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아저씨는 언제 오세요?"
"글쎄, 일찍 일을 마치겠다고 했는데."
"어머, 누가 또 오시나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 베토벤이 어슬렁어슬렁 계단 쪽으로 나갔다.
"너 베토벤이지? 나, 기억하냐?"
"오셨네!"
청배와 홍배가 문가로 나서자 회현동 아저씨가 베토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옥상 위로 막 상체를 내밀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옥상에 올라오더니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정말 전망이 좋습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집집의 불빛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아저씨"
회현동 아저씨는 검정 비닐봉지를 청배에게 내밀었다.
"뭘 다 사오셨어요?"
홍배의 말에 회현동 아저씨는 "과일을 좀" 이라고 대답했다. 방에 있던 귀뚜라미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를 벗어서 호주머니에 넣으며 방으로 들어서려던 회현동 아저씨가 문간에서 머뭇거렸다.
"아, 여자분도 계시군요."
"안녕하세요?"
귀뚜라미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조그맣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회현동 아저씨도 인사를 하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여기, 손 씻는 데가 어딥니까?"
청배는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더니 양말을 벗고 오래오래 발을 씻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회현동 아저씨의 얼굴이 한결 준수해졌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현동 아저씨는 좌중을 향해 예의 바르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즐겁게 먹읍시다. 여기 잡채는 숙녀분의 솜씨고요, 나머지는 제 솜씹니다."
청배는 생일 케이크에 큰 양초 네 개와 작은 양초 두 개를 꽂다가 홍배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 이제 마흔두 살 되지 않았어요?"
"얘가! 마흔하나다. 가뜩이나 나이 많아 죽겠는데."
모두들 깔깔깔 껄껄껄 웃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특히 잡채가 맛있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의 먹자골목에서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아저씨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하면서 맥주를 두 잔 마셨다. 귀뚜라미 아가씨는 다섯 잔 마셨다. 청배도 맥주를 마셨다. 홍배가 가장 많이 마셨다.
--- p.30~32
"회현동 아저씨는 언제 오세요?"
"글쎄, 일찍 일을 마치겠다고 했는데."
"어머, 누가 또 오시나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 베토벤이 어슬렁어슬렁 계단 쪽으로 나갔다.
"너 베토벤이지? 나, 기억하냐?"
"오셨네!"
청배와 홍배가 문가로 나서자 회현동 아저씨가 베토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옥상 위로 막 상체를 내밀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옥상에 올라오더니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정말 전망이 좋습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집집의 불빛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아저씨"
회현동 아저씨는 검정 비닐봉지를 청배에게 내밀었다.
"뭘 다 사오셨어요?"
홍배의 말에 회현동 아저씨는 "과일을 좀" 이라고 대답했다. 방에 있던 귀뚜라미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를 벗어서 호주머니에 넣으며 방으로 들어서려던 회현동 아저씨가 문간에서 머뭇거렸다.
"아, 여자분도 계시군요."
"안녕하세요?"
귀뚜라미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며 조그맣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회현동 아저씨도 인사를 하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여기, 손 씻는 데가 어딥니까?"
청배는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더니 양말을 벗고 오래오래 발을 씻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회현동 아저씨의 얼굴이 한결 준수해졌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현동 아저씨는 좌중을 향해 예의 바르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즐겁게 먹읍시다. 여기 잡채는 숙녀분의 솜씨고요, 나머지는 제 솜씹니다."
청배는 생일 케이크에 큰 양초 네 개와 작은 양초 두 개를 꽂다가 홍배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저씨, 이제 마흔두 살 되지 않았어요?"
"얘가! 마흔하나다. 가뜩이나 나이 많아 죽겠는데."
모두들 깔깔깔 껄껄껄 웃었다.
회현동 아저씨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고, 특히 잡채가 맛있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의 먹자골목에서도 이렇게 맛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아저씨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하면서 맥주를 두 잔 마셨다. 귀뚜라미 아가씨는 다섯 잔 마셨다. 청배도 맥주를 마셨다. 홍배가 가장 많이 마셨다.
--- p.3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