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1998년 09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05g | 132*224*30mm |
ISBN13 | 9788937460159 |
ISBN10 | 8937460157 |
발행일 | 1998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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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405g | 132*224*30mm |
ISBN13 | 9788937460159 |
ISBN10 | 8937460157 |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무슨 색일까?
일반적인 사랑의 색도 그렇지만 내 사랑의 색말이다.
내 사랑은 과연 어떤 색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내 바람은 내 사랑이 투명한 색이면 좋겠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색.
물처럼 별 맛 없지만, 물처럼 시원하고 담담하고 차갑고 따뜻하고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친구들이 읽기엔 좀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딱히 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담담하다.
연애 기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결혼 생활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욱이 미카엘은 공부하는 남자다.
뭐... 공부하는 남자 중에서도 권력지향적이고 정치적인 인간들도 있지만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다 비슷비슷한 성격인 것 같다.
그다지 사교적이지도 않고 감정의 기복이 크지도 않고, 좋으나 싫으나 늘 한결같다. 그런 성격 때문에 '엘리트주의가 심하다' 내지는 '사람을 가려 사귄다'라는 오해도 받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해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밖에 모르고 그거 하나 파고드는, 어떻게 보면 좀 '어른이지만 애같은' 부류의 사람들인 것 같다. 공부하는 남자들.
이런 남자랑 14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서 미카엘은 참 익숙하다.
솔직히 좀 재미없고 심심하고 그래서 한나처럼 나도 한 때는 일부러 약도 올려보고 일부러 화도 나게 해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한나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한나가 딱히 히스테리컬하거나 그렇다기보다는 어차피 관계라는 건 상대적인 거고... 이런 부류의 남자들과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꼭 이런 단계를 거치게 되는 것 같다.)
암튼... 나는 마치 나와 남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이었다.
물론 똑같지는 않다.
나는 아이도 없고 한나처럼 전업주부도 아니며, 그리고 못 이룬 꿈으로 인해 아쉬움이 있거나 절망하지도 않는다.
이게 무슨 사랑 이야기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도 사랑 이야기 맞다.
뭐랄까?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를 들으며 공감하게 되듯이... 굳이 이별의 경험이 없고, 지금 사랑이 충만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이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사랑도 많이 해보고 그래서 사랑의 다양한 감정들도 경험해보고 사랑으로 인한 희노애락을 모두 다 경험하고 나면 사랑과 관련된 모든 감정들을 다 이해하게 되고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체화가 되는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암튼, 그래서 나는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다.
어차피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이고 늘 이벤트가 있는 사랑만을 원한다면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짧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인식이나 관점을 바꾸고 나면 다양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 물처럼 담백하고 담담한 것도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무슨 사랑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말하는 담담하고 담백한 사랑은 인생 다 산 것처럼 지지부진하게 살면서 '이혼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겠지' 싶어서 혹은 애 때문에 적당히 포기하고 대충 맞춰 사는 것하고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그게 뭐냐고? 글쎄... 이런 건 사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상대방이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그냥... 아주 편안한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둘이 함께 있어도 쓸쓸하고 허전할 때는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욕조 속에 몸을 푹 담근 것처럼 아주 편안하고 편안하고 편안한 그런 느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감상일 뿐이고, 실제 소설 속 한나도 이 경지까지 이른 것 같지는 않다(소설 속 한나는 '여전히' 20대다. 20대에 이런 경지에 이른다는 건 불가능하지. 더 열심히 싸우고 소통을 위해 좀더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그 나이에는).
한... 14년 정도 되면... 이렇게 된다. ^^
[덧붙임]
1.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데, 책을 읽을 때 그게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2.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이다. 서양 소설이나 일본 소설 위주의 독서가 지루하거나 따분해진 분께 권한다. 영화 [누들]이나 [레몬트리]랑 같이 보면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을 덜 부담스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 부모의 죽음은 자녀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친부모가 돌아가실 때와 시부모가 돌아가실 때의 느낌은 또 어떻게 다를까? 부모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었든 간에 부모가 돌아가셔도 삶은 지속된다. 이게 참... 그래서 다 애들을 낳고 사나? 자기가 죽고 나서도 자기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 내가 이 세상을 살다간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뭐 그런 건가?
