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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프롤로그 이걸 어디에 써먹을까? 1부 선형성 1장 덜 스웨덴스럽게 2장 국소적으로는 직선, 대역적으로는 곡선 3장 모두가 비만 4장 미국인으로 따지면 몇 명이 죽은 셈일까? 5장 접시보다 큰 파이 2부 추론 6장 볼티모어 주식 중개인과 바이블 코드 7장 죽은 물고기는 독심술을 하지 못한다 8장 낮은 가능성으로 귀결하여 증명하기 9장 국제 창자점 저널 10장 하느님, 거기 계세요? 저예요, 베이즈 추론 3부 기대 11장 우리가 복권에 당첨되리라 기대할 때 실제로 기대해야 할 것 12장 비행기를 더 많이 놓쳐라! 13장 철로가 만나는 곳 4부 회귀 14장 평범의 승리 15장 골턴의 타원 16장 폐암이 담배를 피우도록 만들까? 5부 존재 17장 여론은 없다 18장 [나는 무에서 이상하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냈습니다] 에필로그 어떻게 하면 옳을 수 있는가 감사의 말 미주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
저조던 엘렌버그
관심작가 알림신청Jordan Ell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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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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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제일 많이 총알을 맞는 부분에 갑옷을 집중시키면 철갑을 덜 쓰고도 똑같은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정확히 얼마나 더 갑옷을 둘러야 할까? 그들이 발드에게 원한 것은 그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얻은 것은 그 대답이 아니었다. 발드는 말했다. "갑옷을 총알구멍이 난 곳에 두르면 안 됩니다. 총알구멍이 없는 곳, 즉 엔진에 둘러야 합니다." --- p.16
"그게 어째서 수학이죠? 그건 그냥 상식 아닌가요?" 그렇다. 수학은 곧 상식이다. 이 사실은 기본적인 차원에서는 더없이 명백하다. 당신은 어떤 것 다섯 개에 일곱 개를 더한 결과가 어떤 것 일곱 개에 다섯 개를 더한 결과와 같은 이유를 남에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마 못할 것이다. 이 사실은 합산에 관한 우리의 생각에 그냥 기본으로 깔려 있는 내용이다. --- p.23 수학의 모든 것이 덧셈과 곱셈처럼 직관적으로 완벽히 투명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미적분을 상식으로 해낼 수는 없다. 그러나 미적분을 상식으로부터 유도해 낼 수는 있다. --- p.25 『오비시티』 논문에는 수학과 상식에 대해서 이보다 더 나쁜 범죄가 숨어 있다. 선형 회귀는 쉽다. 일단 한 번 했으면 한 번 더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래서 왕과 동료들은 데이터를 인종 집단과 성별로 좀 더 세분화했다. 그 결과, 흑인 남성들은 평균적인 미국인보다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더 낮았다. 더 중요한 점은 흑인 남성들의 과체중 비율 상승 속도가 전체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자, 문제가 뭔지 알겠는가? 만일 2048년에 모든 미국인이 과체중이 된다면,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체중 문제를 겪지 않는다는 흑인 남성들은 다 어디 있단 말인가? 앞바다에? --- p.84 내가 동전을 던지기 시작해서 연속으로 열 번이나 앞면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 이 대목에서 우리의 상식은 다음 번에는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약간 더 높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그래야 기존의 불균형이 바로잡힐 테니까. 그러나 상식이 그보다 더 단호하게 말해 주는 바, 동전은 내가 던졌던 지난 열 번의 결과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 p.103 종교적 신념은 수학적인 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 신을 믿는 이유가 천사의 강림 때문이 아니고, 어느 날 마음이 활짝 열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와서도 아니고, 부모가 믿으라고 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마치 8 곱하기 6은 6 곱하기 8과 같을 수밖에 없듯이 신은 존재해야만 하니까 존재한다니. --- p.122 죽은 물고기의 뇌를 ?fMRI 기기로 찍으면서 사람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차례차례 보여 주었더니 물고기가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감정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나 산 물고기라고 해도 상당히 인상적일 텐데 죽은 물고기라니, 노벨상 감이다! --- p.139 규모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현상을 감지해 내지 못하는 통계 연구를 가리켜 우리는 검정력이 낮다고 말한다. 이것은 쌍안경으로 행성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위성이 있든 없든 같은 결과가 나올 테니, 구태여 해볼 필요도 없다. 망원경이 할 일을 쌍안경에게 시켜선 안 되는 것이다. --- p.169 무언가가 불가능하다는 것과 확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은 전혀 같지 않다. 비슷하지도 않다. 불가능한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지만, 확률이 낮은 일은 많이 벌어진다. --- p.184 소수는 전혀 무작위적이지 않다! 소수에게는 임의적이거나 우연에 좌우되는 성질 따위는 전혀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는 소수를 우주 불변의 속성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들에게 우리가 바보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서, 항성간 공간으로 내보낸 보이저 호의 금제 음반에 소수를 새겨 넣었다. --- p.189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두려움의 일부는 만일 알고리즘에 충분한 데이터가 공급된다면 그것이 우리보다 추론을 더 잘 해낼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망 때문이다. 