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6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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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쪽 | 263g | 150*182*15mm |
ISBN13 | 9788943306090 |
ISBN10 | 8943306091 |
발행일 | 2006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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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쪽 | 263g | 150*182*15mm |
ISBN13 | 9788943306090 |
ISBN10 | 8943306091 |
사과가 쿵 !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가슴에 방망이질하던 시절 쿵! 큰 소리가 들리면서 시작되었던 엄마의 꾸지람은 극에 달했다. 그래서인지 엄마에게 혼이 났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하지만 책장을 펼쳐 보니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집 벽에 붙어 있는 농사 달력 아래 나와 있는 음력 날짜를 보면서 해마다 어김 없이 돌아오는 제삿날을 붉은 색연필로 표를 해뒀다. 쌀밥은 고사하고 보리밥도 배불리 먹을 수 없던 유년 시절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은 사과를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모든 게 부족했던 유년 시절 제사 지내기 전 도려내는 사과 윗동을 갉아 먹는 재미가 컸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제사 모시기를 끝낸 뒤 음복을 하는 경우 나는 어김없이 붉은 사과를 골랐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춘기 시절에는 제삿상에 올려진 사과를 바로 집어들지 못하고 눈길만 주고 있으면 사과를 무척 좋아하는 손자의 식성을 기억하는 할머니는 굵은 사과를 나에게 내밀었다. 다른 형제들이 오기 전에 먼저 먹어치우는 게 상책이라 여기며, 사과를 씻지도 않고 옷에 쓱쓱 문질러 한 입 베어 물고 만다. 주먹만한 사과를 껍질째 우적우적 씹어 삼킬 때의 그 황홀함은 극에 달했다. 한 입 베어물고 씹다보면 단물이 치익 입가에 튀길 때가 있는데 그것도 아랑곳하지 않고우적우적 씹어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갓 시집온 새색시 얼굴처럼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커다란 사과가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요한 숲 속 정적을 일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동물들이 그 정체를 찾아 숲밖으로 나온다.
익을 대로 익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땅에 그모습을 드러낸 사과 한 개
탐스럽게 익은 과일은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웠던지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사과 맛을 보기 시작한다. 땅 속에 사는 두더지는 뾰족 튀어나온 이빨로 사과 귀퉁이를 사각사각 갉아먹고, 하늘을 나는 벌들은 쪽쪽쪽 빨며 사과의 단맛을 본다. 먹성 좋은 돼지는 사과를 우적우적 씹어삼키며 입가에 묻어나는 단 맛을 즐기느라 연신 혀를 날름날름거린다. 산을 오르다보면 일렬 종대로 행군하는 개미들을 종종 보는데 사과를 맛보는데도 개미들은 사과 테두리를 일렬로 에워싸 야금야금 사과 맛을 본다.
몸집이 작은 짐승들이 먼저 맛을 보고 그 다음으로는 몸집이 큰 동물들과 어우러져 사과 맛을 골고루 보는데 맛 보는 소리가 다양하다. 작은 동물들은 이가 작아서인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맛을 보는 데 비해 몸집이 큰 동물들은 와사삭와사삭, 우적우적 소리를 내며 사과의 참맛을 즐긴다. 사과 한 개가 앙상한 뼈만 드러낸 채 제 모습을 잃어갈 때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인지 기린은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지금껏 잘 익은 사과를 맛볼 때 '사각사각 씹어 먹는다.', 혹은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정도로 표현을 해왔는데 이 책에서 표현하는 의성어의 다양함을 보고 놀랍고 신기하였다.
무엇이든 면밀히 관찰하고 그 소리를 담아 보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발견되지 않은 소리까지
담아낼 수 있나 보다.
아이들에게 어휘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동일한 의미도 달리 표현하기 위해 애를 쓰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전전긍긍하였던 적이 떠오르는데 좀더 세심히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말을 배우는 유아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읽어 준다면 더욱 유익할 듯하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처럼 사과 한 개를 숲속 동물들이 조금씩 맛을 보는 대목은 상생의 묘를 살려두는 책 다양한 표현과 인정스러움이 넘쳐 난다.
생경한 언어 표현이 머릿속에 자리잡은 날 바로 사과가 쿵하고 떨어진 날을 접한 날이다.
유아 그림책 중에서 스테디셀러인 ‘사과가 쿵’. 주변에서 추천도 많이 받았고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어쩐지
사기 전에도 망설여졌었다. 아니다 다를까, 처음 샀을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나도 처음에 책을 받고는 이게 도대체 뭘까..
라고 고민에 고민을 했다. 어느 부분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고, 나 또한 어디에서 흥미를 느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그림책에 워낙 관심도 많고 즐겨 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조금 당황했다. 이 책이 왜 스테디셀러일까. 다른 아이들은 어째서 이 책을 좋아하는 걸까. 궁금했다. 정말 몹시 궁금했다. 그림책은 어른인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니 더 그랬다. 덕분에 이 책은 우리 집에 온 뒤 한동안 찬밥 신세에 책장 구석 자리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가 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듯 하다. 생각해보니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동물 관련 책에서 자주 나오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다 나온다. 우리
아이도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듯 하다. 우리 아이는
(특이하게) ‘악어’에 관심이 많았다. ‘악어’라는 발음을 15개월부터
정확하게 할 정도로 ‘악어’를 좋아했다. 여러 책에서 나오는 악어가 나오는 장은 다 펼쳐 들고 악어를 외쳐 댔다. 그
때 발굴된 이 책! 그 때부터 이 책은 우리 아이가 즐겨 읽는 책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 뒤로 사자, 곰, 돼지, 코끼리 등등으로 다양한 동물들에 흥미를 느끼며 이 책은 꾸준히 읽혀지고 있다.
역시 애들에게는 동물인건가 하는 생각이 ㅋㅋㅋ
내용은 아주 생소하다. 어느 날 아주 아주 큰 사과가 두더지가 파놓은 길 입구에 떨어졌다. 두더지가
그 사과를 파 먹고 개미, 벌, 나비, 애벌레, 돼지, 토끼, 여우, 너구리, 악어, 사자, 곰, 기린, 코끼리등이 차례로 사과를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비가 와서 그 다
먹은 사과 기둥 밑으로 숨는다. 내용 참 깔끔하다. 어른이기에
사과 안 먹는 동물들도 많은데 와 같은 쓸데 없는 생각도 하고, 사과 기둥 밑에 목 꺾인 채 비를 피하는
기린을 불쌍하게 여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림책이야 어른들의 사고 관념을 뒤집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으니, 이 책도 그렇다.
(사진이 그늘 졌는데 아이가 옆에서 펼쳐놓은 걸 보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그림도
예쁜 편이 아니다. 심지어 동물들의 눈이 이상하게 찍혀 있기도 하다.
계속 반복해서 책을 읽다 보니 힘을 뺀 그림체가 오히려 편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책이라면
하루에 기본 수십번씩 읽어야 하는 책에 질렸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대충 그린 듯 하지만, 특징만 제대로 살린 그 책이 꽤나 편하게 읽히게 되는 것 같다.
스테디셀러가 되는 책은 이렇게 이유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