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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386g | 118*178*30mm
ISBN13 9788991071582
ISBN10 899107158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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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은 대개 거짓말을 하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제임스의《사회민주주의사》라는 바보 같은 책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1887년께 여기서 벌어진 투쟁이 대해 엉망진창으로 설명해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네. 그 책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이 여기서 자치회의라는 것을 열려고 하자 런던 시청과 시의회, 위원회 또는 어설프게 음모한 바보들의 야만적인 집단들이 무장을 하고는 시민들을 습격했다고 하네. 그러나 그 내용은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게다가 그 책은 당시 특별한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네.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정말 터무니없는 설명이지, 암.”
“그러니까…” 나는 말했다. “제임스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어르신께서 인용하신 부분에 대한 그의 설명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싸움이 전혀 없었다든가, 무장하지 않은 평화로운 사람들이 곤봉으로 무장한 폭도에게 습격당하기만 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릅니다.”
노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그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가?”
“그로부터 생겨난 일은…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다는 겁니다.”
“곤봉으로 때린 사람들이 말이오? 나쁜 놈들!”
“아니, 아닙니다. 곤봉에 맞은 사람들이 갇혔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이보게, 자네는 시시껄렁한 거짓 기록을 읽고서는 너무나 쉽게 그것을 믿은 것 같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 말은 다 사실입니다.”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말문을 닫았다. 그동안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 앉아 있던 디크가 마침내 천천히, 그러나 매우 슬프게 말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을 텐데, 이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에 살면서 우리와 같은 감정과 기분을 가졌을 텐데 그런 지독한 짓을 했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군요.”
--- pp.82~83

“교육에 대한 어르신의 생각을 한두 마디 더 말해주십시오. 저는 디크에게서 이곳 사람들은 아이들이 멋대로 굴게 내버려두면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을 너무 순화시킨 나머지 이제는 교육이 아예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그의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듯하군요. 그러나 나는 당신이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이해합니다. 그것은 과거의 것으로, 당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생존경쟁의 시대였습니다. 그런 생존경쟁은 대다수 사람들에 대한 교육을 그다지 정확하지도 않은 사소한 정보들을 나눠주는 것으로 축소시켰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교육을 좋아하든 말든, 바라든 말든 개의치 않고, 게다가 그것에 무관심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끌어들여 끝없이 되풀이해 씹어 삼키고 소화하도록 강요했지요. (중략) 당신은 아이들이 각자가 지닌 능력이나 기질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학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획일화된 학습 과정을 밟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친구, 그런 방식은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보지 않나요? 그런 맷돌에서는 누구든 상처를 입지 않고서는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엄청난 반항정신을 가진 아이들만이 그 속에서 산산조각 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뿐이지요. (중략) 과거의 것들은 모두 빈곤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모두 흘러간 옛이야깁니다. 지금 우리는 궁핍하지 않고, 지식이라는 것은 누구든 그것을 자발적으로 추구할 의향만 있다면 언제라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pp.116~117

(해먼드)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혹성에서 태어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같은 정부는 없습니다. (중략)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또한 그런 제도에 대한 세부사항들에 대해 모든 사람의 의견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사람들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다수, 즉 자신과 동등하지만 뜻이 다른 다수의 사람에게 굴종하게 만들기 위해서 육군, 해군, 경찰을 갖춘 정부라는 정교한 조직을 둘 필요는 더 이상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략) 과거의 정부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그것은 진정한 의회였거나 그 일부였습니까?
(나) 아닙니다.
(해먼드) 의회는 한편으로는 상류계급의 이권이 어떤 피해도 입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종의 감시위원회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중을 기만하여 그들이 의회가 자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데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한 일종의 눈가리개 아니었습니까?
(나) 역사는 그랬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해먼드) 민중은 자신들의 일을 어느 정도나 스스로 다루었습니까?
(나) 제가 들은 바로 판단하면, 사람들은 가끔 이미 발생한 어떤 변화를 합법화하는 법률을 의회로 하여금 만들게 했습니다.
(해먼드) 그 밖에는?
(나) 없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만일 민중이 자신들에게 불만을 야기한 원인을 다루려고 시도하면 법률이 간섭하여 그것은 선동이다, 반란이다, 또는 기타 무엇이다 하면서 그러한 시도를 한 주모자를 학살하거나 고문했습니다.
(해먼드) 당시의 통념에 따르면 법정은 모든 일을 공정하게 다루는 장소였지요? 그렇다면 빈민도 그곳에서 자신의 재산과 인격을 충분히 옹호할 수 있었나요?(나) 부자에게도 소송은, 설령 승소한다 해도 엄청난 불행인 게 보통이었는데, 빈민은 말할 것도 없지요. 법률의 손아귀에 사로잡혔던 빈민이 감옥행이나 완전한 파멸을 면할 경우 그것은 정의와 자비의 기적이라고까지 여겨졌습니다.
(해먼드) 그렇다면 19세기에는 ‘법정과 경찰’이 사실상의 정부였고, 그 정부는 불평등과 빈곤이 신의 법이고 세계를 연결하는 끈이라고 선언한 계급제도 아래에서 살던 당시의 민중에게는 별로 좋은 정부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이제는 그 모든 것이 확실하게 변했지요. 어떤 물건을 확실하게 소유하고 그 물건에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이웃에 대고 외치는 식의 ‘재산권’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그런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조차 이제는 불가능하지요.
--- pp.134~136