초인적 능력은 무섭다. 변신할 줄 아는 존재는 무섭고, 죽었다가 부활한 존재는 무섭고, 우리가 못 하는 추론을 해내는 존재는 무섭다. --- p.219 질문 1: 어떤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아닐 때, 그가 페이스북 위험자 명단에 오를 확률은 얼마일까? 질문 2: 어떤 사람이 페이스북 명단에 올랐을 때, 그가 테러리스트가 아닐 확률은 얼마일까? 두 질문을 구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답이 서로 다른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답은 정말 다르다. 앞에서 보았듯이, 첫 번째 질문의 답은 2,000분의 1이지만 두 번째 질문의 답은 99.99%다. --- p.227 기대값은 유의성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그 뜻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수학 용어 중 하나다. 우리는 사실 복권 티켓에 60센트의 가치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600만 달러 혹은 0달러 둘 중 하나라고 기대하지, 그 중간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 p.263 내가 사람들에게 에드먼드 핼리와 연금 가격 이야기를 들려주면, 종종 이런 말로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린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잖아요!] 그것은 전혀 명백하지 않다. (……) 이런 개념들이 정말로 그토록 명백하다면, 인류의 사상사에서 그토록 늦게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 p.266 공항에 일찍 나가는 데 비용이 들듯이, 낭비를 없애는 데도 비용이 든다. 규칙을 준수하고 늘 경계하는 것은 가치 있는 목표이지만, 모든 낭비를 없애려는 것은 비행기를 놓칠 가능성을 깡그리 없애려고 하는 것처럼 편익을 상회하는 비용이 따르는 일이다. (……) 스티글러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가 낭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부의 낭비를 막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다. --- p.312 섀넌의 천재성은 그런 시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꿰뚫어본 데 있었다. 오류 정정 부호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섀넌이 증명한 사실은(그리고 일단 그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이해하자, 증명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부호어 집합들에 오류 정정 성질이 있다는 것이었다. (……) 이것은 아무리 축소해서 말하더라도 그야말로 충격적인 발전이었다. 당신이 호버크라프트를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다고 하자. 당신이 맨 처음 택할 방법이 설마 엔진 부속들과 고무 튜브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서 그 결과가 용케 물에 뜨리라고 예상하는 것이겠는가? --- p.372 그러나 못생긴 남자들 중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남자들은, 이들은 삼각형에서 아주 작은 한구석만을 차지하는데, 다들 엄청나게 착하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애초에 당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니까. 데이트 후보자들의 외모와 성격이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엄연히 실재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만일 남자 친구의 외모를 개선할 요량으로 그에게 못된 행동을 하라고 가르친다면, 당신은 벅슨의 오류에 빠지는 셈이다. --- p.467 [다수결]은 간단하고 깔끔하고 공정한 기법으로 느껴지지만, 단 두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할 때만 최선의 기법이다. 선택지가 둘을 넘어서면, 다수결의 선호에 모순이 스미기 시작한다. --- p.474 우리 인간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도형을 상상하지 않고서는, 기하학적 대상을 실체로 여기지 않고서는 기하학적 발상을 단 하나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보통 플라톤주의라고 불리는 이 관점은 내 철학자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대체로 나쁘다. 그들은 묻는다. 대체 어떻게 15차원 하이퍼 큐브가 실체일 수 있어? 그러면 나는 그저 내게는 그것이 가령 산봉우리만큼 어엿한 실체로 느껴진다고 대답할 수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누가 뭐래도 나는 15차원 하이퍼 큐브를 정의할 줄 안다. 당신은 산봉우리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 p.530 수학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노력]이란 점잖은 모욕이나 다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에게 차마 똑똑하다고 말해 줄 수 없을 때 대신 말해 주는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러나 노력하는 능력, 즉 하나의 문제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켜 그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틈이 있는 듯한 지점은 모조리 밀어 보는 것, 더구나 겉으로는 뚜렷한 발전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나 가진 기술이 아니다. 요즘 심리학자들은 그 능력을 [기개]라고 부르는데, 기개 없이는 수학을 할 수 없다. --- p.533 수학을 오래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은(그리고 나는 이 교훈이 훨씬 더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보다 앞선 사람은 늘 있다는 사실이다. (……) 거울을 보면서 [인정하자, 나는 가우스보다 똑똑해]라고 중얼거리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가우스에 비하면 전부 바보인 사람들이 지난 백 년 동안 힘을 합쳐 노력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풍성한 수학 지식을 일구어 냈다. --- p.535 실버는 정치 보도의 경화된 관행을 우회하여, 대중에게 진실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누가 이길지 말하는 대신, 혹은 누가 [탄력을 받았는지] 말하는 대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말했다. (……) 나는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 확신하지 않는 것, 이것은 행동이다! --- p.554 |
