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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8 제6회 올해의 책 선정도서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 창비 | 2008년 10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1 리뷰 818건 | 판매지수 4,647
베스트
국내도서 1위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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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98g | 148*210*30mm
ISBN13 9788936433673
ISBN10 893643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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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리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절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역작
신경숙 문학의 오랜 흐름을 한곳으로 모아놓은 소설적 결정(結晶)!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으며 소설계의 중심에 자리잡은 작가,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되었다. 작년 『리진』을 펴낸 데 이어 여섯번째 장편이다. 연재 후 작가는 4장으로 구성된 연재원고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100여매에 달하는 에필로그를 덧붙였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추리소설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엄마는 사라짐으로써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된다. 전단지를 붙이고 광고를 내면서 엄마를 찾아헤매는 자식들과 남편,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각 장은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를 사로잡는다. 딸(1장)―큰아들(2장)―아버지·남편(3장)―어머니·아내(4장)―딸(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시점의 전환은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각 장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모놀로그를 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지닌다. 각자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머니의 상은 각각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연결되고 스며들어 탁월한 모자이크화로 완성된다.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나 (…) 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 봐라, 너 아니믄 이 서울에 내가 언제 와보겄냐.(93~94면)

큰아들의 졸업증명서를 직접 들고 기차를 타고 난생처음 서울에 올라온 어머니가 아들의 숙소인 동사무소 숙직실에서 잠들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 동사무소가 첫 직장이었다는 것도 잊은 채 바쁘게 살다가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에 큰아들이 떠올리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일부인 것이다.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이처럼 눈물겹고 안타깝도록 자식만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성공가도를 달려오면서 정작 가장 가깝고 소중한 어머니를 등한시했다는 때늦은 깨달음은 아들에게 통한의 눈물을 안겨준다. 딸들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너를 도시에 데려다주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밤기차를 탔던 그때의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네 나이와 같다는 것을 너는 아프게 깨달았다. 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도 소녀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 자체였다. 엄마라면 지금의 너처럼 두려움을 피해 이렇게 달아나고 있지 않을 것이다. (275면)

나는 엄마처럼 못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딸인 내가 이 지경이었는데 엄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고독했을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그런 부당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언니.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262면)

‘진뫼’라는 시골동네에서 태어나 교육도 받지 못하고 오남매를 낳고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이 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그 엄마에게도 사실은 당신만의 낭만과 애틋한 사랑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은 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4장에서야 밝혀지는 어머니의 숨겨진 사랑이야기는 충격과 동시에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이젠 당신을 놔줄 테요.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나는 이제 갈라요.(236~37면)

어머니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한 여성으로서 어머니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을까,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지만 애써 외면해온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 이 소설은 가슴 아프게 응답한다. 갈피마다 서려 있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어머니의 에피쏘드들은 읽는이로 하여금 독서를 멈추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빠르게 읽히지만 중간중간 독서를 멈추고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고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세밀한 문체와 내면묘사는 신경숙 소설의 정점이라 할 만큼 뛰어나다.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추억을 환기하며 물흐르듯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섬세한 문체와 묘사는, 읽는이에게 소설 속 화자의 고백이 완벽하게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 듯한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독자로 하여금 소설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착각하게끔 해서 작품 안에서 헤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가슴 아픈 사랑과 열정과 희생을 복원해보려고 애썼을 뿐이다. 이로 인해 묻혀 있는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나의 소박한 희망이다.(작가의 말)

소설 속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들의 인생이 어느 만큼이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 ‘소박한 희망’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이 소설의 사회적 의미와 파장력은 엄청나게 크다 할 수 있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최첨단 기술문명을 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서 작가의 낮고 깊은 목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반성과 눈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문학사에 이 소설처럼 본격적으로 어머니와 가족의 정을 체감하도록 한 작품은 아주 드문만큼 “요즘 세상에선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 소설”(백낙청)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늘 배경으로 묻혀 사라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의 삶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작가의 간곡함은 읽어가면서 곧 우리 모두의 소망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를 부탁해』는 이렇게 작가가 자신의 이전 텍스트를, 그러니까 자신의 삶을 필사(筆寫)하며 다시 한줄 한줄 써내려간 소설이다. 어떤 작가를 두고 평생 한 작품만을 쓰고 또 고쳐쓴다고 말하는 것이 더없는 경의의 표현이 될 수 있다면, 이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 문학의 오랜 흐름을 한곳으로 모아낸 빼어난 소설적 결정(結晶)이면서, 언젠가는 다시 고쳐씌어질 신경숙 소설의 운명적 표정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은 아닐 것인가.(…)
한반도 진뫼라는 산골에서 태어나 여사여사한 내력의 삶을 살아온 ‘너’의 엄마이자, 조선땅 어디에서나 만나는 우리의 엄마, 그리고 엄마라는 보편적 삶 그 자체. 어머니라는 자리. 여기에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정홍수 해설 「피에타, 그 영원한 귀환」)

