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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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82g | 138*193*30mm |
ISBN13 | 9788960900271 |
ISBN10 | 8960900273 |
[예스24X마음산책] 1권 ↑ 코너 책갈피 2종 / 2권 ↑ 시 드로잉북 2종 (각 택1, 포인트 차감, 한정수량)
발행일 | 2008년 0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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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82g | 138*193*30mm |
ISBN13 | 9788960900271 |
ISBN10 | 8960900273 |
1 오직 마음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 유리와 거울 | 차 한 잔과 담배 한 모금 차가운 거울과 뜨거운 차 한 잔 2 마음에 존재하는 감각들 거부 | 방향 | 어둠 | 빛 | 깊이와 거리 | 잔상 | 착시 | 달다 향기 | 가벼움 | 마음의 절연체 | 차가움과 뜨거움 | 올가미 3 감정 〈 기분 〈 느낌 4 감정의 태초들 공포 | 죄책감 5 작은 차이가 빚는 전혀 다른 결론 중요하다 : 소중하다 | 행복 : 기쁨 | 소망 : 희망 평안하다 : 편안하다 | 처참하다 : 처절하다 : 처연하다 정성 : 성의 | 동정 : 연민 | 은은하다 : 은근하다 | 축하 : 축복 유쾌 : 상쾌 : 경쾌 : 통쾌 6 눈물, 우리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슬프다 : 구슬프다, 애닯다, 비애, 애잔하다, 서럽다, 섭섭하다, 서운하다… 연민 : 가엾다, 동정심, 불쌍하다, 애처롭다, 딱하다… 분노 : 노여움, 역정, 원망, 원통, 분개, 치욕, 화, 성, 골… 감격 : 감동, 감화, 감개무량, 환희… 7 ‘외롭다’라는 말의 언저리들 외롭다 | 쓸쓸하다 | 권태 | 심심하다 | 무료하다 | 허전하다 공허하다 | 적막하다 | 결핍 | 허기 | 평화 8 다가갈까, 기다릴까, 지켜볼까 9 ‘호감’에 대하여 존경 | 동경 | 흠모와 열광 | 옹호 | 좋아하다 | 반하다 매혹되다 | 아끼다 | 매력 | 보은 | 신뢰 10 심장에 문신을 새기다 손 | 목소리 | 뒷모습 | 체취 11 말 거짓말 말, 나 자신을 위하여 | 거짓말, 당신을 위하여 12 유대감들 엄살 | 걱정 | 공감 | 상처의 전시회 | 비밀 | 농담 | 경청 13 사랑, 그 불가항력의 낭비에 대한 보고서 14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마음들 기대 | 진실 | 주시注視 | 고독의, 독한 커피와도 같은 힘 질투는 혹시 | 배신의 개운함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지라도 | 살의 | 이해 | 사랑과 신앙 도덕과 헌신 | 그럼에도… 15 진짜와 가짜 이기심 : 자기애 | 표정 : 눈빛 | 자존심 : 자존감 16 버림받은 말들을 어루만지다 사실과 진실 | 순진함과 순수함 | 솔직함과 정직함 질투와 시기 | 반항과 저항 | 착함과 선함 | 위선과 위악 17 집단, 정의, 마녀사냥 18 순교와도 같은 두려움 | 연애 | 부모 자식 | 시 19 길고양이가 쓰레기통을 헤집듯, ‘사랑해’라는 쓰레기통을 헤집다 처음 말해지는 ‘사랑해’ | ‘사랑해’라는 말이 두 번, 세 번… 반복될 때 마지막에 하는 ‘사랑해’라는 그 말 20 이별의 능력 개운하다 | 미련이 남다 | 추억하다 | 도착하다 정복하다 | 마음의 공황 | 망각 21 깊은 밤을 날아서 22 잔인한 아침 23 무심함의 일곱 빛깔 따뜻한 무심함 | 호방한 무심함 | 이기적 무심함 | 유니크한 무심함 작전상 무심함 | 무심한 무심함 | 무심하기엔 너무 쩨쩨한 당신 24 시간, 박약한 세계에 주는 은총 십대 | 이십대 | 삼십대 | 사십대 25 여행은 어땠니 26 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틈 마음 찾아보기 |
아는 낱말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으로 또는 손으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못하면 갑자기 낯설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도 내가 써내고 있는 문장 속 단어나 서술어, 형용사 등을 따로 떼내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얘가 이런 말이었니? 싶을 정도로 생경할 것 같다. 역시 시인이구나 싶다. 예민하게 써내려간 낱말에 대한 정의가 숨겨둔 속을 들킨 것처럼 덜컹거리게 만든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 사전을 열어보면 내 마음을 환히 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삶에 대해 즐거움을 느낄 때도 순위를 매긴다면 지적 희열을 느낄 때가 1순위인 것 같다. 