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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

리뷰 총점9.2 리뷰 14건 | 판매지수 1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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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308g | 135*200*20mm
ISBN13 9791197689284
ISBN10 119768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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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글로 화제를 모은 나종호 정신과 의사가 쓴 첫 책. 뉴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상담해온 이야기를 모았다. 낙인과 편견이 왜 심리적 문제로 이어지는지, 공감과 공존을 위해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색했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

1장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

두 사람 사이의 거리
뉴욕의 노숙자, 노숙자의 뉴욕
그 사람이 떠난 게 믿기지 않아요
기억을 함께 걷는 시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
소수 인종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
아몬드 할머니

2장 공감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르지 않을까, 그게 어떤 기분인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그녀의 신발을 신고 걷다
공감과 동정, 그 사이 어딘가
공감을 넘어 고통의 나눔으로

3장 낙인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삶

전 레지던트 의사들이 좋아요
조울증은 나의 일부일 뿐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
용기 내줘서 고맙습니다

맺음말 - 안녕, 뉴욕
참고문헌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사람 도서관 서고 한 켠의 이야기다. 내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책’과 같았다. 그 책 속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감동적이고 자주 슬펐으며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 그들에게 ‘검은 머리의 이민자 출신 정신과 의사’인 나 또한 처음 만나는 ‘책’이었으리라 짐작한다. 그 만남들이 차곡차곡 쌓여 정말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 p.11~12

‘내가 방망이를 너무 세게 당기면 삼촌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거야.’
자신을 매일같이 학대하고 해치려는 삼촌이 다칠까 봐 걱정했다는 소년의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진료를 마친 후, 트라우마 치료 전문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으며 이 대목을 이야기하다가 나는 교수님 앞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 p.51~52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인종 갈등이 극심해지고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시기에 괜히 미국에 온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언젠가 내 아이도 내가 겪은 이런저런 부정적인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것 아닐까 싶다.
--- p.67

누구나 자신과 매우 다른 배경의 사람보다는 유사점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하기가 더 쉽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내면 깊은 곳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본인들과 여러모로 유사한 배경 때문에 자연스레 그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알코올중독이라도, 노숙하는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게을러서 자기 관리도 못하고 알코올에 중독된 거 아니야?’)과 의사 출신의 환자가 술로 스스로를 달래게 된 사연을 바라보는 시선(‘얼마나 힘들었으면 뒤늦게 술에 의존하게 되었을까?’)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 p.97~98

동정심은 고통을 겪고 있는 주체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타자화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연민하지만 그 아픔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동정심은 나와 고통을 느끼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반면, 공감은 고통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본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느낌으로써 비로소 그 고통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덜어낼 수 있다. 진심 어린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실제로 덜어준다. 심리 치료에서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보이는 요인이 바로 치료자의 공감 능력이다.
--- p.119

공감의 기저에는 더 높은 수준의 컴패션이 존재한다. 이는 타인을 향한 단순한 관심이나 호기심 이상의 가치이며 타인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욕구와 헌신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수록 그 고통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을 것이다. 또 타인의 말에 더 열심히 귀 기울일수록 우리 각자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실은 얼마나 비슷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 p.128

편견 어린 시선과 사회적 낙인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중증 정신 질환자는 때로 그 낙인을 체화하는데 이를 내재화한 낙인(internalized stigma) 혹은 자기 낙인(selfstigma)이라 부른다. 정신 질환자를 향한 대중의 편견(가령 ‘정신과 환자들은 위험하다’)을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믿게 되는 것이다.
--- p.137

흔히 중독환자의 뇌를 ‘하이재킹(hijacking)당했다’고 표현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비행기(몸)의 조종석(뇌)을 ‘약물’ 혹은 ‘술’에 점령당한 것 같은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중독에 빠지게 하는 뇌 부위는 생존과 관련된 원초적인 부위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벗어나기는 매우 힘들다. 생존 욕구는 의지로 없애버리거나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p.164

