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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 윤대녕 여행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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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38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3481
ISBN10 8982813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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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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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추억이 쌓이면 비의를 품은 시간이 당신과 내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당신이 오늘 식물얘기를 하셨지만 사람 관계는 화분을 키우듯이 가져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람 관계야말로 인위적인 힘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던져주는 의미를 감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시간의 이름으로 무언가가 불현듯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식물에 꽃이 피듯.
--- p.58
아침에 눈을 뜨면 대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부채살처럼 틈입해 들어와 침대를 그물처럼 덮습니다. 그 그물에 갇혀 꿈틀거리며 한 달을 열대에서 보낸 것입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절망이란 빛조차도 그물이 된다는 걸 말입니다. 빛의 그물에 갇혀 누군가 정원을 지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열대의 밝은 햇빛.
--- p.10
아침 늦게 일어나 해녀의 집으로 갱이죽을 먹으러 갑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갱이죽을 먹을 수 있는 고은 이곳 섭지코지 해녀의 집뿐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바위 틈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게(갱이)들을 잡아서 절구에 샅샅이 빻아 삼베로 즙을 짜서 끓인 죽입니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라고 하는데 이젠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누런 연둣빛의 죽은 매우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몇 마리나 갈아넣었는지 모르지만 국물이 진득합니다. 그러나 어쩐지 즐겁게 먹을 수만은 없는 음식입니다.

그 예쁘고 앙증맞은 개들이 제먹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주린 인간의 손에 거두어져 절구에서 통째로 빻아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명치끝이 아려옵니다. 이 토속 음식이 사라진 데는 아마 그런 이유가 보태어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작은 생명도 하나의 우주이며 완전한 전체일 것입니다. 아무튼 죽사발에 숟가락을 담그며 뿌연 유리창 너머로 일출봉을 바라봅니다. 지난밤에 그토록 바람에 시달렸건만 저 장엄하고 아름다운 분화구는 내색조차 없습니다.
---p. 80
삶의 한가운데, 감동이 유독 잦을 때가 있었습니다. 때없이 목이 메이던 순간들 말입니다. 그 모든 소리들, 그 모든 풍경들, 그 모든 사람들이 저를 목메이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무살 전후해서 그후 몇 년간, 누구나 가슴 벅차고 그만큼 괴로웠을 생의 한가운데. 그런 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뜸하게 찾아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왔다 가는 것. 헤어진지 몇 년만에 누군가를 만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똑같은 차를 마셔본들 느낌은 전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존재와 서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립니다. 그렇게도 마음졸이며 괴로워하고 긴 기다림 뒤에 가슴이 절대환희에 타오르던 순간들을 말입니다. 그것이 미혹이었고 다만 젊음이었다고해도 좋습니다. 다시 장마철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밤새 서 있고 싶습니다.
--- 본문 중에서
모두가 생각하면 결국 하나입니다. 그대를 은어로 생가하면 은어가 되고 숭어로 생각하면 또 숭어가 됩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내게 은어이고 숭어였던 것. 반딧불들은 불꽃놀이였던 것. 봄 벚꽃은 여름 밤꽃이었던 것. 온천은 꿈에 열대였던 것. 그리하여 물고기들은 그렇게 밤꽃 냄새에 휩싸여 간밤에 그리 더운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날 결혼식에 몰려왔던 채송화들도 미구에 모두 그러할 것. ...그리고 다시 화화. 보름달이 뜬 검푸른 밤바다에 떨어지는 불꽃들. 어느 날 생은 길 끝에 이르러 그렇게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 생이라는 이름의 단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무상히 지우며 흩날리며.
--- p.106
더러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홍련암 마룻바닥엔 가로세로 10센티쯤의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물론 마룻조각으로 막아져있어 가운데 십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들어올려야 바닥이 드러납니다.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절을 하고 나서 그 네모난 마룻조각을 들어올리면 휘황한 꿈인 듯 바다가 엿보입니다. 벼랑 사이로 파도가 철썩이는 게 고스란히 들여다보입니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바다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누가 언제 마룻바닥에 구멍을 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같은 암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그 구멍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보며 내 젊은 날의 고해를 합니다. 벌써 버려야 했을 묵은 상처의 기억을 바다로 떠나보냅니다.
--- p.39-40
당신이 가리킨 곳은 '삼전(森田) 초밥'으로 광화문에 나오게 되면 나도 가끔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우선 값이 싼 편이고 맛도 좋습니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나는 당신을 따라 '삼전 초밥'으로 들어갔습니다. 집마다 특징이 있지만 여기 초밥은 쌀의 쫀득거림이 좀 덜한 게 흠입니다. 같은 예로 홍대앞 '도모'는 묵은 쌀을 써서 쫀득거리기 때문에 매우 감칠맛이 납니다. '삼전'은 물기가 많은 햅쌀을 쓰는 것입니다. ...

먹는 순서는 담백한 재로부터 기름진 재료 순으로, 또 흰색 붉은색 푸른색 순서가 좋습니다. 흰 살 생선은 도미와 광어, 붉은 살 생선은 참치, 푸른 살 생선은 학꽁치 고등어 등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조개류, 알류, 새우와 장어 순으로 먹는게 좋다고 합니다.
--- p.56-57
내 우울증은 마치 길게 생리통을 앓는 여자의 그것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옵니다. 이 며칠 바람이 유난히 드세게 불어갑니다. 지난번 강릉에 다녀오는 길에 참소리 박물관에서 마호가니로 만든 니퍼를 사왔습니다.-쉽세 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좀 망설이기는 했지만 거금을 들여 충동구매하고 말았습니다.
--- p.
꾸역꾸역 초밥을 입에 집어넣는 당신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마치 화가 나 있는 사람같습니다.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초밥엔 쌀덩이가 붙어있어서 각 초밥 간 사이를 두지 않으면 자칫 게걸스러워 보입니다. 초생강으로 최소한 일 분을 버텨야 하는 것입니다. 염장시킴 파뿌리도 가끔 먹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간이 맞습니다.
p.58
꽃을 오래 보기 위한 또 한가지 방법 물을 갈아줄때마다 화병에 아스피린을 한알씩 넣어준다. 하지만 이는 왠지 마취나 방부처리를 하는 기분이 들어 썩 내키지가 않습니다. 안 그래도 발목이 잘려 팔려온 장미에게 한번 더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 얼굴의 화상은 거의 가라앉았습니다.
--- p.16
그가 멀고 먼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본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감색 플랫슈즈, 낮게 기울인 그의 시선, 마른 몸의 그림자, 섬세하고도 단호한 목소리의 여운, 베낭 한 켠에 피어난 선사시대의 제비꽃, 마른 빵과 한줌의 소금.... 그리고 타고 나는 자만이 얻는 그런 글이다.
--- 뒷 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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