪽 어금니를 가리키신다.
“봐, 아직까지 이도 하나 안 빠졌다니까. 이렇게 튼튼하단 말이야. 시키는 일 뭐든지 할 테니까 나 좀 뽑아줘!”
눈시울이 뜨거워져 애꿎은 눈만 자꾸 깜빡거린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사실 노년기의 일자리 문제는 노년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노년세대인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 p.131

그런데 이 선배 이야기가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정말 미웠다고 한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며느리 가슴을 몹시 아프게 하던 어머니가 몸마저 못 쓰고 누워 계시니까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란다. 기저귀를 갈 때면 같은 여자지만 수치심이 끓어올랐고, 막 화가 나서 거칠게 대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있는데 정신이 들락날락하던 어머님이 멀쩡한 목소리로 마치 다 알고 부탁하시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더란다.
“잘 좀 해주세요!”
순간 가슴이 뜨끔하면서 후회가 밀려들었다고 했다. 내 손으로 돌봐드리지 않으면 한 시도 사실 수 없는 분, 이런 분께 미움이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 부모에 대한 당연한 수발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요즘도 시어머니는 이따금 생각났다는 듯이 “잘 좀 해주세요!”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며느리는 아예 먼저 “어머니, 잘해 드릴게요!”하면서 기저귀를 간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 p.281~282

노년은 젊음의 저울로 달아서 내버려야 할 무엇이 아니라, 젊음을 고스란히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노년준비는 바로 이 거울을 말갛게 닦는 일이다. 그러므로 재테크나 노(老)테크에 앞서, 주위 어르신들을 보며 내게도 그들과 같은 노년이 오리라는 사실을, 어떻게 살든 결국 나도 늙으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노년에 대해 거리감과 거부감을 지닌 채 노년준비를 이야기하고 노후자금을 모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노년을 모르고 노년에 대한 애정이 없는데 어찌 나의 노년이 아름답고 행복하겠는가. --- p.30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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