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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 식민지 전쟁 시대를 살아낸 할머니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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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92g | 152*217*30mm
ISBN13 9788955618198
ISBN10 895561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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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김해경
서울에서 태어났고, 1999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프리저널리스트 집단 아시아프레스에 소속된 저널리스트로, 다큐멘터리 [조국을 바라보며―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소녀의 여름](NHK, 2006) 등을 발표했으며 [한국 저널리스트가 본 북한], [동북아시아 교류를 어떻게 넓힐까] 등 일본 방송에 출연해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마이니치 신문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의 ‘반도를 읽는다’ 코너에 한반도 관련 기사를 기고했다. 옮긴 책으로 《공습―인류가 하늘을 날면서 공습은 시작되었다》(200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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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나오지 않았고, 간단한 옷만 제공되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빈곤 가정의 식구를 덜어주는 셈이라서 어린아이의 노동 대가는 침식으로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름 간편복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맹순 씨는 집에서 나올 때 입고 있었던 조선옷이 헤지면 몇 번이나 기우고 기우면서 입고 다녔다. 하지만 한꺼번에 태운 유골을 이름에 맞춰 개인별로 수습할 여유는 없었다.
--- p.24

“역사란 무서운 거예요. 나이 들어 말년에 아버지가 말했어요. 자식 열둘을 모두 훌륭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나라가 없어서 이 모양이라고.”
--- p.58

“경찰서 앞을 지나가는데 경관이 나와서 말이야. 먹물을 넣은 물총을 확 하고 옷에 쏘는 거야. 먹물은 지워지지 않으니까.” (………)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으면 말이야, 단속이 들어와. 저고리를 면도칼로 찢는 일도 있어. ‘기모노 입어’라면서 말이지. 조선 옷은 금지였어.”
--- p.73

“이제, 불이 타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새빨갛고. 소이탄이라 빨라요. 비행기가 낮은 곳을 날면서 사람이 걷고 있는 곳에 우수수, 삐삐삐삐삐. 위에서 오니까 다 타버려. 뜨거워서 있을 수 없어요. 방공 두건이 타면서 머리카락이 타니까 다들 벗어던져. 옷을 하나 벗고, 두 개 벗고, 다 벗어버려.”
--- p.82

“최악이 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어떻게든 살려는 생각이 들지. 사람도 죽기를 원치 않아요. 원폭으로 죽은 사람은 너무 비참했으니까.” (…………) 쌀 암거래, 막걸리 제조, 불난 곳에서 철재 수집, 돼지 사육 등 대다수 재일 여성들이 경험한 일을 남주 씨도 해야 했다. 가장 오래 한 일이 양돈업이었다. 보통면허를 취득해 2톤 차를 몰았다. “어, 여자가 트럭 운전을 다 하네”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자가 운전하는 일은 드문 시절이었다. 남편과 함께 500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다.
--- p.110~112

일본에 와서 ‘하나코(花子)’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저런 도움을 주던 이웃 여교사가 조선 이름은 불편할 수 있다며 지어준 이름이었다. 당시 일본에 사는 조선인 여자아이들에게 많이 붙여지던 이름이었다.
“진짜 유행했어. 아무나 하나코야. 틀림없이 그냥 하나코로 하면 된다고 했어.”
--- p.134

그 시기 두세 번 유산을 했다. 무거운 것만 짊어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돌아다니느라 아이가 자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란 씨는 생각했다. 자궁후굴로 작은 병원에 입원을 하자 남편은 제멋대로 원장에게 난관결찰 수술을 부탁했다. 나중에 복원수술을 하기는 했지만 유산을 되풀이한데다 좋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결국 마흔 살 전후에 자궁근종에 걸려 적출을 하고 말았다.
--- p.150

그리고 8월 15일 일본의 패전으로 조선은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여선 씨는 ‘해방’을 실감하지 못했다.
“일본 사람들은 ‘아아, 전쟁이 끝나서 다행이다’라는 심정이었지만 조선 사람들은 정말 좌불안석이었어요. 술렁술렁, 술렁술렁. 안절부절을 못 했어요.”
--- p.160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말이 아파요. 과거 일본이 조선인을 괴롭힌 적 있잖아요? 일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 죽은 조선인이 아주 많지요? 납치 문제도 핵 문제도 있지만 서로 양보하고 대화하면서 평화조약을 맺으면 아시아도 일본도 미국도 평화스러워지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 p.275

여교사는 금순 씨 혼자였다. 아침 일찍 가서 청소를 하고 차를 내었다. 남교사가 “가위”, “풀” 하면 듣는 대로 가져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여교사는 결혼하면 퇴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 홍일점으로 시작한 금순 씨의 교사 생활은 일하는 여성 교사가 직면하는 문제에 늘 최초로 맞닥뜨렸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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