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1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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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60g | 152*215*30mm |
ISBN13 | 9791130620459 |
ISBN10 | 113062045X |
발행일 | 2019년 01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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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60g | 152*215*30mm |
ISBN13 | 9791130620459 |
ISBN10 | 113062045X |
프롤로그_ 교양이 없는 전문가는 위험한 존재다 제1부 무기가 되는 철학 철학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왜 철학 앞에서 좌절하는가? 제2부 지적 전투력을 최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 제1장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01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프리드리히 니체_르상티망) 02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칼 구스타프 융_페르소나) 03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에드워드 데시_예고된 대가) 04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_수사학) 05 노력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신은 말하지 않았다(장 칼뱅_예정설) 06 타고난 능력이란 없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존 로크_타불라 라사) 07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에리히 프롬_자유로부터의 도피) 08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_대가) 09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 (장 폴 사르트르_앙가주망) 10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_악의 평범성) 10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에이브러햄 매슬로_자기실현적 인간) 11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 (레온 페스팅거_인지 부조화) 12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스탠리 밀그램_권위에의 복종) 13 언제 일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_몰입) 제2장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는가?’ 15 뛰어난 리더의 조건 (니콜로 마키아벨리_마키아벨리즘) 16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존 스튜어트 밀_악마의 대변인) 17 붕괴된 가족과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 (페르디난트 퇴니에스_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18 변화는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한다 (쿠르트 레빈_변화 과정) 19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 (막스 베버_카리스마) 20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에마뉘엘 레비나스_타자의 얼굴) 21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로버트 킹 머튼_마태 효과) 22 협조할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 (존 내시_내시 균형) 23 왜 기장이 조종할 때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을까?(헤이르트 호프스테드_권력 격차) 24 안정이 계속될수록 축적되는 리스크(나심 니콜라스 탈레브_반反취약성) 제3장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5 시스템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는가 (카를 마르크스_소외) 26 독재에 의한 질서 vs. 자유가 있는 무질서 (토머스 홉스_리바이어던) 27 구글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까? (장 자크 루소_일반의지) 28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애덤 스미스_보이지 않는 손) 29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찰스 다윈_자연도태) 30 업무 방식의 개혁 앞에 놓인 무서운 미래 (에밀 뒤르켐_아노미) 31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마르셀 모스_증여) 32 성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시몬 드 보부아르_제2의 성) 33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 (질 들뢰즈_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 34 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세르주 모스코비치_격차) 35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 (미셀 푸코_파놉티콘) 36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돈을 쓴다 (장 보드리야르_차이적 소비) 37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거짓말 (멜빈 러너_공정한 세상 가설) 제4장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38 ‘결국 이런 뜻이죠?’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 (소크라테스_무지의 지) 39 이상은 이상일 뿐,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지어다 (플라톤_이데아) 40 오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_이돌라) 41 생각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 (르네 데카르트_코기토) 42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게오르크 헤겔_변증법) 43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어휘력을 길러라 (페르디낭 드 소쉬르_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44 때로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드문트 후설_에포케) 45 과학적인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칼 포퍼_반증 가능성) 46 에디슨은 축음기를 유언장의 대체품으로 발명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_브리콜라주) 47 조급해하지 마라, 세상은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토머스 쿤_패러다임 전환) 48 이분법을 넘어서라 (자크 데리다_탈구축) 49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앨런 케이_미래예측) 50 사람은 뇌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생각한다 (안토니오 다마지오_신체적 표지) 역자 후기 칸트와 스피노자 없이 철학을 이야기하는 법 |
아무리 쉽게 쓰인 철학책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말처럼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거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대단한 발견처럼 나열하는 문장들을 접할 때면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단 착각에 빠진다. 나 역시 늘 자책하며 철학책을 놓아버리기 일쑤였기에 실생활에 적용가능하단 설명을 보고 용기를 내어 리뷰 신청을 덜컥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가 이제껏 필요한 부분만 발췌한 것이 아닌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방식으로 숙독한 최초의 철학책이 되었다.