이 소설이 일깨우는 것은 단지 가족간의 정이나 어머니의 희생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을 자기 생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더욱 소중한 것은 그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삶에 대한 직관과 긍정을 새롭게 자리잡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사라진 엄마는 지상의 모든 상처와 슬픔을 품어안는 사랑의 화신으로 귀환한다. 각 장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는 환영 같은 어머니의 모습 ㅡ 소눈 같은 눈과 파란색 슬리퍼를 신고 발등에 파인 상처를 지닌 어머니 ㅡ 이 일관되게 연상시키는, 한없이 연약하나 투명하고 선한 이미지는 때로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가는 에필로그를 사라진 어머니를 끝까지 지상에 붙들어놓으려는 노력으로 완성한다. 어머니는 그래서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러나 성스러운 손길로 아픔과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원죄에 대한 고해를 들어주는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이미지를 띤다. 화자가 피에타상을 보고 난 뒤에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ㅡ”라고 어렵게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마무리짓는 것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상이 지니는 사랑의 상징을 새삼 환기시키는 탁월한 결말이다. 이 소설은 신경숙 소설 중에서도 ‘확실한 성공작’(백낙청)이며 ‘세상의 모든 자식들의 원죄’(이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문득, 우리의 어머니는 어떤 어린 시절을 살고 어떤 꿈을 꾸며 자식들과 남편에게 왜 그렇게 헌신했는지, 또 차마 말할 수 없는 어떤 사랑의 비밀을 가슴에 담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어머니의 부재로 시작한 이야기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늦지 않았음을, 아직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았음을 통절하게 깨우쳐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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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의 작품 중에서도 확실한 성공작이지만 요즘 세상에선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 소설이다. 피붙이 식구들의 끈끈한 정을 이렇듯 절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낼 작가가 오늘날 몇이나 될까. 더구나 세련된 현대 작가가 ‘눈물 없이 못 읽을’ 장편을 써낼 엄두조차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신경숙이 이런 위태로운 작업을 촌티 없이 멋지게 해냈다는 사실이다. 시골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어이없이 실종됨으로써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딸, 아들, 남편 등으로 관점을 바꾸면서 한 장, 한 장 펼쳐질 때마다 평생을 자신들을 위해 헌신해온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러나 소설은 ‘남편과 자식밖에 모르고 산 옛날 어머니’를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 어머니에게도 엄연히 실재했던 자신만의 욕구와 고뇌와 방황을 드러내는 마지막 한 방의 충격을 선사하고야 끝나는 것이다.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슬픈 위로가 되는,
이 아픈 이야기.

이적 (대중음악가,『지문사냥꾼』 저자)

회원리뷰 (818건) 리뷰 총점9.1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깐***리 | 2009.01.26 | 추천234 | 댓글6 리뷰제목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난 채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엄마의 자궁을 박차고 나와 첫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이라는 기구한 행로를 걸어가게끔 운명지어져 있다.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연적으로 슬픔을 함의한다. 신경숙은 언제나 그 본연의 슬픔이라는 것에 정면으로 마;
리뷰제목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난 채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엄마의 자궁을 박차고 나와 첫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이라는 기구한 행로를 걸어가게끔 운명지어져 있다.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연적으로 슬픔을 함의한다. 신경숙은 언제나 그 본연의 슬픔이라는 것에 정면으로 마주한다. 독자에게 매번 큰 생채기를 남기면서도 그 슬픔의 내면을 깊게 후비 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혹은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파토스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신경숙 소설의 일관된 특징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마에 대해서 그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뼈 저리는 슬픔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신경숙의 신작 <엄마를 부탁해>는 제목에서 짐작 할 수 있듯이 가족과 엄마의 존재 의미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가족이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어지는 소설들이 다 그러하듯 이 소설 또한 그 집필 의도가 분명하다. 소설은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라든가 가족 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염원,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엄마를 부탁해'는 이러한 상투적인 주제를 엄마의 실종이라는 꽤 참신한 발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

 

소설의 첫 문장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된다. 가족의 실종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 내던지며 읽는 이를 쉽게 도발하는 이 첫 문장은 앞으로 밝혀지게 될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면 더 큰 쓰라림으로 다가온다. 보통 잃어버렸다는 말은 자신의 소유이던 것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지갑을 잃어버렸다'거나 ‘차표를 잃어버렸다’와 같이. 그런데 엄마를 잃어버렸다니. 아니 그 전에 엄마는 과연 소유할 수 있는 존재인가.

