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관계에서 관리자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것을 수습하는 책임만 질 뿐 발생 전에 해야 할 역할과 권한을 등한하는 경향이 있다. 관리자들도 노사관계란 것이 소속 인원과 그 관리자 사이의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그 일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노동관계 3법이 무엇인지, 부당 노동행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며, 일선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제를 방치한 채 직급으로 장악하려고만 한다. 그러다 보니 관리 감독이라는 위계질서가 쉽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한국전기초자 노사문화에서는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관리자는 모두 노사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 직원의 업무 배정이나 작업 관리 같은 노무 관리가 본인의 책임임을 확실히 해 두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1997년 노사분규는 회사, 노조 외에도 그 중간 고리인 간부사원들의 수동적인 자세가 문제의 빠른 해결을 지체시킨 한 원인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서 사장은 부임 후 신노사문화 모델을 만들면서 관리자들에게 이런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관리자는 가치 인식에 있어 정의로운 판단 기준을 가져야 한다. 일은 먹고살기 위한 생계 수단이지만 동시에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동기부여 역할도 한다. 그러므로 일이 내 삶이고 삶이 곧 내 일이라고 하는 설득을 통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p.285~286
첫째,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전 종업원의 복리후생은 물론 오래도록 사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 주주에게는 일의 성과를 통해서 일정 수준의 배당을 분명하게 약속하는 것이다. 셋째, 고객에게는 변함없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재때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다. 넷째, 금융기관등 채권자에게는 약속한 날짜에 원리금을 확실히 상환하는 것이다. 다섯째, 충실하게 납세를 하는 것이다.
--- p.277
서두칠 사장은 혁신의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희생과 고통을 지리산 참숯에 비유한다.
'참마무가 참숯이 되기 위해서는 가마에서 한 줌의 바깥 공기에도 접촉되지 않은 채 태워져야 한다. 이렇게 밀봉을 하고 태워진 다음에야 참숯으로 태어나게 되며, 천만 년 동안 썩지 않는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이것은 혁신을 통해 거듭 태어나려면 관습이나 습관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원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참나무가 숯이 되는 과정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다음은 혁신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가? 한국전기초자의 기준을 놓고 말한다면, 혁신은 ......
--- p.260-261
'마음을 움직여야 열의가 생긴다. 그것이 감동이다' 서두칠 사장이 사원과 고객에 대한 감동 경영을 주창했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이것은 부임조기에 서 사장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최고 화두중 하나였다. 그가 공식 부임도 하기전에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것은 위기의식 공유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원들이 열의를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있었다. 사랑이랍시고 자신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 올라 앉은채로 '모든 간부들은 365일 연중 무휴로 출근하라' 거나 종업원들에게 '1시간 일하고 30분 쉬어서는 회사 망한다. 2시간 일하고 10분만 쉬도록 하라'는 지침만 툭툭 내려 보냈다면, 열의가 생기기는커녕 반감만 커졌을것이다.
열의를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솔선수범이었다. 이것은 또 사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을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그리고 솔선수범은 철저히 현장에서 이루어지는것이어야 했다. 과거의 사장처럼 주로 서울에 머물면서 가끔 내려와 현장을 한번 둘러보고, 간부들과 식사하고 다시 서울로 떠나서는 절대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서두칠 사장은 부임 직후 상시주재를 선언했다.
이는 자신이 일 한가운데 서서 중심을 잡겠다는것을 의미했다. 특히 휴무시간대나 공휴일, 일요일 새벽등 해이해지기 쉬운 취약 시간대에 어김없이 현장에 나타나 직접 점검지도했다. 이무렵 생산직 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수갯소리가 나돌았다. '에이, 누가 우리사장한테 과부나 하나 붙여 줬으면 좋겠다.'
--- p.91-92
1999년 2월 9일. 서사장은 여느때와 같이 6시에 출근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보냈다. 보다 못한 간부들과 노조 임원 몇 사람이 음료수 몇 병을 사서 사장실을 방문했다. 방문객을 맞은 서사장은 이런말로 화답했다.
'살아오면서 일관되게 지켜 가려고 노력했던 인생의 모토가 있었다면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존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날은 그의 회갑이었다.
---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