결혼은 생활이다.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에 지쳐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해가는 일이 있다. 상대보다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공허함을 감당하기 힘든 생활에 빠진 여자도 아닌데 여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낸 '나의 미카엘'... 매번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정도로 아모스 오즈는 남다른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의 작품을 만난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호감이 높은 편이 아니라 이번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면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20대의 주부 '한나'와 한나의 남편 '미카엘'이 가진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 다 어쩜 이럴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눈에 띄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미카엘'이 참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한나는 지질학과 3학년에 다니는 미카엘은 만난다. 계단을 내려오다 실수로 미끄러지는 그녀를 잡아준 미카엘... 다친데 없느냐는 말에 발목이 삔 것 같다는 말에 미카엘의 반응이 흥미롭다. 누구나 이성의 특정 부위에 꽂히는 부분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남자의 손이나 팔뚝, 큰 키 등 다양한 취향을 말하는데 미카엘은 신체 부위가 아닌 발목이란 단어에 꽂히고 둘 사람은 사귀며 결혼까지 한다.
이성을 바라볼 때 상대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가 자신을 그대로 내비쳐도 눈에 콩깍지가 끼이면 내가 보고 싶은 대로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예쁘지 않은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세상에서 젤 예쁜 상대로 보이는 것처럼.... 미카엘이나 한나는 서로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했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특히 한나는 미카엘이 착하고 배려심 깊은 성실한 남편이지만 그를 생각할 때 낯선 사람이고 자신은 그를 전혀 모른다는 말을 참 자주 쓴다. 그러면서 꿈이나 생각을 통해 특정한 인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한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태생적으로 감성이 섬세하고 남자들과 어울리면 남자가 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생각을 했을 정도로 1950년대 예루살렘에서 여자로 살기가 지금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기에 마냥 안 좋게만 보기도 힘들다. 불안정한 심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아들을 낳으며 우울증까지 온 거 같고 자신의 허한 마음을 남편 미카엘이 채워줄 거란 생각으로 결혼했지만 미카엘 자체는 그냥 고요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커다란 변화는 틀 안에 박힌 생활을 뚫고 좀 더 과감하고 능동적이며 강한 남자는 될 수 없는 남자다. 이런 미카엘의 모습에 한나는 실망 했을 것이다. 그에게 대화를 시도해도 그는 오래도록 대화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몇 마디 말을 나누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침묵으로 대응한다.
20대 초반에 애를 낳고 한 번도 결혼 생활에 충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한나는 시댁 식구들이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얘기하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들으며 매년 봄이면 쇼핑중독에 빠진다.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을 쇼핑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나의 모습은 나 역시도 잠시 쇼핑을 즐겼던 적이 있기에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한나의 모습이나 미카엘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 참 안쓰럽다. 아내에 대한 반감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욕망에 대해 적극적인 한나와 달리 새로운 가정부에 대한 남다른 눈길에 발끈하는 한나로 인해 바로 꼬랑지를 내리는 미카엘은 대책 없이 착한 남자다. 좀 더 착하고 이기적이어도 충분히 괜찮은데...
부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미카엘과 한나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발견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여운이 남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29살의 나이로 썼다. 천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며 저자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미카엘은 아내 한나가 예루살렘을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의외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미카엘의 말처럼 예루살렘을 한나는 참 많이 닮아 있구나 싶다.
저자는 이해심 깊은 아내 한나에게 이 글을 바치고자 한다. -p138-
그의 기쁨을 나누려고 하면서 무심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말았기에 미카엘의 말은 나를 아프게 했다. -p139-
⌜힘세고 분별 있는 사람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란다. 언젠가는 힘세고 분별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구나⌟ 미카엘은 물론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침묵.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