이런 순위야 나이, 경험에 따라 가변적인 거여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1순위는 지적 희열을 느낄때이다'라고 단정하진 못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내게는 앎의 즐거움이 가장 크다. 이런 류의 책을 만나면 마음에 대한 여러 감정을 정의내린 사전인데도 가슴에도 머리에도 폭죽(이건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이 터진다. 사전이기 때문에 딱딱하고 명료한 나열식 문장일 것이란 예측도 살짝 했었기에 대반전을 보여주려는 듯 나는 '사전'에 빠져들고 만다. 세상에, 사전을 읽다니. 시인이 쓴 문장이라 단어도 그렇고 단어와 서술어를 연결하는 비유도 대단하다. 낱말에 대한 설명을 이해와 감정을 동시에 선사하는 재주가 뛰어난 작품이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책 머리에)
충혈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특정 단어를 사용해야하는 감정의 상태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말로 풀어내기보다 온전히 느낌으로만 간직한다. 그리고 해당 낱말로 자신의 감정을 단순하게 드러낸다. 마음을 체온계로 잰다면 사람마다 다른 체온을 보일텐데 우리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로 자신의 복잡한 심정이나 감정을 압축해버릴 때가 많다. 슬프다, 기쁘다, 두렵다, 무섭다, 행복하다, 기쁘다, 소중하다 등등. 이 복잡한 실핏줄을 헤짚기엔 지금의 감정 상태가 끝나버리는 순간이 짧기도 하다. 현재의 마음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이게 무엇인지 충분히 헤아려 볼만큼 우리는 이성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여기 김소연 시인은 이런 감정의 상태를 낱말 비교 방식을 통해 리드미컬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쏙쏙 머리에 들어온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 해당 낱말의 감정 상태로 진입하는 것도 같다.
예를 들어보자. 행복과 기쁨을 설명한 그녀의 사전적 정의를 여기 옮겨보겠다.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기 힘들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약간의 질투와 약간의 모호성. 그것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전염된 기쁨은 그러나 오래가지도 않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는다. 금세 잊는다. 그렇지만, 남에게서 전염된 행복은 오래 가기도 하거니와 자기 것이 된다. 그만큼 느리고 꼼꼼하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얻는 기쁨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지만, 빠르고 간단한 것들은 느리고 꼼꼼한 것만 못하다." 59쪽
나는 이 책을 사전이라고 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시집이다. 이건 시다. 그녀의 설명방식에는 운율이 있고 공감이 있다. 그래서 부드러움과 따뜻함, 그리고 슬픔도 함께 진동하는 글이다. 어쩌면 심리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곁에 두고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낱말을 만날 때마다 김소연 식의 정의를 들여다 보고 싶다. 차마 말 또는 글로 표현해내지 못한 열등감을 뒤로 하고 그녀를 향한 존경을 담아 이 책을 써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열어볼 것이다. 국어사전보다 마음사전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더 따뜻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전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가을이란 단어를 보니 반가워서 사진으로 찍어봤어요. 사십대가 되면 갑작스럽고 빨리 닥치는 '쇠락'도 멋지게 보이는군요:)
책이나 글을 읽다보면 내게 있어 어려운(?) 단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오 이런 멋진 단어도 있었구나, 나중에 꼭 써먹어야지!'하며 기억에 담아 놓았다가 기어코 꺼내들 때가 있다. 설렘도 잠시 책에서 만났던 그 멋진 단어는 내 글에서는 도통 멋있어지지 않는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면서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기분이랄까. 아마 그 단어의 쓰임이 생소하기도 해서겠지만, 나 스스로가 그 단어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어느 장면을 보고 흉내내다 보니 그 단어가 주는 울림을 제대로 재연하지 못한 탓일테니.