 

어느 날 서울역에서 어이없이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가족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부이다. 가족들은 엄마가 실종된 뒤에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전단지, 신문 광고 등을 동원해 엄마 찾기에 나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엄마에 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깨닫게 될 뿐이다. 자신을 위해서는 그럴싸한 사진 한 장 남겨놓지 않았던 엄마와 마찬가지로 가족들 중 누구도 엄마의 존재를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한다. 엄마가 실종되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비해 놓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만 이들 가족의 비철저성은 엄마의 미약한 존재감과 맞물려 울화통이 터질 만큼 잔인하게 느껴진다.

 

가족들의 보잘 것 없는 기억에 의존한 엄마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전단지를 통해 연락해 온 목격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에 따르면 엄마는 소를 닮은 눈을 가졌고 파란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며 슬리퍼로 인해 발가락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팬 상처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도심을 홀로 헤매고 있을 초라하고 가엾은 노파의 모습을 이토록이나 핍진하게 묘사하며 외면할 수 없는 진실에 마주하도록 만든다. 물론 목격자들의 말은 사실이라기보다 가족들의 간절함이 빚어낸 환상에 가깝다. 전단지 속의 엄마 사진은 소의 눈빛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최근의 얼굴이 아니었으며 실종 당시 엄마는 파란 슬리퍼가 아닌 베이지색 샌들을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망정 뼈아픈 진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처럼 우직하게 일만 하고,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으면서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존재. 그것이 엄마라 불리는 이의 모습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후회라는 감정을 통해 보여준다. 엄마가 실종되는 날에도 북경을 여행하고 있었던 첫째 딸은 결혼을 하지 않고 밖으로만 나돌며 엄마 속을 썩이던 과거를 후회한다. 촉망받던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살아왔던 장남은 생활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간절히 바라던 검사의 꿈을 버린 것을 후회한다. 아내의 손길이 없이는 아무 것도 혼자 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하며 습관처럼 성큼 앞서 걷느라 아내를 인파 속에서 놓쳐버린 그 날을 후회한다. 이들의 뒤늦은 고해성사는 각 장으로 병치되어 드러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들이 후회하는 것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까지는 아니다. 어느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무신경함과 자그마한 이기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짐을 깨닫게 된다. 

 

가족들이 털어 놓는 후회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그들이 과연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엄마가 사라진 뒤 각자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한결같이 가족의 굴레 안에서만 규정되어 있다. 그들은 엄마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엄마에게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또한 엄마가 가족의 굴레에서 놓여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결국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왔다는 것만 기억할 뿐,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결국 앞서 말했던 엄마는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문제로 되돌아간다. 엄마의 존재를 가족의 굴레 속에 한정시키는 것은 엄마의 일생을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소설에는 장남이 여동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건 우리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또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이러한 깨달음이야말로 엄마에 대한 참된 이해의 시작이다. 엄마의 삶의 모습들을 '희생'이라고 규정짓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임을, 엄마는 우리가 소유했다가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후회라는 감정보다 참된 이해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설은 모두 4개의 장과 한 개의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1~3장에는 엄마의 실종에 따른 남겨진 가족 구성원들의 후회의 목소리가 차례차례 나타난다. 큰딸, 장남, 남편이 각 장의 주인공이 되어 기억 속의 엄마의 모습을 끄집어낸다. 그런데 1장과 3장에서 서술자는 인물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그'를 대신해 '너'와 '당신'을 사용하여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효과는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그'라는 3인칭 대명사는 소설 속 인물만을 지칭하지만, '너'나 '당신' 같은 2인칭 대명사는 소설 속 인물과 더불어 독자까지 겨냥하는 효과를 가진다. 2인칭의 사용은 냉엄한 질책과도 같은 효과를 내면서 인물뿐 아니라 독자까지도 참회의 장으로 끌어내린다. 이러한 서술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일인칭 시점을 통해 감정을 직접 노출시키는 것보다 더 강한 울림을 준다.

