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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인을 위한 일상 인문 가이드

지적 생활인을 위한 일상 인문 가이드

: 35가지 호기심으로 배우는 인문학의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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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02g | 153*224*20mm
ISBN13 9791185430669
ISBN10 118543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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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마르틴 부르크하르트Martin Burckhart
1957년생으로, 쾰른에서 독문학과 연극학 그리고 역사학을 전공했다. 1985년부터 자유롭게 글을 쓰며, 베를린에서 음향전문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밖에도 베를린의 예술대학교, 훔볼트대학교, 자유대학교 등에 출강한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기계의 정신Vom Geist der Maschine》《문화 변혁의 역사Eine Geschichte kultureller Umbruche》《철학자들의 부끄러움Die Scham der Philosophie》이 있다.
역자 : 김희상
성균관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막시밀리안대학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독일 관념론을 공부했다. 현재는 유럽 문화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살인 본능》《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유레카》《사자와 권력》《달라이 라마의 공감》《우리 안의 히틀러》《평화: 루이제 린저와 달라이 라마의 아름다운 만남》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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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D …
반대로 24개의 알파벳으로 모든 것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간편한가! 그 덕에 사람들은 저마다 뭐든 읽고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렇게 볼 때 그리스인들의 알파벳 배우기 운동은 곧 평등화를 지향하는 민주화 운동이다.
… 몇 개의 철자가 모여 단어를 이루는 것과 똑같은 이치에 따라 자연도 그 근본이 되는 요소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본 것이다. 자연을 유령과 귀신, 흙의 정령과 불을 뿜는 용이 뛰노는 곳으로 보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자연의 원리를 궁리했다는 사실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혁명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알파는 황소의 뿔이라는 형상을 벗고 무수한 단어를 이루는 원소가 되었으며, 알파벳의 논리에 따라 파악된 자연은 숱한 신들의 간섭을 떨쳐버렸다.
… 생각을 글로 잡아내고 다시금 글을 가지고 생각을 거듭하는 철학이고 보면, 알파벳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의 속내를 알 만하다. 생각을 그림처럼 잡아둔 글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생명력으로 영원이라는 환상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문장이라는 기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렇게 남아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주지 않던가. 언제나 그럴 것 같은 영원이야말로 철학이 낳는 기적이다.--- p.22~25

동전
알파벳 이후로 고대 그리스가 세계에 선보인 두 번째 혁신은 동전이다. 액면가가 적힌 화폐 말이다. 물론 인류 역사상 교환 수단은 이미 동전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있었다. 조개껍질이나 달팽이 껍질, 쇳조각 등 실물 대신 쓴 거래 수단은 많기도 하다. 그러나 동전의 새로운 점은 그 가치가 재질이나 금속의 함량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동전에 찍힌 액면가를 따른다는 사실이다.
… 동전이 생겨난 장소는 바로 그리스 신전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국가의 수호신께 경배를 올리던 신전에서 동전이 태어났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은 소였다(이를테면 소 네 마리의 값, 소 열두 마리의 값이라는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 세월이 가면서 제사장이 당장 먹을 양보다도 더 많은 고기를 얻게 되자, 넘치는 양은 이른바 ‘오볼로이oboloi’라는 것으로 받았다. 이는 고기를 꼬챙이에 꿴 산적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가장 오래된 동전의 화폐 단위를 ‘오볼로스obolos’라고 부른다.
…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갈수록 종교를 등지고 세속화되면서, 더 이상 동전은 신을 뜻하지 않았으며 공동체의 재산으로 떠받들어졌다. 이후 동전의 가치를 보증한 사람은 제사장이 아니라 세속의 권력자였다. 종교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그래도 돈이 신에게 제례를 올리는 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p.27~30

