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라는 기원 전 6세기의 한 사상가가 쓴 『도덕경』은 요즘 말로 하면 최고 히트 상품 또는 뜨거운 감자라고 말할 정도로 지식인사회의 첨예한 관심을 받는 텍스트이다. 공자와 맹자를 받드는 유교 사상이 주류였던 한국사회에서 노자로부터 시작해 장자로 귀결된 도가 사상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까지는 물론 『노자와 21세기』의 저자 도올 김용옥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덕경』은 모두 81편으로 이뤄진 책으로, 37편까지는 주로 도(道)에 관하여 그리고 38편부터는 주로 덕(德)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원래의 책이름은 『도덕경』이 아니라 『노자』였는데, 도와 덕에 대해 쓰여진 책이라는 이유로 '도덕'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다 후세에 와서 '경'의 권위를 부여받아 지금의 『도덕경』이 되었다. 『도덕경』은 중국 고전 중에서도 주석서가 많기로 유명한 책이다. 중국에는 약 1,500권의 주석서가 쓰여졌고, 약 350종이 현존하고 있다. 한편 영어로도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인데, 현재까지 100종 이상의 번역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석서 중 가장 많이 알려진 판본은 왕필본(王弼本), 하상공본(河上公本), 부혁본(傅奕本), 개원어주본(開元御註本) 등으로, 이 중에서도 왕필본을 제일로 꼽는다. 왕필(AD226-249)은 열여섯의 나이로 『노자』를 주석해 낸 '천재적 사상가'이다.
『도덕경』은 무위(억지로 하지 않음)의 자세를 자기의 덕으로 삼는 자, 즉 도에 눈을 뜬 성인의 철학의 근본을 설명하는 어구로 채워져 있다.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하도록 하는 무엇이며, '항상 그러한' 것이다. "도를 도라고 한다"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지 않을 수 없는 도를 인간의 생각으로 규정짓는다는 것이며, 그렇게 규정된 도는 '항상 그러한' 실제의 도일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노자는 '변화의 영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덕(德)은 도(道)를 추구하는 인간의 굳건한 태도라고 할 수 있으며 '도의 기능'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노자에 의하면 덕은 인(仁), 의(義), 예(禮)보다 앞서는 것이며 이 중에서도 노자는 특히 예를 비판한다. 예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용을 중시한 것이 아니라 남보기에 좋게 만든 형식으로서의 예이다. 자연스러움에서 나오지 않은 예는 '남에게의 강요'가 필연적으로 따르고, 그 강요함과 강요받음의 관계가 빚어내는 인간 문명을 노자는 탄식하는 것이다. 즉,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요약될 수 있는 노자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도덕경』은 '억지로 일을 도모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야기한 싸움, 빈부격차 그리고 투쟁이 판치는 문명 사회를 비판한 최초의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자에 관한 가장 오래된 자료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열전(列傳)」중 「노자열전(老子列傳)」이다. 하지만 「열전(列傳)」에서도 노자라는 인물에 대해 확연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다만 노자라는 인물에 대해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그 외에 『장자』, 『예기』와 같은 저서에 의하면 노자는 기원전 500년경에 살았던 인물로서 공자의 선배가 되지만 이 역시 분명하지 않다. 다만 춘추전국시대에 '유가', '법가'와 함께 제자 백가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노자의 『도덕경』이 지닌 미덕은 인간문명사회를 비판하고 무위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진중함에도 있지만, 5천자로 이뤄진 간소한 텍스트가 펼치는 무궁무진한 해석의 지평에서 찾을 수 있다. 약육강식의 싸움에 지친 사람에게는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어 주고, '도(道)'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진정한 도의 길을 밝혀주는 진리의 장이 될 수 있다. 또한 읽는 이마다 그 의미에 차이가 생겨 『도덕경』이라는 텍스트가 만들어내는 담론의 치열함도 세인에게는 또 하나의 매력이 된다. 『노자와 21세기』가 나오면 『노자를 웃긴 남자』가 대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그 생생함! 그 양과 질을 떠나 세상의 어떤 책이 이런 풍경을 연출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