'비단 생소한 단어뿐이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담는 과정에서 무심코 써내려가는 어휘하나, 문장하나 하나가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지, 그 단어의 울림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고민스러워졌다. 내가 선택한 단어가 어떤 의미를 품고 있으며, 그것이 내 마음을 잘 전달할 만큼 적절한지 고민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단어가 가지고 있는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 낼 수 있는 단어를 찾기 위해 '마음사전'을 펼쳐보았다.
'마음사전'은 순전히 작가의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이 녹아든 수백개의 단어들이 뿜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어가 가지는 표면적인 의미에 더해 경험에서 우러난 마음의 의미까지, 일상의 만남과 관계속에서, 사랑과 이별속에 녹아있는 그 단어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비슷한 단어와 단어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한 표현으로 재해석하기도 하며, 각 단어들을 이야기에 녹여내 그 의미를 한번 더 뜨겁게 우려내기도 한다.그간 알고 있었던 단어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하고, 생소했던 단어들을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어떤 느낌을 지닌 단어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매일 걷던 길도 생경하게 여기며 신선하게 느낀다.
그 생경함으로 짐짓 경건해지기조차 하는 것이다. 그 길에서 서성이던 무수한
자기 자신을 추억하며, 무미건조했던 예전의 자기 자신까지 생경하게 바라본다."
무의미하게 반복하며 써내왔던 단어들이 눈에 밟힌다. 내 마음을 담았던 단어들이, 저자의 마음 속에서 그려낸 단어와 그 이야기에 담아내기엔 벅차보이기도 하고, 그저 인생 이야기에 빠져 코가 시큰해지기도 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그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녹아낸 이야기를 통해 관계를, 사랑을, 이별을, 마음을 헤아리기도 한다.
저자가 담아낸 이야기에, 단어에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는 각자가 품은 마음사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그려낸 이야기와 마음은 다를지라도 '단어'가 품고 있는 마음만큼은 진정한 '나'를 담아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참고하기 좋을 만한 책이다. 비슷한 단어를 무심코 써내리기 보다는 각 낱말이 가지는 미묘한 차이를 헤아려 적재적소에 그를 담아낸다면, 보다 섬세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혹여 저자의 마음 사전과 뜻이 다르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더 좋지 않을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오롯이 담긴 단어를 품는 기쁨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녹인 단어를 글에 담는다면 '자신만의 향기'를 자아내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직은 부족하기만한 내 마음의 사전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부족하니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차곡차곡 쌓여가는 넉넉한 기쁨을 만끽하며, 나만의 향기를 오롯이 품은 글을 써내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경청"
경청은 그 어떤 침묵보다 신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순정하다. 경청은 열중하며 인내하며 증류한다.…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이해"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잘 이해하는 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없다.
"자존심 : 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을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걱정"
걱정은 유대의 힘을 엄청나게 발휘한다. 같은 고민거리를 지닌 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도원결의한다. 해결책이 나오면 안 된다. 영원히 보류되는 해결책 아래에서 그 유대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나도 내 마음을 몰라 제대로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한다. 만약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마음 사전이 있다면 어떨까.