진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진리라는 말을 쓸 때 우리는 당연히 절대적 진리라는 개념을 염두에 둔다. … 그런데 그 진리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진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플라톤은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들어 대답한다.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내용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고백 그 이상의 것이다.
… 이 비유는 플라톤의 진리 개념이 지닌 특징을 잘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일상의 익숙함에 젖은 인간은 동굴에 갇힌 사람과 마찬가지다. 단지 진리의 그림자만 볼 수 있을 뿐, 진리 그 자체는 보지 못한다. 진리를 보려면 감각이 꾸며내는 이런저런 그림자를 떨쳐버리고 감각으로부터 순화된 이성이 필요하다.
… 그러므로 진리에 이르는 길은 ‘아남네시스anamnesis’, 즉 돌이켜 기억하는 ‘상기想起’다.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불멸의 영혼 덕분에 우리는 선천적으로 진리를 알고 있다. 다만 이 진리가 세상의 그림자놀이에 가려지고 만 것이다.
… 영혼이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돌이켜 떠올리는 것이 철학의 기술이다. 바로 여기서 현재라는 파편의 잿더미 아래 묻혀 있던 ‘진리’가 부활한다. 그렇다고 해서 진리가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곤란하다. 진리는 언제나 오롯이 진리로서 영원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진리라는 것을 시간으로부터 떼어내어 영원한 태초로 되돌림으로써 철학이 다뤄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곧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알고 있는 진리, 다시 말해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영원히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진리다.--- p.51~57

논리적 사고를 위한 레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 인간의 생각에 남아 있는 신비의 잔재를 깨끗이 털어버리는 것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을 정도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등장하는 신(단수형에 주목하자!)은 이른바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였을 따름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모든 운동의 출발점이 되는 존재! 변화하는 모든 것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스스로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머무르는 존재! 신을 이렇게 풀이하면 신화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철저히 논리적이다. 이로써 사실상 신의 자리에 ‘학문’이 들어섰다. 학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생각을 요구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멋진 논리학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알파벳에 뿌리를 둔 것이다. 논리학이라는 것을 할 수 있으려면 알파벳은 없어서는 안 될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근본원리인 동일률은 A는 곧 A라는 것이다(A=A). 원인과 결과 사이의 필연성을 강조하는 인과율도 마찬가지다. A라고 말한 사람은 반드시 B도 말해야 한다. 그 유명한 삼단논법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A=B, A=C, ∴B=C).
… 이처럼 논리학의 근본은 ABC다. 논리학자에게서 알파벳을 빼앗는다면, 이는 곧 사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알파벳이 없다면 동일률이나 인과율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p.59~63

아르바이트
중세만 하더라도 손에 흙이나 물을 묻히는 아르바이트, 곧 노동은 욕된 것이었다. 중세의 표준 독일어 ‘아레바이트arebeit’가 정확하게는 ‘없는 자의 비참함’이라는 뜻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물음이 생겨난다.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해서 한 사회가 여기는 소중한 가치로 갑자기 부상될 수 있었을까?
… 그럴 조짐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6세기에 이탈리아 중부 누르시아Nursia 출신의 베네딕트가 최초로 수도회를 세웠을 때였다. … 베네딕트회가 소중히 여기는 구호 ‘오라 에트 라보라Ora et labora’(기도하고 일하라)가 괜스레 생겨난 것은 아닌 셈이다. … 베네딕트 수도회의 구호가 일과 기도를 동격의 자리로 올려놓기는 했지만, 실제로 수도사들이 하는 노동은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 이런 사정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12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이때는 유럽에서 산업혁명의 첫 조짐이 일어나던 시기다. … 시토 수도회의 구호는 “일하는 것이 곧 기도다!”였다. 이는 곧 자신의 수도원에 있는 형제 수도사들의 신앙에 충실한 영성靈性을 노동 실적과 그 효율성으로 측정하겠다는 뜻이었다. … 이로써 시토 수도회는 중세 사회가 성직자와 기사, 농부로 구분해놓은 굳어진 신분 질서를 극복했으며, 그 자리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질서를 놓았다.
… 현실적으로 수도사들의 이러한 실험은 불과 100년 안에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적인 조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걸쳐 360여 개가 넘는 수도원 지부를 건설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경제의 거인으로 급부상했다. … 이제 신앙은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칼뱅주의 혹은 청교도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칼뱅주의는 … 인간은 타락한 존재며, 완전한 타락으로부터 자신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노동이라는 거룩한 일에 반하는 모든 것(늦잠, 시간 낭비, 향락)은 죄악으로 낙인찍힌다.
… 14세기에 들어서면서 아르바이트는 아주 특별한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죄로 얼룩진 삶을 참회하는 사람은 천상의 예루살렘을 건축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그 좋은 사례가 스트라스부르대성당이다). 그리고 당연히 노동의 대가는 원하지 않았다. 참회하는 죄인이 무슨 대가를 바라겠는가.--- p.93~98