자살을 선택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고인은 물론 자살 유가족들까지 낙인찍는 일이다. 실제로 자살 유가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바로 “고인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묻는 것”이라고 한다. 유가족 중에는 낙인으로 인한 수치심과 죄책감 때문에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를 꺼리고 고립되는 경우도 많다. 죄책감, 수치심, 고립 그리고 애도 과정이 합쳐질 경우 극심한 정신적 통증(psychache)을 느끼게 된다.
--- p.17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예일대 정신과 나종호 교수가 들려주는
공감과 연결의 이야기


덴마크에는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 있다. 여느 도서관처럼 이곳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책을 대여해준다. 차이가 있다면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대여 기간도 좀 다르다. 1-2주가 아닌 30분 동안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타인을 향한 낙인과 편견, 혐오를 완화하고 이해와 존중,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자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픈 생각에 정신과 의사로 전향한 예일대학교 나종호 교수는 첫 책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에서 사람 도서관 ‘사서’를 자처한다. 저자는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 환자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11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특히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 질환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한 환자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

책에는 저자가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뉴욕대학교 레지던트를 거쳐 예일대에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펠로우)를 하는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말 그대로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성 정체성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은 모두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라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해 들려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야기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신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낙인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 구성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8쪽)”이라고 말한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내 눈앞에서 스스로의 의미 있는 삶을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자기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는 코펜하겐에서 일부러 ‘무슬림’을 대여해 이야기를 나눈 한 여성이, “무슬림 맞냐? 내가 알고 있던 무슬림 이미지와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대목이 등장한다.(9~10쪽) 낙인과 편견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노숙자가 된 변호사, 약물 중독에 빠진 할아버지,
PTSD에 시달리는 이민자 청년까지.
사람 도서관 사서가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으로 점철된 단막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연속극이다. 책의 1장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을 읽으면 확실히 그렇다. 1장에는 저자가 레지던트 시절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순간에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맨해튼의 잘 나가는 변호사(21쪽), 약물 중독인 줄 알았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지속적 애도 장애’를 겪는 중이던 할아버지(37쪽), 유일한 혈육을 믿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떠안게 된 청년(50쪽), 잠자리와 먹거리가 필요해 병원 응급실에 찾아든 노숙자와 그의 작은 반려동물(31쪽).

‘노숙자’, ‘약물 중독’, ‘이민자’, ‘정신 질환자’ 같은 간편한 단어에는, 그 단어로 불리는 사람이 무엇에 기쁨을 느끼고 언제 행복한지, 무엇 때문에 아팠으며 왜 힘든지는 소거되어 있다. 1장에서 저자는 그 단어에 미처 담기지 못한 어떤 이들의 삶에 현미경을 비춘다. 그곳에는 중증 조현병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딸 이야기에 울고 웃는 엄마가 있다. 비닐봉지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아내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담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다. 길에서 노숙을 하는 처지지만 어떻게든 반려동물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는 청년이 있다.

사람 도서관 사서인 저자가 안내하는 ‘사람 책’을 들여다본 독자들은, ‘독서’라는 행위가 대개 그러하듯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특정 단어로 퉁 쳐 ‘그럴 것이다’라고 쉽게 넘겨온 말들(예를 들어 노숙자는 게으를 것이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이민자도 위험하다는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나태한 일반화였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공감 능력 제로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1장에서 피와 살이 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2장에서는 ‘공감’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메이요 클리닉과 벨뷰 병원에서 두 가지 다른 경험을 하며, 공감의 불가능성과 가능성을 맛본다.

우선 백인 환자가 저자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역시 백인이던 지도교수가 묵인한 일을 겪으며 저자는 ‘공감이란 처지가 같은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휩싸인다.(79쪽)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교수가 ‘의사 출신의 알코올중독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감정이입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92쪽) 공감의 불가능성, 선택적 공감이 주는 무력감을 체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회의적인 답을 내놓던 저자의 생각을 바꿔준 일이 뒤이어 등장한다. 자폐아를 홀로 키우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제이콥의 어머니는 “아이가 환청을 듣는다, 입원시켜 달라”며 정기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그들을 ‘사정은 딱하지만 환청이 없으므로 어서 퇴원시켜야 할 존재’로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아이를 키워봐서 얼마나 힘들지 잘 알지만 “동정심만으로 환자의 입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교수는 달랐다. 동성애자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던 그는 처음으로 ‘가족 미팅’을 잡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용기가 부족해 아이를 입양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이가 없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듣고 싶고 배우고 싶다”고. 미팅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제이콥의 어머니는 뉴욕에서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과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냈고, 교수는 가만히 들었다. 마지막에 교수는 “주제넘는 조언을 해도 되겠냐”며 자폐증 부모 모임에 관한 정보지를 건넸고, 외래 진료도 권했다. 그 후 제이콥과 어머니는 더 이상 응급실을 찾지 않았다.(112쪽)