저자의 책 제목은 여럿 보았으나 정작 읽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지 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순전히 여권 케이스 때문에 이 책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퀄리티가 좋은 여권 케이스와 함께 예스 리커버본이 나왔을 때 나도 몰래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다른 구매할 책을 찾아서 말이다. 책의 표지도 여권 케이스도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어 이 맛에 리커버본을 구매하는 독자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마음 사전』은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와 함께 그 설명을 담은 글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였으나 저자가 설명한 단어의 뜻을 읽고는 그렇지, 그랬었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외롭다'라는 말에 비하면, '쓸쓸함'은 마음의 안쪽보다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 있다. 정확하게는, 마음과 마음 밖 정경의 관계에 대한 반응이다. 외로움은 주변을 응시한다면, 쓸쓸함은 주변을 둘러본다. 마음을 둘러싼 정경을 둘러보고는, 그 낮은 온도에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게 바로 '쓸쓸함'이다. (92페이지, 「쓸쓸하다」 전문)
외롭다, 거나 쓸쓸하다,고 할때 우리는 우리의 마음 안쪽의 감정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있다고 표현했다. 마음이 어떻게 안과 밖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시인의 설명을 읽고나니 그런 것도 같다. 나는 이제 '외롭다' 나 '쓸쓸하다' 고 말할 때 내 마음의 안과 밖을 생각할 것 같다. 어떤 게 외로운 것이고 어떤 게 쓸쓸한 것인지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시인은 <'호감'에 대하여>에 여러가지 감정을 말했다. 그것은 존경, 동경, 흠모와 열광, 옹호, 좋아하다, 반하다, 매혹되다,아끼다, 매력, 보은, 신뢰다. 「반하다」는 '반하다'라는 말 앞에는 '홀딱'이란 수식어가 적격이다. '홀림'의 발단 단계. 그 어떤 호감들에 비해, 그만큼 순도 백 퍼센트 감정에만 의존된('의존한'이 아니라) 선택인 셈이다. (116페이지) 라고 했다. 「매혹되다」의 설명을 볼까. '홀림'이 근거를 찾아 나선 상태. '반한다'는 것이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 불안정한 것이라면, '매혹'은 근거들의 수집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다. 풍부하게 제시되는 근거때문에 매혹된 자는 뿌듯하고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매혹은 즐길 만한 것, 떠벌리고 싶은 것이 된다. 게다가 중독된 상태와 비슷해서, 종료되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117페이지)
「매혹되다」라는 부분을 읽는데, 문득 예전에 보았던 토머스 컬리넌의 「매혹당한 사람들」과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생각난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남자에게 매혹당한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마 그 뒤로 매혹이란 단어에 매혹되었던 것 같다. 그 정확한 마음을 시인은 발췌 글처럼 표현하였다. 누군가에 혹은 어떤 것에 매혹되었다면 떠벌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시간은 때로 지루하게도 여겨지고, 때로는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십대와 이십대를 거쳐 삼십대와 사십대를 맞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가의 글은 그 시간을 견뎌왔던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시간, 박약한 세계에 주는 은총'이라는 문장에 그만 감동하고 만다. 시간이 은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내게 오는 것. 때로는 거부하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는데 시인의 말처럼 이제는 은총이라 여겨야겠다.
무심함의 일곱 빛깔을 아는가!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지는 사람은 「따뜻한 무심함」이며 오로자 자신의 일에만 열중한 사람은 「이기적 무심함」이다. 남들이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혹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생각해둔다면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등을 생각해두느라 바빠 「호방한 무심함」이라고 한다. 겸연쩍고 낯간지럽기 때문에 무심함이 익숙해진 그는 「무심한 무심함」이며 스스로에게 예민하느라 타인에겐 도무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무심하기엔 너무 쩨쩨한 당신」은 되지 말자.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정면은 아름답다는 감탄을 이끌어내지만,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한숨을 이끌어낸다. 누군가의 뒷모습은, 돌아선 이후를 오래도록 지켜보았을때에만 각인되기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아련하다. (127페이지, 「뒷모습」 중에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지 않을까. 마음에 관련된 단어는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다. 누군가 느꼈던 감정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다가온 마음들이었다. 단어에 대하여 생각을 거듭한 문장들이어서 밑줄치고 싶은 글이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무방하며 우리가 가진 마음들에 집중할 수 있다. 책의 뒷편 <틈>을 포함해 300여개의 단어의 뜻을 실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마음들을 깨닫게 한다.
'설렘' 뜻이 무엇인줄 아는가. 뼈와 뼈 사이에 내리는 첫눈이다. '슬픔'은 생의 속옷이다. '멀미'는 가속이 붙은 세상과 당신과 나의 감정에 대한 현기증이다. 이러한 마음 사전을 곁에 두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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