 

마지막 4장에서는 그동안 소재를 알 수 없었던 ‘엄마’가 일인칭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의 목소리로 엄마의 삶에 대해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다. 엄마의 삶은 가족들이 기억하는 것과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엄마로서 뿐만 아니라 딸로서, 여자로서 자신만의 삶을 오롯이 살아 냈던 한 여성의 삶에 대해서 그 누가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었을까. 가족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엄마의 모습은 엄마의 삶 전체에 있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욱신거리고 고단한 육신으로부터 벗어나 새 안에 깃든 가볍고 투명한 존재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유롭게 비상하는 엄마의 모습은 자식들에게 짐 지워진 무거운 죄책감을 덜어낸다. 비록 비극으로 종결된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자그마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평범한 단어 하나가 화려한 수식에 기댄 유창한 문장보다 더 가슴을 울린다. <엄마를 부탁해>는 장편소설답지 않게 단조로운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명쾌하고 화려한 수사도 없지만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이 있다. 이 소설은 정서의 과잉 분출을 애써 억제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작품 전체에 절절한 그리움과 애달픔의 정서가 묻어나온다. 이는 작품이 획득하고 있는 정서적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어느 정도는 소설 속 '엄마'와 닮아 있다. 엄마를 회상하며 지난날을 후회하는 자식들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보통의 삶 속에서 하나의 파문을 일으키며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리얼리티를 확보하며 충분히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진실 속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짙게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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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다* | 2008.12.11 | 추천127 | 댓글2 리뷰제목
신경숙만의 문체가 있다. 신경숙만의 향기가 있다. 신경숙만의 우위優位가 있다. 이러한 그녀만의 '문체'와 '향기'와 '우위'는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역시 신경숙이다, 라는 명료한 한 문장으로 말이다. 1985년 등단한 이후 그녀가 쏟아낸 수많은 텍스트들은 앞서 언급한 공식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소설가 신경숙은 자신만의 선연한 브랜드를 갖고;
리뷰제목

신경숙만의 문체가 있다. 신경숙만의 향기가 있다. 신경숙만의 우위位가 있다. 이러한 그녀만의 '문체'와 '향기'와 '우위'는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역시 신경숙이다, 라는 명료한 한 문장으로 말이다. 1985년 등단한 이후 그녀가 쏟아낸 수많은 텍스트들은 앞서 언급한 공식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소설가 신경숙은 자신만의 선연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안정적 창조가다.

  궁중 무희의 신분으로 프랑스 외교관을 사랑한 실존 여인 '리진'의 삶을 그린 소설 『리진』으로 그녀의 문학적 역량을 포효했던 신경숙은 불과 1년여만에 전혀 새로운 소재를 담은 장편 한 권을 선보였다. 그녀는 신작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류가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로 인간에게 각인되어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텍스트 위에 감동적으로 녹여냈다.

  소설은 총 네 개의 장과 하나의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시선의 흐름을 주도하는 화자가 교체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각 장의 화자는 '너', '그', '당신'으로 바귀면서 '엄마'의 존재성을 입체화한다. 작가는 딸을 '너'로, 아들을 '그'로, 남편을 '당신'으로 설정했다. '나'라는 친숙한 일인칭 주어를 거부한 채 내가 아닌 타인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를 차용한 작가의 고집은 '엄마'와 독자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작가에 의해 의도된 '엄마'와 독자 사이의 거리감 좁힘은 종내 소설 속 엄마를 독자 '나'의 엄마로 치환시킨다. 곧 소설 속 '너', '그', 당신'은 곧 현실의 '나'가 된다. '네' 회상이 나의 회상이 되고, '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며, '당신'의 부끄러움이 나의 부끄러움이 된다. 어쩌면 작가는 작중인물의 호칭을 가공 실명이 아닌 일반 인칭대명사를 사용함으로써 독자 일갈을 향한 문장의 절제미와 합리성을 의도화했는지도 모른다.

  네번째 장 엄마의 회상씬이 인상깊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일인칭 화자로 시선을 주도하는 넷째 장은 엄마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통합된 전지적 시각의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벗어난 엄마는 시선을 자유로이 이동하며 자신의 독백을 주도한다. 그 독백에는 엄마로서 살아야만 하는 십자가를 내포한다. 하지만 그것에만 함몰되진 않는다. 여자로서의 비밀과 방황도 함께 있다. 즉 세상 모든 '엄마'가 발현해내는 '신성聖'과 한 여인으로서 감춰야만 했던 내밀한 '인성性'을 공존시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성과 인성의 교차 합일을 통해 '엄마' 속에 내재한 신의 속성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로 시작하는 에필로그 <장미 묵주>는 소설의 완성도를 오롯하게 만든 텍스트 연금술의 극치다. 소설을 시작한 '너' 큰딸의 시선은 엄마를 잃어버린 먼 훗날의 시점으로 회귀하여 소설을 끝맺음한다. 미켈란젤로의 명조각상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며 애원하는 큰딸 '너'의 마지막 명장면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두 손으로 보듬는 모성에 대한 고개숙임이자 찬탄이리라. 

