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도 있다. 여자들이 모이면 시끌벅적 즐겁게 대화를 나누지만 남자가 보기에는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들뿐이다. 왜 그런 대수롭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고 여길까? 여기에도 심리학적 이유가 숨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두 가지 작용이 있다. 첫 번째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에 ‘도구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표현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표출적 커뮤니케이션’ 혹은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완결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일상 속 커뮤니케이션은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이뤄진다. 그런데 여자는 수다를 통해 욕구를 발산하거나 감정이나 기분을 표현하는 자기완결적 커뮤니케이션이 많다. 남자가 여자의 수다를 ‘쓸데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목표 달성을 위한 정보를 교환하려는 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도구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자기완결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남자가 여자의 대화를 지루해하는 이유」중에서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아이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과는 다른 독립된 인격이라는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부모 몰래 비밀을 숨기거나 자기만의 비밀을 가짐으로써 부모와의 사이에 심리적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독립된 정신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허언증이나 거짓말쟁이처럼 병적인 거짓말은 심각하게 나쁜 상황이지만 적절한 비밀과 거짓말은 건전한 인격의 한 요소인 셈이다. 부모들은 자주 ‘거짓말하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아이가 멀어지는 게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밀을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부모의 손이 닿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좋다. ---「거짓말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중에서
미국에서 다음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1964년 3월 13일, 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캐서린 제노비스는 자기가 사는 고층 아파트 앞에서 모즐리라는 강도에게 습격당했다. 그녀는 죽기까지 약 30분 동안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구 하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도움은커녕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사건 후에 지역 주민에게 확인해 보니 비명을 들은 주민이 38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얼마나 냉담하고 무관심한지, 동시에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타인에게 냉담해지고 무관심한 행동에 대해 심리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하여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의 주요 사례로 쓰이기도 했다. 여기서 밝혀진 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을 때, 자기가 도와주지 않아도 누군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능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공동 책임은 무책임’이라는 심리가 작용하여 책임이 분산되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