작가는 기존의 철학책과 자신의 철학책의 차이점을 항목별로 설명하며 책을 시작한다.
물론 그 하나하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의 이러한 표현 방식을 눈여겨보았다.
책 속에는 번호를 달고 정리된 부분들이 종종 나온다.
글쓰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적 특성이라던가, 성격이 묻어나오기도 하기에 이런 부분에서 기업 경영 컨설턴트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돋보였다.
동어반복과 긴 문장을 자랑하던 기존 철학책의 문장들과 달리 마치 프리젠테이션을 보듯 핵심만 쏙,쏙 뽑아내 보기 좋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철학가들의 생각을 무기로 활용하길 원하는 작가만의 철학, 즉 사고 방식이 드러나고, 이것 또한 우리에게 무기가 된다.
생활에서 복잡하고 어려울 땐 핵심을 잘 파악하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책 형식에 관해 존재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시간 순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기에 펼쳐서 나오는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는데 있다. 사실 책에서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항목을 작가 임의로 나누어 걸맞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소개하고 있으나, 독자들은 그 구분에 크게 개의치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조직에서 다루는 리더십에 관한 철학은 곧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조직은 사회와 연결될 수 있으며, 사고는 사람과 그리고 조직 내에서 사고하느냐, 사회에 대해 사고하느냐 등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철학이 처세술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히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이라는 실용적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기'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현 시대가 전쟁터임을 인정한데서 책은 출발한다.
유행가와 마찬가지로 서점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다 보면 그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데 이 책이 요즘 떠오르는 도서로 꼽힌 것은 아마 세상이 전쟁터이며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무기를 잘 포장해서 판매하는 군수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순히 천재의 사고흐름을 낱낱이 풀어놓고 그것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천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책에 실린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방식을 따라한다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기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의 사유방식은 그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며, 우리는 그 때와 또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사유방식을 따라 처세술로 삼아 누구를 공격하라는 것일까?
아니면 숱한 공격들로 자신을 방어하는 방패로 삼으라는 것일까
물론 읽고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나 나는 이 책의 핵심은,
'깊이 생각하라’,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아라’ 에 있다고 ‘생각했다.’
탈구축, 미래 창조, 에포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타자의 얼굴
처음에는 다양하고 많은 어휘를 가질 수록 그 사람은 좀 더 섬세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에 공감했고, 다독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많은 책을 읽어 많은 시니피앙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 삶은 전쟁일까?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가, 여기서 잠시 우리는 에포케(정지, 중단)가 일어났고, 더 나아가 누구를 공격하거나 나를 방어하는 무기가 필요한 전쟁터로서의 삶이 아닌 전혀 새로운 삶의 장을 구축하려는 탈구축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물론 새롭게 선 터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창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작가는 우리가 개개인의 가치관을 너무나 완고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에 절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챕터이긴 하나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이라는 개념을 빌려 얼굴이 이해 가능성의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듯 우리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져야 하나 '지의 무지'처럼 아는 것에 겸허해지고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무기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의는 방어와 공격이 아닌 내려놓음의 때를 아는 지혜와 그것을 실천하는 용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철학을 전공한 작가는 철학과 어떻게 보면 거리가 있어보이는 기업문화에 적응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 괴리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작가는 자신이 배운 내용, 철학가들의 사유방식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자신이 깨달은 바를 대중들과 나누고 싶었는지도 잘 전해진 책이었다. 철학가들의 사유방식을 살펴보려는 노력은 군데군데 드러나지만 이 책의 특징을 놓친 채 어떤 챕터에서는 개념에만 기대어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의 사유의 단편임을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반박하며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만한 도서인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저자인 야마구치 슈는 기업을 컨설팅하는 직업에 종사한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사유를 경영론, 조직론 등에 접목시켰다. 그는 서문에 약간의 자기 자랑을 섞어서 자신이 철학 개념을 알게 되어 문제와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통찰력이 생겼음을 언급한다. 타인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안목, 세밀하게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촉은 철학적 사유에 힘 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다. 철학 개념은 세계를 추상한 결과이므로 대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니체의 르상티망, 쿤의 패러다임,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은 인간 심리나 행동의 특정 부분에 경계를 만들고 빛을 비춰주어 해명한다. 철학 공부는 분명 삶에 쓸모가 있을 것이다.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그 어떤 학문적 지식에 쓸모가 없겠는가?
