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입니다.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MBC창작동화대상에 단편 〈용서해 주는 의자〉가 당선되면서 동화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2005년 창작 동화 《겨울 해바라기》로 제1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고, 첫 소설 《규방 탐정록》으로 아르코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행복빌라 미녀 4총사》,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 《불가사리를 기억해》, 《여자는 힘이 세다》 등이 있습니다. 웅숭 깊은 옛이야기 속에서 글 씨앗들을 열심히 찾아 쑥쑥 키워 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 김혜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그 이야기 속에 깃든 재미와 상상을 더 새롭고 재미있게 그릴까 고민합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흥부전》, 《다산 천자문》, 《나 좀 봐》,《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 《메주 쑤는 날》, 《다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짝짝이 신》 등이 있습니다.
“예까지 잘 굴러 왔냐? 달걀 안 깨뜨리고?” 달걀 도깨비는 묻는 말엔 대답도 않고, 꼬부랑 할머니한테 달걀 꾸러미를 내밀었어. “할머니 없는 동안 내가 몇 번이나 왔었게요? 언제 오나, 언제 오나, 거의 매일 온걸. 하루는 하루에 열두 번이나 다녀간걸.” (…)그런데 달걀 도깨비가 킁킁거리더니 이러지 뭐야. “어라! 꼬부랑 할머니 냄새가 달라졌네. 이상하다, 이 냄새가 아닌데!” 꼬부랑 할머니는 뜨끔해서 손사래를 치다, 저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질렀어. “다르긴 뭐가 달라? 할망구 냄새가 다 그렇지. 너도 얼른 부엌에 들어가 지단이나 부쳐.” --- p. 22-23
‘아이고, 심 봤다!’ 신난 꼬부랑 할머니는 속으로 웃었어. 만날 누워만 있으니 얼마나 편해. 거기다 산삼 뿌리까지 가져왔으니 좋아 죽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뻔했다니까. 그 마음을 겨우 누르고 있자니 꼬부랑 할머니 가슴이 다 벌렁벌렁했지. 한밤이 되도록 잠도 못 잔걸. 그래 몰래 일어나 부엌까지 나가서 꺼내 봤지 뭐야. “에구머니나! 이게 뭐래?” 꼬부랑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 그간에 몰래 챙긴 것까지 합쳐서 산삼들을 베보자기에 싸 두었거든. 그런데 펼쳐 보니 산삼이 아니야. 그냥 머리카락 뭉치야. --- p.46
이제 보퉁이만 들고 휙 나가면 될 것을 자꾸 고개가 돌아가지 뭐야. 꼬부랑 할머니 눈이 애한테 붙었어. 한참 있으니 아이가 꼭 얄랑얄랑 물속에 누운 것 같지 뭐야. 꼬부랑 할머니는 눈을 꼭 감아서 물을 쭉 짜내고 바깥으로 나왔어. ‘뭐? 나더러 어쩌라고? 나라도 살아야지. 제 부모도 버리고 나라서도 안 된다는 애를 나더러 뭐 어쩌라고?’ 보따리에 인절미까지 챙겨 넣고 꼬부랑 할머니가 사립문을 나섰어. 꼬부라진 오두막에 바람이 횡 불었어.
이 할망구 대체 뭔 짓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찾아오누. 가짜 꼬부랑 할머니인 걸 알아채면 어째!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열두 고개를 꼬부랑꼬부랑 넘어 빈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집주인인 진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 설상가상 오두막으로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배가 고픈 꼬부랑 할머니는 떡국 먹을 욕심에 진짜 행세를 시작하는데… 과연 가짜인 걸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2.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천년 묵은 산삼이 어린아이로 변한 메산이는 산에 버려진 것들만 보면 꼬부랑 할머니 오두막으로 데려온다. 버려진 아이 둘에 수시로 찾아와 입을 보태는 메산이까지 여간 성가시고 번거로운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애들을 내보낼 수 있을까 궁리하던 꼬부랑 할머니는 꾀병으로 앓아눕는데….
3.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꼬부랑 할머니에게 찾아온 최대 위기. 메산이가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기장수를 데려왔다! 관군이 들이닥치면 할머니도 무사하지 못할 터.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인절미를 만들던 할머니는 잠든 아기장수를 두고 혼자 도망치기로 하는데….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호랑이는 생일날 맘껏 떡을 먹게 해준다는 약속을 할머니가 지키려는 줄 알고 기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