틀리지 않는 법
이 책의 제목은 무척 특이하다. 가령 [옳을 수 있는 법]이 아니라 왜 [틀리지 않는 법]인가. 우리는 수학을, 더 넓게는 과학을 [정답]을 찾는 학문으로 이해한다. 우리가 보기에 과학은 답을 제공해야 한다. 즉,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증세가 좋을지 감세가 좋을지, 2050년의 결핵 사망률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하다못해 다음주 화요일에 비가 올지 말지에 대해 답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에서 배웠듯이 우리는 다음주 날씨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지만, 그 예보가 맞을지 어떨지는 거의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수학도 마찬가지다. 답을 구하는 데 있어 그 어떤 학문보다 엄밀한 수학이라 하더라도 현실의 여러 문제들에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엘렌버그는 에필로그에서 미국 대선을 정확히 예측한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의 사례를 언급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실버는 누가 이길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각각의 주에서 누가 얼마나 앞서는지를 퍼센트로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확률과 기대값에 기대어 오바마가 승리할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를 알려주었고 그것이 적중했다. 다시 말해 실버는 자신의 정치색이나, 신념이나, 감이나, 혹은 양의 창자로 점을 친 결과에 기대서 말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해 계산된 확률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틀리기 어려운] 답이었다. 현실은 [틀리지 않기]조차 매우 어렵다. 현대인들은 무수히 많은 사실들, 데이터들을 접한다. 그것을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우리는 틀리기 쉽다. 서문에서 제시된 2차 대전 당시 전투기의 생환률을 높이기 위해 골몰한 군 장성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틀리기 쉬운지 깨닫게 된다. 데이터를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우리는 틀리기 쉽다. 틀리지 않으려면 올바른 가정을 설정하고, 올바른 데이터 집단을 선정하고, 올바른 알고리즘에 적용해야 한다. 엘렌버그가 말하는 [수학적 사고]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인식하고, 검증하고, 더 나은 혹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한 메커니즘을 찾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냥 근거 없이, 혹은 데이터들을 멋대로 해석해서 믿는 대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가 좋을지 증세가 좋을지, 어떤 주식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야 할지, 더 많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것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절대로 틀리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론, 즉 [틀리지 않는 법]은 엄청나게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수학 엘렌버그는 이 책에서 수학을 구조적 측면에서 단순과 복잡으로, 의미적 측면에서 심오와 얕음으로 나눔으로써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1+2=3 같은 기본적인 산술적 사실들은 단순하고 얕다. 복잡/얕음 칸으로 옮겨 가면, 열 자릿수 숫자 두 개를 곱하는 문제, 복잡한 정적분을 계산하는 문제, 대학원에서 두어 해 공부한 사람이라면 컨덕터 2377의 모듈러 형식에서 프로베니우스 대각합을 구하는 문제 등이 있다. 이런 문제는 당연히 손으로 풀기가 성가시거나 불가능한 경우의 중간쯤에 해당할 테고 모듈러 형식의 경우에는 뭘 하라는 건지 이해하는 데만도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답들을 안다고 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딱히 풍성해지진 않을 것이다. 복잡/심오 칸은 전업 수학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곳이다. 여기에는 리만 가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푸앵카레 추측, P 대 NP, 괴델의 정리…… 등의 유명한 정리들과 추측들이 살고 있다. 이런 정리들은 모두 심오한 의미, 근본적 중요성, 압도적 아름다움, 잔인하리만치 까다로운 세부를 거느린 개념들과 관련된 문제이며, 제각각 책 한 권의 주인공이 될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수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칸을 다룬다. 이곳의 수학 개념들은 대수까지 진도가 나가기 전에 수학 공부를 그만두었든 그보다 더 많이 배웠든 누구나 직접적으로 유익하게 관여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 개념들은 우리가 평소 수학이라고 여기는 분야를 넘어서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들이다. 이러한 분류에 기반해서 이 책은 [선형성], [추론], [회귀], [기대], [존재]라는 큰 주제들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 평균으로의 회귀란 정확히 무슨 뜻일까? 