이 일은 저자에게 ‘경험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공감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과 의지, 노력에 의해 발달시킬 수 있는 영역이라고.(127쪽)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내 권리를 침해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열의 사회’를,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곧 내 권리를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연결의 사회’로 바꾸는 유일한 길은 ‘공감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공감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어쩌면 공감 능력 회복을 위한 가장 첫 걸음일 수 있겠다.

낙인은 어떻게 당사자를 습격하는가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가


3장에서는 낙인의 세 가지 형태를 알아보고(154쪽) 조현병, 조울증, 중독 그리고 자살을 둘러싼 흔한 낙인과 오해가 어떤 모습으로 당사자들을 습격하는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는 정신 질환을 향한 낙인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낙인 완화는 저자가 이 책을 쓴 궁극의 목표다. 낙인이 주는 악영향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 질환을 향한 낙인은 정신 질환 당사자나 가족이 치료를 받지 않거나 미루도록 한다는 데서 치명적이다.(155쪽)

저자는 ‘뇌의 생물학적 기전’이 정신 질환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낙인이 많이 완화되었지만, 중독에 관해서만은 여전히 ‘의지’의 문제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중독만큼 뇌의 기전이 잘 밝혀진 정신 질환은 드물다”고 말한다.(162쪽)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선언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해도 삶이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래서 자살을 시도하는 그 순간만은 자살이 ‘선택지’가 아닌 현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낀다고 말한다.(170쪽)

저자는 묻는다. 선택지가 없다고 느낀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를. 흔히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자살을 ‘선택’으로 규정하는 일이 이러한 편견을 강화하기에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171쪽)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 책을 읽고 “삶의 많은 문제는 사람을 향한 오해와 낙인 그리고 혐오에서 온다. 심리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 소수 인종, 성소수자. 이들에 대한 오해만 걷어내도 우리 삶은 자유로울 것”이라며 “이 책이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맛보게 해준다”는 추천사로 일독을 권했다.

이야기는 나와 당신을 연결한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이른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일까. 내가 그 용어로 호명될 일은 단 한 번도 없을까. 그게 꼭 그렇지 않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중산층 남성(주류)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소수 인종의 이민자라는 소수자성(비주류)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뉴욕 정신과 의사이자 사람 도서관 사서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마침내 그들과 연결되는 일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낙인찍히거나 배척되는 대신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뒤 일상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 또는 내 가치관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힘들 때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 책을 먼저 읽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권준수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래 전부터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 정신과 수련 과정에서 겪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살이 ‘극단적 선택’이 아닌 ‘유일한 탈출구’이기에 살고 싶어서 하는 행위라는 것을,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정말로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 권준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첫 문장에 마음을 뺏기는 책이 있다. 몇 번씩 책장을 덮고 생각에 잠기도록 하는 책이 있다. 읽고 나서는 꼭 다시 읽겠노라고 마음먹게 되는 책이 있다. 글쓴이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서 저자 소개를 다시 보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이 모든 걸 다 갖추었다. 삶의 많은 문제는 사람을 향한 오해와 낙인 그리고 혐오에서 온다. 심리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 소수 인종, 성소수자. 이들에 대한 오해만 걷어내도 우리 삶은 자유로울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맛보게 해준다. 의학적 내용을 담지 않았음에도 치료받고 있는 느낌을 준다. 한없이 따듯한 저자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마음이 힘들 때 한 번씩 꺼내보면 편안해질 것 같은 책이다.
-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쉼* | 2023.06.14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직업상 도서관, 독서, 책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 책 제목에는 더 관심이 간다.  사람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이 도서관 마다 많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흔히들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세계는 특이한 사람들로 가득하니 하나하나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리뷰제목

 직업상 도서관, 독서, 책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 책 제목에는 더 관심이 간다. 