그런데 쓸모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두 가지 상이한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실제적인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이론적인 측면이다. 야마구치 슈의 접근은 실제적이다. 니체가 말한 르상티망은 약자의 전도된 도덕을 추동하는 인간의 저열한 심리 기제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갖는 원한이 르상티망인데, 니체에 따르면 강자를 악으로, 약자를 선으로 전도시킴으로써 자기 존재를 정당화하려는 약자들의 책략 때문에 도덕이 탄생했고 강자를 억압하는 비겁한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인간에게 원한과 같은 심리가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니, 마케팅이나 조직 운영에서 이를 감안하거나 이해하면서 방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인간은 원한을 갖기 쉬운 동물임을 알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 측면에서 책은 철학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쓸모 있고 유용하다며 독자를 설득한다.
반면, 이론적 측면의 쓸모는 세속에서 볼 때 쓸모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의 인식적 자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니체가 쓴 『도덕의 계보학』을 읽고 실존의 한쪽이 무너지는 경험과 같은 것. 르상티망 개념에 비추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관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한순간에 붕괴되는 듯한 경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득함 속에 여태까지 세상을, 자신을 잘못 알고 있었음을 통렬하게 깨닫는 경험. 아니, 도덕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사실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우연의 산물임을, 적어도 권력의 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시적 규범임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정신적 위기감. 그것은 테레사 수녀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심장에 화살을 맞은 것 같은 법열과도 다르지 않은 고통이다. 인간은 그러한 체험으로 한차례 깨지고 새롭게 세계관을 구축하며 이전보다 자유로운 실존을 얻는다. 철학적 사유의 근본적인 쓸모는 바로 '자유'에 있다.
야마구치 슈의 책은 유쾌하고 재미있다. 개념 중심으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고 챕터의 길이는 짧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이다. 그러나 부담 없이 읽은 만큼 독자를 변화시키는 강도는 크지 않다. 다시 말해, 이 책을 읽었을 때, 천지가 진동하는 세계관의 충격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개념을 언론에서 떠드는 유행의 변화 정도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사건은 지금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근본적인 토대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다. 전환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은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오늘날 조선일보에 '김정은 만세!'를 싣는 용기와 같다. 아니, 지동설은 이보다 훨씬 더 신성모독적이었을 것이다. 토마스 쿤의 책을 읽어야만 패러디임 전환이 얼마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인지, 정상과학이라고 지칭되는 패러다임에서 오류를 읽어내고 그 틈새를 벌려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정착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3쪽 정도로 간단히 요약할 성질이 아니다. 한 권을 3쪽으로 요령 있게 정리해주면 편하고, 그렇게 정리된 지식을 앵무새처럼 떠들면서 과시용으로 써먹기에는 좋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관을 갈아 뒤엎고 인식의 자유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철학 개념보다 심리학 개념에 더 눈이 간다. 책에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이 소개되고 있다. 이미 『설득의 심리학』에서 소개되어 유명한 밀그램 실험이 눈에 띈다. 버튼을 눌러서 누군가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는 상대방이 고통을 호소하고 기절에 이르기까지도 권위 있는 의사의 말에 따르면서 전기충격 버튼을 누른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이 실험에서 권위에 맹신하는 인간의 허점을 읽을 수 있다. 책임 소재가 애매해질 때,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다. 완전해 보이는 시각에 맹점이 존재하듯, 인간의 마음에도 맹점이 있다. 예상된 보상이 오히려 행동이나 성취를 저해할 수 있음을 밝힌 실험도 흥미롭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샘 글럭스버는 둔커가 고안한 촛불 실험을 재활용하여 해답을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을 때와 약속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했더니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을 때 평균 3~4분 정도가 더 걸린다는 결과를 얻었다. 심리학 실험은 인간 심리에 대한 일반적 믿음을 공격한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또는 '외적 보상이 강할수록 성취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와 같은 믿음을 심리학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무너뜨린다.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들은 심리학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결론을 염두에 두면서 조직을 개편하거나 이끌면 일반적으로 위험에 빠질 확률이 줄어들 테니까. 심리학이 밝혀낸 인간 일반의 특성은 조직론이나 일상적 의사소통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기 쉬운 도구들이다.
