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과 대니, 그리고 나
이 책은 중국계 미국 이민자 2세가 겪는 성장의 아픔을 그린 것이다. 주인공 왕진은 사춘기 청소년으로 백인 위주의 미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경험한다. 때로는 또래 백인들에게 주눅 든 모습으로, 때로는 같은 동양계 친구를 은근히 무시하면서 백인을 부러워하다 마침내 스스로 백인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왕진은 대니라는 이름의 백인이 된 후에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자신을 못마땅해 한다. 한참 뒤에야 왕진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간다.
여기에 재미와 감동을 더해주는 요소는 손오공 이야기다. 자기 잘난 맛에 살며 원숭이이기를 거부하던 손오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닫고 자신을 긍정하는 스토리가 주인공 왕진의 이야기와 함께 흐른다. 얼핏 보기에 따로 노는 듯한 두 이야기는 책의 후반부에서 합쳐져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낸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왕진의 수호천사로서 활약하는 손오공과 그의 아들은 변변한 친구 하나 없는 왕진에게 더할 나위 없는 벗이고, 지겨운 대화 상대이기도 하다. 끝까지 읽다 보면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주위 사람이면서 왕진의 마음속 갈등을 표현한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장면은 한약방 할머니가 자신을 못마땅해 하며 괴로워하던 왕진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부분이다. 답답한 현실에서 뭔가 변신을 꿈꾸던 왕진에게 할머니는 ‘자신의 영혼을 버리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 마치 악마의 주문처럼 왕진에게 기억된 이 말대로 왕진은 자신을 버리고 어색한 대니의 탈을 쓰게 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양심의 가책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고, 끝내 완벽하게 변신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이 가장 행복한 삶의 출발점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중국계 이민자 2세의 갈등이지만, 넓게 보면 동양계 이민자의 모습이기도 하고, 흔히 경험하는 사춘기 시절의 고민을 뚜렷하게 부각시킨 것이기도 하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사람일수록 ‘나는 성격이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못 생겼나’,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지’, ‘아니, 뭐가 되고 싶기라도 한 건가’, ‘나의 진짜 모습은 뭘까’ 등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기 자신을 아낄수록, 뭔가 돋보이는 성공과 욕심에 집착할수록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아쉬워하고, 마침내 자신을 부정하면서 괴로운 감정을 토해낸다.
20년 넘게 10대 청소년들을 만나는 교사로 살아오면서, 유난히 성장통을 겪는 학생들에게 내가 즐겨 해주는 말이 있다. 청소년기 또는 사춘기의 갈등은 우리네 삶에 있어서 기초공사에 해당되는 것이다. 기초공사하는 건물을 보면, 거무튀튀한 콘크리트 구조물에다 창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밋밋한 모습이다. 심지어 흉물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건물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햇볕 잘 들게 창문을 내고, 전기 배선을 안전하게 하는 과정이 없다면 훗날 멋지고 화려하며 튼실한 건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춘기는 바로 이러한 시기다. 성급한 마음에 기둥과 벽을 제대로 세우지도 않은 채 서둘러 페인트를 칠하고, 이리저리 전기선을 깔아놓으면, 당장은 그럴 듯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얼마 못 가 벽에 금이 가거나 칠이 벗겨지거나 급기야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날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 미래의 멋진 자신으로 스스로를 가꾸어 나가는 것, 열린 마음으로 주위의 벗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이 모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가능한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한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자신을 긍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남을 사랑할 수 없으며,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인공 왕진의 정체성 찾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심각한 인종 차별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이민자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는 대한민국에 우리 청소년들이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진과 대니 중 어느 쪽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성장통을 겪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밝고 힘차게 자기 삶을 계획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오늘의 진지한 고민이 내일을 위한 다양한 탐색과 도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윤종배(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서울 온곡중학교 교사)-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뛰어난 책이다. 고도로 양식화된 그림과 삼성대위법을 연상시키는 완성도 높은 구성은 개인의 성장 드라마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정제된 형식 덕분에 멀리 미국 땅 청소년 이야기가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살갑게 와 닿는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김태권(《십자군 이야기》의 작가)-
문학작품으로서의 감동과 만화로서의 재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서양의 화풍이 결합된 그림이 안겨 주는 즐거움은 보너스! -박시백(《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작가)-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내 딸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다. -이우일(《노빈손 시리즈》의 작가)-
동양계 미국인인 내가 평생을 기다려온 책이다. -데릭 커크 김(한국계 미국인 작가)-
참신하면서도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놀라운 예술작품이다. -「뉴욕타임즈」-
정교하게 짜여진 이 책은 유머와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혼합하고 있다. -「미국 학교도서관저널」-
자신이 태어난 몸과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란 적이 있는 모든 청소년들을 위한 우화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 출판될 모든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강력하면서 읽는 재미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