사람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이 도서관 마다 많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흔히들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세계는 특이한 사람들로 가득하니 하나하나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독창적인 인물로 빚어내 이야기에 등장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현재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하는 사람책 읽기는 진로 탐색 위주의 멘토, 작가들의 강연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덴마크에는 사람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다른 도서관처럼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자유롭게 책을 빌리고 일정 시간이 자나면 반납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라고 한다.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 되며 30분 가량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작가의 직업은 정신과 의사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니 맞춤형 사람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신질환, 정신병, 정신과 의사 등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뇌리에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 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숨기거나 가기를 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자살 예방, 중독 등 다양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기에[ 수치적으로도 한국보다 훨씬 자살률도 낮다고 한다. 

 작가는 환자들과 대화할 때 그들의 문제로 인한 편견을 없애고 낙인을 찍지 않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험하지 못한 일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줄때 유대감이 더욱 두터워 짐을 알수 있었다. 

공감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윌리엄 밀러 박사는 그의 저서 [경청하기: 공감적 이해라는 예술]에서 조건 세가지를 말하고 있다.

1.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인지

2. 내가 모든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

3.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일 수록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음

펠프스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은 일은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기록한 것 만큼이나 멋지고 용기있는 대단한 일로 평가된다고 한다. 

자신의 정신적인 병력을 고백함으로 치유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존엄한 행위다. 

중독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며, 생리적인 문제임을 자살이 극단적 선택이 아님을 알게되고 깊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알게됐다. 

우리나라에도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보편화 되고 나쁜 낙인이 찍히지 않는 선한 영향력으로 전파되면 좋겠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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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추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r | 2022.05.2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책 읽는거 싫어하는데 이번 책은 이틀만에 다 읽게될 정도로 글 흐름이 좋았습니다. 출장이 잡혀 오가는 길에 운좋게 조용히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공감의 의미, 중요성, 특히 학습 가능성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이 책 덕분에 어느 정도는 알게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도 이 책을 접하게 되어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이 낙인으로 얼룩진 분열된 한국이 필요로한 것이 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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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거 싫어하는데 이번 책은 이틀만에 다 읽게될 정도로 글 흐름이 좋았습니다. 출장이 잡혀 오가는 길에 운좋게 조용히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감의 의미, 중요성, 특히 학습 가능성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이 책 덕분에 어느 정도는 알게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도 이 책을 접하게 되어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이 낙인으로 얼룩진 분열된 한국이 필요로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계기를 얻게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흐름은 가볍지만 울림있는 책 추천 드립니다~! 나종호 교수님의 다음 글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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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선택이 아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b*****3 | 2022.08.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언제부턴가 언론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살 관련 기사 끝에 항상 “우울감이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자살 예방 핫라인을 이용해 전문가 상담을 받으라”는 문구가 따라 붙는다. 자살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증가했다는 반증이고 관련 보도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염려한 언론사 나름의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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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언론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살 관련 기사 끝에 항상 “우울감이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자살 예방 핫라인을 이용해 전문가 상담을 받으라”는 문구가 따라 붙는다. 자살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증가했다는 반증이고 관련 보도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염려한 언론사 나름의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글로 눈길을 끈 이가 있다. 뉴욕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고 지금은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로 있는 나종호이다. 3년 전에 정신의학신문에 쓴 칼럼이었는데, 전문 분야의 신문에 올린 글이었음에도 널리 공유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살 생존자들은 대부분 자살 생각에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 이성이 마비되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소용돌이처럼 몰아쳐서 자살로 밀려들어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택지가 없어 죽음으로 밀려들어간 것인데, 그런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표현이 어떻게 적절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사람들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할 것 같지만 저자는 뜻밖에도 그들이 오히려 살아있는 걸 안도한다고 말한다. 자살이 선택일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자살을 ‘선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살이 이기적인 것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고 염려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짐이 되는 것을 염려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살이 선택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 자살 경향성이 우울증, 조울증, 경계성 성격장애 같은 정신질환자나 약물중독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는 사실, 특히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우울증 증상 중 하나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결국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정신질환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가진 미국인 절반 이상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그런 경향은 특히 동양인에게서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좀처럼 자기감정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와 함께 일하던 한 중년 의사는 동양계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가족 손에 끌려 정신과 응급실로 오면 무조건 입원부터 시키고 본다면서, 그것은 그들 대부분 버틸 만큼 버티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여겨질 수 있는 표현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것을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로 여긴다.