시계와 톱니바퀴
시간을 시계라는 톱니바퀴 안에 가두기 전에는 누구도 절대적인 척도라는 것을 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세에 여름의 한 시간은 거의 두 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이었으며, 겨울의 한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던 것을 보라.
… 시간의 특성은 시계라는 형상으로 압축되었다. 이로써 새로운 시간관이 생겨났기 때문에 시계를 근대적 세계관의 탄생과 맞물려 바라보는 것은 아주 적절한 관점이다. … 시계는 12세기 어느쯤엔가 출현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원저작자가 누구인지를 통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시계의 역사는 그 저작권을 일종의 동화로 물들여놓았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제르베르 도리야크로, 나중에 교황 실베스테르 2세가 된 인물이다. … 제르베르는 상당히 학식이 뛰어난 지성인이었다. 그는 놀라운 기계를 세상에 수없이 선보였으며 음악의 악보 체계를 혁신했고, 수학에 ‘0’이라는 수를 도입하려 했다.
… 사실 시계는 톱니바퀴의 원리가 실현된 하나의 특수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톱니바퀴 원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 악기나 장난감은 물론이고, 방앗간의 곡물 찧는 기계도 톱니바퀴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든다. 다시 말해, 톱니바퀴 원리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모든 톱니바퀴 기계의 바탕이 되어주는 우주의 보편 원리다.
… 이처럼 톱니바퀴는 모든 기계의 보편 원리이기 때문에 생겨날 때부터 우주의 보편 원리로 받아들여진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오늘날 우리가 쓰는 컴퓨터 역시 그 기본 바탕은 톱니바퀴 원리다. 각종 부품이 정밀하게 맞물려야 돌아가니 말이다). 그렇다, 그래서 중세의 사상가는 우리의 사랑하는 하느님을 시계공으로 재교육시키려 한 것이리라. 이후 등장하는 ‘신 존재 증명’이 시계의 톱니바퀴가 보여주는 장엄함을 한결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p.100~107

세금고지서
‘세리’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런 힘은 전혀 감지할 수 없다. 국고를 의미하는 라틴어 ‘피스쿠스fiscus’는 원래 ‘갈대를 엮어 만든 광주리’라는 참으로 겸손한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전의되어 ‘황제의 금고’를 가리키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황제의 사적인 재산을 이르는 것뿐이었다. … 그러나 황제가 누구인가? 늘 금고가 비어 있다며 눈을 부라리던 황제는 금고가 아닌 이른바 ‘국고’를 채우라며 지극히 원시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세리는 그 폭력에 맞춤한 무장을 하고 다녔을 정도다.
… 그러자 곧 법률가들이 이 구멍을 메우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며, 세리의 변신을 촉구했다. 당시 법을 주무르던 사람들은 동시에 신학자이기도 했기에, 기독교로부터 적당한 모델을 빌려 왔다. 천국의 부자와 속세의 부자를 구분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가르침에 따르면, 왕은 곧 지상에서 신을 대변하는 절대 권력이다. 따라서 현세의 지배자에게 누를 끼치는 일(납세의무의 위반)은 단순하게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천국에 오르지 못할 죄악’으로 낙인찍혔다
… 이제부터 세리는 어떤 영악한 법률가가 표현했듯 ‘모든 곳에 현현하며, 이런 점에서 신과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 “그리스도가 빼앗지 못하는 것을 세리는 잡아챈다Qui quod non capit Christus, capit fiscus!” 이런 식으로 잠을 자는 법이 없으며 감시의 두 눈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공공의 손’이라는 유령이 지상을 장악했다. 많은 백성을 빚쟁이로 만든 공공의 손은 언제 어디서나 출몰했으며, 왕보다 위대했다. … 이렇게 해서 그저 보잘것없는 숫자나 끼적거려놓은 종이 쪼가리가 왕조차 따를 수 없는 ‘고결한 성물’이 된 것이다.--- p.111~115

