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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김용택 | 창비 | 2002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2 리뷰 5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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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06쪽 | 182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2141
ISBN10 89364221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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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람들은 아직도 꽃이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봄바람 속 이 화사한 봄꽃들이 싫으이
오, 사랑은 어디에서 어디로 오는가
파랗게 자란 풀잎들 사이로 아름답게 흘러가는 시냇물은 어디에 가서 까맣게 죽는가
그대 곁을 스치다가 병든 내 사랑은 어디에서 꽃피는가
희고 노란, 그리고 연분홍으로
꽃들은 오늘도 오염처럼 내 몸을 스치는데
오, 내 사랑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봄 나는
내 몸 어딘가에 열꽃처럼 숨어 있을 이 지루한 서정이 싫으이
--- p.15
강물은 흘러도
해는 강을 건너고
앞산이 높아도
햇살은 앞산을 넘어가는데
저 건너 강 건너 해 넘어간 저 앞산에
피는 꽃이 지금 피는 꽃이냐
지는 꽃이냐
산비탈에 붉디붉은 산복숭아꽃아
아내는 긴 잠에서 깨어나 인적 없는 저문 강으로 저문 산을 잡으러 가네
저문 물을 잡으러 가네
혼자서 가네
-어둠속에 꽃이 묻힐 때까지- 중에서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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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에 문득 눈을 떴다. 새벽이다.
오랫만에 시집 후기를 쓴다.
그동안 아이들 곁에 있었다.
산과 강과 나무와 작은 운동장과 아이들,
운동장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꽃이 피고, 잎이 피고, 오! 내게 와서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랐다. 세상에 태어나 아이들의 곁에 있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감출 수 없는 내 생의 축복이었고, 여한이 없는 날들이었다.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관심과 인정이 나와 아이들에게 햇살처럼 쏟아졌다. 그 사랑이, 그 믿음이, 그 인정이 나를 나무의 새 잎처럼 세상으로 밀어올린다.
지금도 나는 대지처럼 든든하신 어머니 곁에 있다. 일상이 유쾌한 아내와 두 아이들, 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차고 넘친다. 그들을 배경으로 나는 한그루 나무처럼 세상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
곧 봄이 올 것이다. 세상에 봄바람이 불고, 세상을 색칠해가는 풀과 나무 끝의 꽃과 잎들이 산을 이루리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로댕의 이 말은 내가 발 딛은 이곳과 마음 머물고 눈길 가는 지금 저곳이, 실감나는 나의 현실이게 한다.

시란, 시인이란 무엇이냐? 솔숲을 찾아든 햇살 속, 허공을 가르며 눈부시게 내려오는 솔잎 하나 오!오! 눈부신 자유, 나는 아직 두려움을 모른다.

2002년 2월 새벽 봄빛 묻은 섬진강 강가에서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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