허나, 이러한 심리학도 맹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모든 사람이 인간을 고문하는 실험을 수락하지는 않았다. 전기충격이 비인도적이라며 거부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에서 도출하는 결론은 양적 연구나 통계와 같이 일반성이지 보편성은 아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심리학처럼 인간을 대상화하거나 일반화해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유일하면서도 평등함을 잊지 않으며, 각자에게 주어진 몫을 맡기고 주는 공정함을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평등성과 단일성의 모순을 온전하게 결합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모순 관계를 추상의 힘으로 직시하고, 근기 있게 실천하려는 의지를 철학이 준다. 철학이 삶의 무기라면 아마 이런 측면에서 작용할 것이다. 저자는 철학이라는 무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철학의 진정한 쓸모는 무기의 칼끝을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무구치 슈/ 김윤경
다산북스/2019.2.8.
sanbaram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철학’이 삶을 살아가는데 ‘무기’가 되어 준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학이라고 하면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공부하는 것으로 삶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생활에 적용할 수 없는 철학이라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실생활에 유용한 것으로 책을 엮었다고 한다. 저자는 게이오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미술사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텐쓰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AT 커니를 거쳐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했다. 히토쓰바시 대학교 경영관리 연구과 겸임교수로 일하며 저서로는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읽는 대로 일이 된다> 등이 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이 책이 기존의 철학 입문서와 다른 것은 차례를 시간축에 따라 배열하지 않고 네 가지 콘셉트 즉,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구성했으며, 콘셉트가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1부 무기가 되는 철학과 2부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으로 되어 있다. 50가지 철학사상을 생활과 연관지어 ‘1장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할까? 2장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을까? 3장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4장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등 4개의 주제별로 구성 되었다. 고대 철학자들부터 줄줄이 나열하여 독자를 주눅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 사상가가 주장한 철학의 뼈대를 주제별 콘셉트로 묶어 자세한 설명과 함께 현대 사회에 접목시켰다. 저자 나름의 시사와 통찰을 이끌어 내고 있어 그 내용이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는 철학을 배움으로써 얻게 되는 네 가지 이점을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어젠다를 정한다,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우리의 목적이 즐겁게,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데 있다면, “지식이나 기술을 몸에 익히는 일의 의미도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즐겁게 살 수 있는가?’ 또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p.33)”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서는 일본 사회의 배경과 상황을 예시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현대 사회의 상황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를 앞서고 국가를 초월한 철학가들의 사고가 인공지능과 소셜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미래를 향한 물음을 던져 준다.
“우리는 신념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과관계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인지 부조화 이론은 시사한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이 일어나고, 나중에 그 행동에 합치되도록 의사가 형성된다.(p.112)” 다시 말해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나중에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라는 것이 페스팅어가 내놓은 인지부조화 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플라톤은 철학자를,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p.334)” 수많은 인간관계와 조직 속에서 고민하고 사고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지혜를 사랑하는 그들에게 철학을 배우고 지혜를 익혀 우리 삶의 방향을 내 의지로 조절하고 더욱 능동적으로 살아 내는 데 길잡이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게 해준다는 점이다.(p.7)”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철학이 비즈니스맨에게 중요한 이유는 비즈니스에도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예전에 잘 운용되었던 체제를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바꾸어 나가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나 습관 또한 그런 맥락에서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세트
27,900원 (10%)
역사의 쓸모 + 예술의 쓸모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세트
44,100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