 

이러한 문화권에 따른 사고방식의 차이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의 차이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은 18%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 동양계 미국인은 그 비율이 미국인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8%에 불과하다. 물론 정신과 진료는 진찰보다는 대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어가 장벽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뿌리 깊은 동양 특유의 낙인과 편견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동양인 대다수는 정신과 약물처방을 극심하게 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은 크게 대중의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시선과 같은 사회적 낙인, 환자가 대중의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게 되는 내재적 낙인, 취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정신건강 서비스에 예산을 적게 책정하는 것과 같은 제도적 낙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형태가 어떻든 모든 형태의 낙인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치료를 미루거나 받지 않도록 만든다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다행히 이런 현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약물중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고 한다. 저자는 대중들은 중독을 여전히 의지의 문제, 도덕성의 문제로 여긴다고 말한다. 흔히 약물중독 환자는 기분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통스러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중독이란 몸이 약물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하이재킹(hijacking)으로 표현할 정도로 의지만으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약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의지부족으로 여긴다. 저자는 당뇨병을 앓는 사람에게 의지로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약물중독에 빠진 사람에게 의지로 이겨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게 되면 약물중독의 위험성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말한다.

 

앞서 인용했듯이 우리 언론에서는 자살관련 기사 밑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면서 연락처를 함께 적어 놓는다. 그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저자는 어떤 조치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언젠가 정부에서 자살을 예방한다면서 번개탄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효과가 입증된 강력한 자살예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농약 판매를 까다롭게 하고나서 농촌 자살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살 생각을 떠올리고 나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평균 1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마음속에는 우울과 불안과 공포와 분노가 소용돌이친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는 10분만 견디면 자살의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하려는 사람이 전화를 끊지 못하게 만들어 살려낸 사례가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자살은 끔찍한 일이다. 남아있는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뿐 아니라 자살을 왜 막지 못했냐는 주위의 물음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병으로 죽은 사람을 회고할 때는 그 사람의 살아 있을 때를 떠올리지만 자살한 사람은 그 사람의 삶 자체보다는 죽음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가족은 가족대로 떠나간 사람은 떠나간 사람대로 아픔을 겪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아니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정’을 뜻하는 sympathy는 감정(pathy)을 함께(sym) 느끼는 것이지만, ‘공감’을 뜻하는 empathy는 감정을 타인의 안에(em) 들어가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서 마치 그가 된 듯 느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공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니 공감이란 함부로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상대가 겪는 고통과 아픔을 자신이 겪었을 때 우리는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공감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상대를 향해 마음이 열렸을 때 공감할 수 있고, 노력해서 공감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고 말하며 그 예로 덴마크에서 시작된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을 소개한다. 이 도서관 역시 다른 도서관처럼 자유롭게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데, 다른 도서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책 대신 사람을 빌려준다고 한다. 여기에는 소수 인종으로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실직자, 트렌스젠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해서 참여한다. 그리고 이용자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편견을 바로잡고 공감을 키워나간다.

 

저자는 책의 첫 머리에서 정신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낙인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 구성원을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낙인과 편견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으로 자살의 원인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을 시작한 것이다. 자살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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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9건) 한줄평 총점 9.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현재의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미덕 아닐까요?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태도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b********f | 2022.12.12
구매 평점5점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공감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네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3 | 2022.06.07
구매 평점5점
마음 따뜻해 지는 책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율**사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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