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록은 저마다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자신과 주변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남의 손을 빌릴 필요 없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말이다. 특별했던 순간과 애써 모은 유용한 지식을 그저 과거로 흘려보내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시작, 책 만들기』는 누구나 그런 기억을 기록해 책으로 엮고, 미래의 자신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 p.9 ,「시작, 책 만들기」중에서
처음부터 책의 방향을 분명히 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책은 만들고 싶은데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고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햇살이 비추면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이슬처럼, 생각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런 때는 주변 사람들과 여러분만의 16쪽 책에 관해 이야기해보기를 권한다. 여러분의 경험과 감정, 지식 등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각이 좀 더 분명해진다. --- pp.20-21 ,「1 뼈대 잡기: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룰까」중에서
쪽배열표는 출판사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문서로서 한 권의 책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집약해 놓은 종이이다. 이 문서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설계도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책이 디자인된 상태 그대로 문제없이 제작되도록 디자이너와 제작사와의 소통을 돕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쪽배열표 만들기를 권하는 것은 첫 번째 역할 때문이다. --- p.33 ,「1 뼈대 잡기: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룰까」중에서
앞장에서 언급했던 헤밍웨이의 말을 기억하는가? “어떤 유능한 작가라도 초고는 쓰레기이다.” 쓰레기 같던 초고가 수차례의 고쳐 쓰기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나아가 고전 작품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고쳐 쓰기는 초고 쓰기보다 중요하다. 고쳐 쓰기는 다른 말로 퇴고(推敲)라 한다. 초고를 쓰는 데 한 달이 걸렸다면 퇴고에도 최소한 한 달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 p.42 ,「2 재료 모으기: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까」중에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정 없이 원본 그대로 책에 실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만들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사진이 어둡거나 흐리게 나오므로 특히 이미지가 많은 책일 경우 결과물에 실망하기 쉽다. 번거롭지만 ‘약간의’ 보정을 통해 전체적인 책의 느낌이 훨씬 화사하고 선명해질 수 있다. --- p.83 ,「2 재료 모으기: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까」중에서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서로 통하는 데가 있지 않은가? 인디자인도 글과 이미지를 상자에 넣어 지면에 배치한다는 면에서 파워포인트와 비슷하고, 긴 글을 다루기 쉽고 스타일로 위계를 관리할 수 있다는 면에서 워드 프로세서와 비슷하다. 새로운 영역에 첫발을 내딛기는 늘 어렵지만,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거닐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는 만큼 자신의 세계도 넓어진다. --- pp.87-88 ,「3 형태 잡기: 글자와 이미지를 어떻게 구성할까」중에서
앞에서 누군가 한 시간 동안 연설을 하는데 그 시간 내내 혼자 깔깔대거나 흑흑댄다면 듣는 이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내용은 듣지도 않고 상황 자체를 지겨워하기 시작할 것이다. 읽는 이가 내용에 집중하길 원하고 그 내용이 공식적이고 담담하게 전달되길 바란다면 시각적으로 특정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가독성이 높은 글꼴을 선택해야 한다. --- p.121 ,「3 형태 잡기: 글자와 이미지를 어떻게 구성할까」중에서
이미지를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이 사각형이 뚜렷이 보이면서 전체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방해를 일으킨다. 이를 흔한 말로, 이미지가 깨졌다고 한다. 이미지를 확대할 때 허용치는 출력에 필요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 출력은 200dpi, 오프셋 인쇄는 300dpi가 적정 기준 해상도이다.
163 ,「4 출력 제본하기: 종이책, 어디서 어떻게 만들까」중에서
이미지를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이 사각형이 뚜렷이 보이면서 전체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방해를 일으킨다. 이를 흔한 말로, 이미지가 깨졌다고 한다. 이미지를 확대할 때 허용치는 출력에 필요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 출력은 200dpi, 오프셋 인쇄는 300dpi가 적정 기준 해상도이다. --- p.163 ,「4 출력 제본하기: 종이책, 어디서 어떻게 만들까」중에서
마스터 인쇄는 약식 오프셋 인쇄로 생각하면 쉽다. 기본 해상도가 일반 오프셋 인쇄의 절반 이하인 150dpi밖에 안 되기 때문에 표현이 정밀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품질이 조악하다. 해상도를 높여도 그대로 구현할 수가 없어 이미지가 뭉개진다. 부분적으로 그러데이션을 주었거나 이미지를 넣었다면 약간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오프셋 인쇄로 진행하는 편이 낫다. 책 전체를 원색이 아닌 흑백으로만 작업하면 오프셋 인쇄도 비용이 낮아진다. --- p.188 ,「4 출력 제본하기: 종이책, 어디서 어떻게 만들까」중에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서 원고를 만지고 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직접 책의 형태를 만들어낸 적은 없다. 그 일은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책의 디자인이나 형태에 대해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협의한 뒤 디자이너가 그것을 구현해냈다. 때문에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도 귀에는 익숙하지만 손에는 그렇지 못하다. 책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내는 일은 생소하고 조금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도전을 한 이유는, 여러분도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나만의 책 만들기! --- p.200 ,「먼저 시작, 책 만들기」중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책 만들기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책을 한 권 만드는 전체 과정을 직접 해본 것 자체가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 컴퓨터 부품을 사다가 직접 조립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큽니다. --- p.229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김대호」중에서
그동안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정작 제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아 허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올해 책을 한 권 내보려 마음을 먹고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거의 10년 동안 혼자 살면서 이에 관한 실용 노하우도 쌓였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 p.231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김유리」중에서
실질적으로 책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 반. (콘텐츠 준비가 완료되었을 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끈기, 꼭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악착같음. 그리고 수시로 완성된 결과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곤 했습니다. --- p.237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김지선」중에서
글을 쓰다 보니 더 넣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겨나고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자꾸 늘어나서 그걸 자제하는 게 약간 힘들었고, 손재주가 없어 실제본은 왜 이렇게 마감이 지저분하게 되는지……. 깔끔함은 너무나 어려워요. --- p.241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방한량」중에서
사실 저와 같은 사람은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모든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렵고, 어렵게 느껴지니까요. ‘만들고 싶다……. 만들고 싶다…….’가 ‘만들었어요.’로 바뀌길 바랍니다. --- p.245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이경미」중에서
소설가로 등단하든지, 최소한 유명인사가 되어야만 낼 수 있는 게 책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독립출판물을 접하게 되었고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책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 p.249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임채희」중에서
다양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서 16쪽이 아닌 160쪽, 1,600쪽의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나만의 책을 한 권 만들어보세요. 지나온 날뿐 아니라 앞으로 마주칠 순간순간을 더 기대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 p.253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조윤선」중에서
디자인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쉽더라도 과감하게 작업했던 것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책이 나온 다음에 든 생각인데요, 책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은 미세한 부분을 신경 쓰는 순간 세련된 책이 된다는 점이었어요.
--- p.256 ,「나만의 책 제작자 인터뷰 - 허영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