난, 나야!
개인은 그 단어(Individuum, 더 나눌 수 없는 것)가 명확하게 보여주듯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후의 결정권이기 때문이다. … 역사에서 개인이 저절로 생겨난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똑똑히 말해야만 한다. 개인이란 오랜 갈등의 역사 끝에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개인은 그 개성을 발견하기까지 전통과 족벌의 법을 따라야만 했다.
… 아무튼 개인이라는 개념과 맞물린 물음은 다음과 같다. 대체 어떻게 해서 고대가 ‘얼간이’라 부르던 인간, 곧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려는 괴짜가 돌연 ‘개인’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을까? 도대체 개인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물론 개인의 발견은 나중에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일 뿐이다. 말하자면 역사의 흐름 끝에 나타난 것을 뒤에서 정당화한 셈이랄까.
… 돌이켜보면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슬을 끊는 일종의 해방운동에 기반을 두었다. 개인은 혈연과 전통이라는 속박을 끊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그림처럼 바라볼 수 있는 사색의 자유에 이르러야만 했다.
… 개인을 일종의 우주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 자연이라는 굴레, 사회라는 테두리, 종교와의 결합 등을 남김없이 끊는 것이다. 이런 해방의 논리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비르투virtu’라는 단어의 발전 역사다(우리가 흔히 쓰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단어는 중세의 ‘비르투테스virtutes’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에서 중시한 네 가지 덕목(총명함, 정의감, 용기, 절제)에 기독교의 축을 이루는 세 가지 덕(믿음, 사랑, 소망)이 더해진 일곱 가지의 기본 덕목이 ‘비르투테스’다. 그런데 이 단어의 근본적인 뜻은 라틴어 어간 ‘비르vir’, 곧 ‘남자’다. 그러니까 군인을 이상형으로 삼은 것에 기독교의 덕목이 추가된 셈이다. 공동체의 단결을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이 기독교를 만나 개인화한 것이다. ‘비르투’는 더 이상 사회의 구속력 아래에 놓이지 않고 개인을 찬양하는 데 봉사한다.--- p.135~141

계몽, 미혹함을 버리고 깨어나라
“계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미숙함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계몽을 통해 깨어난 문화는 보호자의 입김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호자의 이름은 다름 아닌 교회다. 이 깨어남이야말로 18세기가 쓴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 이 모든 것을 계몽을 통해 성취했다고 한다면, 이제 고개를 드는 물음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쟁취해낸 사상의 자유가 과연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바탕이 되어줄까? 이성이라는 것은 단 하나뿐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저마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상대는 틀렸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혹은 무엇이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 예전에 종교를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벌였듯, 이제는 계몽주의자끼리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이것이 바로 계몽이 프랑스혁명에 점지해준 운명이다.
… 칸트를 두고 처음으로 철학의 비밀을 밝혀낸 인물이라 말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칸트는 모든 생각 기계의 내부에는 신비한 초능력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놀라운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생각 난쟁이’가 틀어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반대로 칸트의 냉철한 통찰은 이러했다. “철학은 기적 같은 것이 아니다. 철학은 인간의 상상력에 따른 작업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말하는 핵심이다.
… 칸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계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미숙함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답한 것을 볼 때, 교회나 독재자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자연과학이나 의학을 맹신하는 태도나 과학적 유물론(공산주의)을 맹종하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미숙함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통찰을 가로막는 모든 것은 유치한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 p.175~181

서류파일
정신의 지평 너머 어둑한 곳을 바라보면 관료주의 체계는 기묘한 서류철 찬양과 더불어 일차적으로 서류 정글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 막스 베버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게 현대 관료주의 모델을 정확히 그려냈다. 전통적 권력은 관직과 그 주인을 구별하고도 여전히 질서가 서지 않았다(그래서 관직을 사는 일이 가능했으며 심지어 이를 유산처럼 자손에게 물려주기까지 했다). 그에 반해 현대의 관료주의 권력은 깔끔한 질서에 근거하며 결정을 내리는 것, 특히 모든 결정을 서류로 확정하는 데 바탕을 두었다.
… 베버가 염두에 둔 권력은 말하자면 ‘투명 권력’이다. 다시 말해, 어떤 애매함도 허용하지 않으며 주무관청과 책임의 한계가 서로 겹치지 않는 명확한 권력 형태다. 관청을 일종의 거대한 문서 작성 기계로 바라본다는 것은 … 간단히 말해서 서류는 필요할 때마다 얼마든지 다시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서류는 사안에 맞게 자동적으로 어떤 관리의 탁상 위에 정해진 때에 정확히 놓여야 한다. 이런 자동화 과정이 벌써 권력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권력은 그것을 행사하는 관리의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류(또 그 보존 체계)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 현대의 관료주의가 갈수록 괴기한 모양을 갖춰나갔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작동 원리가 되어준 역사적 모범이다. 이른바 ‘운영 체계’라는 것은 관료주의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관료주의에서 서류의 모든 변화를 일일이 기록하던 시스템 역시 컴퓨터 안에서 ‘레지스트리Registry’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p.223~227

