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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시선-211이동
이면우 | 창비 | 2001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11건 | 판매지수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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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70g | 125*200*15mm
ISBN13 9788936422110
ISBN10 893642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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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버드나무, 참새떼 들이마셨다가 뱉어낸다
회초리 가지 산들바람에 낭창낭창대다
해바라기씨 기총소사하듯 다다다다 뱉어낸다
아니다. 버드나무는 참새떼 한 번 빨아들일 때마다 꼭
한마리씩 삼키는 거다 옛 이야기 속 냇둑 산발한 여자
술 취한 남자 홀랑 벗겨 냇물에 떠내려보낸다는
무서운 버드나무, 참새떼 들이마셨다가
휘이익 뱉어낸다 아무도 모르게
봄날이 간다
---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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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에 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우물쭈물하던 기억 까마득하고 이젠 아이들 몸짓에 저절로 즐거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고맙다.

입때껏 못 지킨 약속이 어디 헤아려지기나 하랴만 술 좋아하시던, 가족을 위해 한껏 자제하시던 젊은날의 아버지 무릎 위에서 했던, 방 안에 수도꼭지를 달고 그걸 열면 술이 콸콸 쏟아져나오게 하겠다던 바로 그 약속 하나는 가끔 푸른 하늘 속 외로운 깃대처럼 흔들린다. 그 하늘 깊어지면 길 가다가 고개 젖혀 거기 까마득한 기러기 행렬을 보겠다. 귀 한껏 열고 희미한 울음소리도 듣겠다.

일찍 자연학교 학생이 되었다. 생각하기보다 느끼기에 더 적당한 짐승으로서 고백하지만 나는 몸을 살았으므로 행복했다. 숲을 걷는 동안 자주 부추겨지는 그 느낌은 도시 한가운데, 사람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고맙다.

2001년 9월
곧 추위가 닥치리라는 예감 속에서도 가을 거미는 제 속의 어둠을 뱉어 투명한 그물을 짠다. 거기에 파닥이는 목숨들 몇을 놓아두는 것만이 그에게 남겨진 일이라는 듯.

이면우의 시는 그 목숨들이 내는 소리 없는 울음과도 같다.

그는 자연의 일을 노래하면서도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을 잊는 법이 없고,
가파른 생애를 들려주면서도 스스로의 슬픔을 자연의 섭리 속에 다독거릴 줄 안다. 그렇게 노래와 이야기가, 자연과 인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자연스럽게 만나 지천명의 시를 이루었다. "나는 여기서 꼼짝없이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중"이라고 시인이 말했듯이, 오래 묵혀지고 걸러진 그의 시들은 부유하는 이미지들에 길들여진 우리의 눈을 고요한 개안(開眼)에 이르게 한다.
---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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