“이번에 어르신께 묻고 싶은 것은, 노동의 대가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일을 하게 되는가? 특히 어떻게 그들이 열심히 일하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노동의 대가가 없다고요?” 해먼드는 진지하게 말했다. “노동의 대가는 ‘삶’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특히 뛰어난 노동에 대해서도 대가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닙니다. 많은 대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창조’라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신이 받는 임금’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지요. 뛰어난 일을 뜻하는 창조의 기쁨에 대해 당신이 대가를 지급받고자 한다면,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는 데 대해서도 대가 청구서를 보낸다는 말까지 듣게 될 겁니다.”
“그러나 19세기의 사람이라면 인간에게는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자연적인 욕망과, 노동을 하지 않으려는 자연적인 욕망이 있다고 말할 겁니다.” 내가 말했다.
“네. 저도 고대의, 완전히 거짓인 그 진부한 이야기를 잘 압니다. 우리에게 그 이야기는 정말이지 무의미한 것이지요.”
“왜 무의미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일이라는 것이 그저 고통일 뿐이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부터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충분한 부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일이 부족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잃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은 기쁨이지 고통이 아닙니다.”
--- pp.160~162

“오랫동안의 오류와 불행 끝에 노동자들은 마침내 어떻게 단결해야 하는지를 배운 겁니다. 고용주들과의 싸움, 즉 반세기 이상 노동과 생산의 현대적 제도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여겨져 온 싸움에 정규적인 조직을 갖고 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정된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임금노동자들이 연합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단결을 통해 노동자들은 고용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활조건을 개선해주게끔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그들의 조직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종종 폭동과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폭동은 그들의 전술에서 결코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시대에는 그들이 매우 강력하게 되었으므로, 부차적인 사인에서는 단순한 파업의 위협만으로도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는 어떤 특정 산업의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만 파업에 참여하게 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을 하면서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게 하는 과거 노동조합의 바보 같은 전술을 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당시에 그들은 파업을 뒷받침할 만한 막대한 자금을 갖게 되었고, 만일 그들이 결정만 하면 일정 기간 동안 어떤 산업이든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 pp.184~185

“이제 오랜 투쟁 뒤에 이루어진 이 나라의 진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전쟁이 끝난 뒤에 사람들이 다시 정착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그 전쟁의 파괴로 인해 부족해진 부를 사람들이 노동으로 상당히 보충했을 때 일종의 실망감이 덮쳐왔고, 이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반동주의자들이 한 예언이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모호한 수준의 공리주의적 쾌락이 우리의 포부와 성공의 목표였던 것처럼 간주됐습니다. 경쟁적인 노력에 대한 자극이 없어진 것이 공동체의 필수품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그로 인해 사람들이 사색에 빠지거나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져 게을러졌다면 어찌 됐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흐리멍덩한 천둥구름은 우리에게 위협만 가했을 뿐 곧 지나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들을 통해 당신은 과거의 불행에 대한 치료책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그동안 생산되던 수많은 것들, 즉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노예용품과 부자들을 위한 순전한 재산낭비용품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불행에 대한 치료책은 간단히 말씀드리면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던 것의 생산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생산을 위한 모든 노동에 예술이 필요적인 부분이 됐으니까요.”
--- pp.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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