섹스
… 기대에 부풀어 있을 독자의 면전에 거두절미하고 진정한 섹스는 더 이상 없다고 말하자니 면목이 서지 않는다. … 오늘날 섹스는 판촉부장이라는 직함에 충실할 따름이다.
… 그나마 섹스가 제대로 대접받은 것은 사회계약 이론이 절정을 맛보던 시절의 계몽주의 덕분이었다. 여기서 특히 언급해야 할 인물은 사드와 푸리에다.
… 이른바 ‘빅토리아시대’라 불리는 19세기에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철저히 섹스를 금기시하도록 가르쳤다. … 실제로 푸리에의 사상에 생명력을 다시금 불어넣어준 것은 자본주의다. 오늘날 광고가 떠받드는 구호를 들어보라. “Sex sells!”(섹스는 팔린다!)
… 그렇다, 에로틱한 분위기를 발산해야만 물건이 팔리는 게 우리 세상이다. 다시 말해, 널리 팔리는 물건은 이제 더 이상 금과 같은 실물이 아니라 섹스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은근히 풍기는 섹스의 냄새일 뿐이다. … 인간이 가진 욕구를 자본의 눈으로만 바라본 결과, 섹스라는 원초적 본능이 광고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이런 자본의 눈에 인간은 걸어 다니는 동전일 뿐이다). 오늘날 ‘주목의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제학이라고 해서 섹스 혁명을 봐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아하게 돌려 말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주목’이라는 것은 섹스를 무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 이미 상품은 차고 넘쳐날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가 하는 문제가 경제의 핵심이 되었다. 소비자가 특정한 상표를 보고 기대에 부응하는 품질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다.
… 모든 상품은 시리즈로 생산되며,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눈길과 감각은 기획되거나 복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주목이나 관심을 귀한 재화로 이해한다면 많은 일이 쉽게 분석되거나 설명될 수 있다.--- p.235~241

DNA
… 우선 DNA라는 것이 ‘믿음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DNA라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세 사람이 신의 뜻이라고 여겼던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밝히고 싶다. … 다만 내 반론은 유전학이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 일종의 신앙 체계로 나아가려는 점을 노릴 뿐이다. 우리는 유전학이 꾸며내려는 신앙을 계몽이라는 엄격한 법으로 감시해야만 한다.
… DNA는 두 가지 문화의 전통이 결합된 것이다. 우선 고대에서부터 유럽인을 사로잡은 달랠 길 없는 호기심이 그 하나다. 자연의 전모를 파악하고 통제하려는 욕망 말이다. 두 번째 것은 19세기의 어떤 사상가가 말했듯 ‘자연에 알맞은 필적’의 모색이다.
… 한때 철학자들이 알파벳이라는 표지로 신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자부했다면, 이제 유전자는 창조에 앞서는 우주의 청사진, 곧 인간이 마음대로 자연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설계도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건대 유전공학의 이러한 야심은 터무니없는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 할 수 있다.
… 마법에 매달리던 시대에는 동물의 내장을 들여다보고 새의 날갯짓을 올려다보며 신의 뜻을 읽어내려 안간힘을 썼다면, 이제는 우리의 앞날을 점쳐보려는 욕구가 기계화되었을 뿐이다.
… 그러나 어떤 것이든 지식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라는 구조를 지녀야만 한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이 합의했기 때문에 기괴하기 짝이 없는 어불성설이 사회를 묶는 접착제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빚어지는 것이 사회라는 현실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이 현실은 그 본성상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원죄 없는 잉태’라는 도그마가 인간이 지어낸 가장 큰 날조로 보이는 이유다.
--- p.249~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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