흔히들 상관관계는 인과 관계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상관관계는 정확히 어떻게 정의될까? 학술지들이 논문을 실어줄 때 어떤 기준에 따라서 연구의 유의미성을 판가름할까? 만일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연구 결과라면, 그것은 곧 그 결과가 틀렸다는 뜻일까? 거꾸로 그 기준을 통과한 연구 결과라면, 그것은 그 결과가 무조건 옳다는 뜻일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스티글러는 [당신이 비행기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공항에서 낭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수학자들은 늘 입을 모아 복권은 돈 낭비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상관관계, 선형 회귀, 기대값, 사전 확률과 사후 확률, 귀무가설 유의성 검정…. 엘렌버그는 이런 개념들이 오늘날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지를 농구, 야구, 복권, 논문 심사, 흡연과 폐암의 관계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개념들 없이는 현대의 뉴스, 스포츠 통계, 정치 사회적 의사 결정 과정을 손톱만큼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런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순간, 매스 미디어나 정치권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생판 틀린 소리나 작성자도 미처 몰랐던 맹점이 얼마나 많은지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은 교묘한 수학적 언설에 속아 넘어가기 싫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책인 동시에 무엇보다도 자신이 휘두르는 수학 도구들의 맹점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지 말아야 할 저널리스트, 정치인, 마케팅 담당자, 교사 등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수학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 우리는 흔히 수학을 천재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엘렌버그는 이를 분명히 부정한다. 물론 수학계에는 천재들이 많다. 수학 영재였던 엘렌버그 자신이나 필즈상을 받은 테리 타오 같은 사람이 천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엘렌버그가 썼듯이 거울을 보면서 [인정하자, 나는 가우스보다 똑똑해]라고 중얼거릴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가우스에 비하면 전부 바보인 사람들이 지난 백 년 동안 힘을 합쳐 노력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풍성한 수학 지식을 일구어 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엘렌버그는 수학을 [노력]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문제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켜 그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틈이 있는 듯한 지점은 모조리 밀어 보는 것, 더구나 겉으로는 뚜렷한 발전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나 가진 기술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능력을 [기개]라고 부르는데, 기개 없이는 수학을 할 수 없다. 반대로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학을 할 수 있다. 즉, 그에 따르면 수학은 [상식]일 수 있다. 우리는 상식적인 산술에서 출발해서 현대 수학의 난해한 이론들까지도 어느 정도는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이 보이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상식으로서의 수학적 사고방식, 그 효용과 매력 나아가 함정까지 알려 주겠다는 이 책의 야심 찬 목표는 얼마나 성공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꽤 성공했다. 여느 수학 대중서들에 비해 이 책이 특별히 돋보이는 점은 저자가 손쉬운 단순화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령 현대 확률 이론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베이즈 추론을 누구나 단박에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수학의 어떤 영역은, 특히 인간의 보잘것없는 인지력을 벗어나는 확률과 통계의 이론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설명도 무턱대고 쉬울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어려움을 회피하거나 가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직하고, 그 어려운 이야기를 누구든 집중만 하면 제법 따라갈 수 있도록 설명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이 책에서 가령 우리는 한 페이지만에 미적분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역시 한 페이지만에 대수와 로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 시험에서 부분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뷔퐁의 바늘]을 비롯하여 눈이 휘둥그레지게 교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증명들도 몇 개 만날 것이다. 사영 기하학에서 정보 이론으로 나아갔다가 뜬금없이 오렌지를 최대한 빽빽하게 쌓는 문제, 복권 숫자를 겹치지 않게 고르는 문제로 튀어서 결국 기하학으로 되돌아오는 13장의 구성은 순수 수학과 현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패턴을 잘 보여 준 사례로서, 마치 장대한 건축물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수학이 얼마나 멋진지를 세상에 길게 길게 외치고 싶다]는 집필 의도를 현명한 편집자들이 한껏 다듬은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말했는데, 끝까지 읽은 독자는 분명 편집자들이 이보다 더 짧게 줄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