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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창비시선-200이동
신경림 | 창비 | 2000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4 리뷰 8건 | 판매지수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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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275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2004
ISBN10 89364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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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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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위원 김갑수
1974년, 고교생이 되어 문예반에 들어가니 시강독 시간에 갓 나온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라는 것들을 사읽는다. 거기서 정현종의 [고통의 축제]니 강은교의 [풀잎]이니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 등의 시집을 알았다. 값은 500원이었는데 깎아서 450원씩에 샀다. 시가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듬해 창비시선으로 [농무]라는 게 나왔는데 600원이었다. 그 동네는 뭐 멋스럽고 난해한 시어도 없고 종이도 누런 갱지인 게 영 촌스럽게 여겨졌다. 그래도 구자운, 박봉우, 최하림 등을 구해 읽고는 했다. 1978년 대학생이 되니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발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등장한다. 거기 김명인, 장영수, 신대철 등이 있었다. 황홀했지만 시를 통해 삶의 고통이 무언지를 비로소 알아가던 시절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 시리즈가 한국시의 메인스트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권력집단화한 한국문인협회의 권위로부터 이탈해 나와 새로운 줄기를 형성하는 치열한 문학운동체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일생의 축복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초판본으로 구해 읽은 그 시집들로 인해 저도 모르게 한국문학사의 본령에 동참한 셈이니 말이다. 그 한 권 한 권마다의 설레임과 흥분을 어찌 잊을 것인가.

이제 그 이름들은 두터운 역사가 됐다. 문지시인선이 일찌감치 200권을 넘었고, 좀 나중에 시작한 실천문학이나 세계사의 시인선도 100권이 훌쩍 넘었다. 다소 주춤거린 민음사의 경우도 100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창비시선 200권 기념 앤솔로지가 나왔다. 반갑다. 그런데 그냥 그 정도 반응인가. 창비시선이란 말이다. 어린 시절 촌스럽다고 여겼다가 나중에는 민중의식이다 뭐다 스트레스 팍팍 받게 만든 창비동네. 심상하게 지나갈 수 있겠는가.

창비시선의 역사 속에 기록된 각종 사항들 가운데 두 가지를 주목하면 그 의미가 선연해진다. 하나가 김지하 또 하나는 최영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필두로 모두 6권의 판금시집이 나온다. 말이 쉬워 판금이지 이건 연행, 고문, 투옥, 세무사찰, 해직 따위를 깔고 있는 말이다. 더럽고 추악한 전쟁의 시절. 창비시선은 그때의 강철꽃잎이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 같은 시리즈 내에서 그 유명한 잔치가 벌어진다.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가 세칭 대형 상업주의 출판사라고 불려지게 된 사건이다.

이번 앤솔로지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는 창비의 대표선수라 할만한 신경림이 엮었다. 특별히 양장본에다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돋보여 눈길이 끌리더니 수록시인 88명의 명단에서 잠깐 놀란다. 당연히 창비만의 시인잔치일줄 알았더니 웬걸 황지우, 최승자, 이성복, 김혜순 등등 그 동안은 저 강 건너편 진영으로 여겨졌던 이름들도 오손도손 함께 모여있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건 창비의 자신감의 반영이자 또 한편으로는 시단 전체가 위축되어 응집력이 생긴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무슨 홍보원 같은 말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은 무조건 소장하고 보는 것이다. 뭘 망설이겠는가. 창비의 역사가 집약돼 있고 대표시인이 망라돼 있고 (하지만 빠진 시인도 시인이다!), 게다가 신경림의 안목이다. 국제무대에서 문화를 말하려면 어딘지 움츠러들다가도 시에서만은 고개 빳빳해지는 우리네다. 그런 시마저 잠시 시들해지고 있는 형국인가. 그래,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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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마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 방면으로, 그리고 수원 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폼에 머문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은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욱이 된다.
--- pp.52-53 김정환
창비시선 200권을 돌아보면서 바로 지금이야말로 시가 달라져야 할 시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치열한 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변화한 시대의 참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지 대중에게 영합함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 p.144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 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듯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에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
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 가끔...... 전기가...... 나가도...... 좋았다......
우리는......
--- p.87
나가자 하고 단호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그렇게 나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시작은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마야꼬프스끼적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인은 열정가 그 자체가 아니라 열정을 동경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니체적 발상도 있었다.
--- p.139
그러나 이 핀잔은 일견 비슷하면서도 더 큰 데서는 서로 다른 정서와 리듬을 갖고 있는 점을 간과한 잘못된 읽기에 따른 것일 뿐이었다. 생각던대 그 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시와 실천, 또는 행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싶다. 창비시선에 참여한 여러 시인들은 시는 곧 실천 또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또 여러 시인들은 바로 그럴 수 없는 데 괴로워했던 것 같다.

나가자 하고 단호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그렇게 나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시작은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마야꼬프스끼적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인은 열정가 그 자체가 아니라 열정을 동경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니체적 발상도 있었다.
--- p.139
<서울역 그 식당>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p. 120
<서울역 그 식당>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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