  대중음악가 이적은 이 소설을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라고 프리뷰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평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소설은 모성을 빚진 자식들의 원론적 죄값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단선적 조망은 신경숙 자신의 모든 문학적 역량을 쏟아부어 창조한 경외스런 텍스트에 대한 지엽적 감상의 오류이자 모독이다. 감히 평하건대,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존재로 대변되는 인류 유일무이한 아가페적 사랑에 대한 오마주이자, 온전하면서도 온전치 못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단층 해부한 'CT촬영'이다. 

  매우 깊은 문학적 감동을 선사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문장 곳곳에 작정하고 쓴 흔적이 역력하다. 고결한 주제를 뛰어난 연금술로 완벽하게 창조해낸 텍스트에 별 다섯개는 한없이 적게만 느껴진다. 한국 문단에 신경숙이 있어 행복하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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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신경숙 소설이 읽기 싫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파*흙 | 2008.11.06 | 추천97 | 댓글65 리뷰제목
참, 희한한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엄마가 아닌 시어머니의 삶이 길다란 끈처럼 느릿느릿 지나가다니. 고향이 그쪽이어서, 중요한 날 홍어를 내놓지 않으면 찾아온 손들에게 민망한 그 고장이어서 일까? 아니면 말투가 닮아서일까? 아니면 다 큰 자식(심지어 머리 희끗해진 나이의 아들) 등을 쓸어주는 행동이거나 늘 전쟁을 머리꼭지에 달고 살면서 쌀 떨어져 새끼들 입에 밥 못;
리뷰제목

참, 희한한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엄마가 아닌 시어머니의 삶이 길다란 끈처럼 느릿느릿 지나가다니. 고향이 그쪽이어서, 중요한 날 홍어를 내놓지 않으면 찾아온 손들에게 민망한 그 고장이어서 일까? 아니면 말투가 닮아서일까? 아니면 다 큰 자식(심지어 머리 희끗해진 나이의 아들) 등을 쓸어주는 행동이거나 늘 전쟁을 머리꼭지에 달고 살면서 쌀 떨어져 새끼들 입에 밥 못 들어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태도이거나, 그도 아니면 온다 해놓고 늦어지는 자식들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것 때문에? 아니면 내 배로 낳은 내 딸을 나보다 더 바싹 붙어 길러낸 그 악착스러운 정성 때문에?

 

나는 시댁 식구들의 그 끈끈하고, 다정스러운 친밀함 때문에, 어머니의 그 온갖 토속신앙, 온전히 자식들 앞에 바쳐지는 기도 때문에 살며 좀 진저리를 낸 편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시집온 지 17년 만에 어머니와 조금 격조해진 요즘이라 더 그랬다. 편치 않았다. 어머니의 삶을, 마흔 몇 해 여자로 살아온 내가 누구보다 잘 헤아리면서 외면했다는 사실이 자꾸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찔러댔다. 아, 죽겠다. 이 책.

 

신경숙 소설에다 ‘엄마’ 운운할 때부터 이 소설이 얼마나 나를 괴롭힐지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래서 ‘서평도서 신청하세요.’라는 어느 사이트의 글도 외면했는데, 결국 내 손에 들어왔다. 스탠드 불빛이 유난히 따갑다 느끼면서 읽어댔다. 눈물이 비질비질 흘러내리고, 불편해 죽겠는 심정으로.

 

나는 두 딸의 어미다. 그리고 한 여자의 딸, 한 여자의 며느리, 한 남자의 아내다. 그리고 그들에 붙은 온갖 군상의 무엇이다. 버겁기 그지없다 느낄 때가 많다. 그게 힘이고 행복이라지만 다 떼어 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럴 때 인정하기 싫지만 시어머니의 삶을 떠올린다. 소설 속 ‘너’의 어머니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시어머니의 삶. 그녀와 17년을 살며, 나는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젊은 시절, 내가 시집 온 이후의 시절을 그림 그리듯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정도도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꼈다.

 

언젠가 내가 시어머니거나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쓴다면, 딱 이랬으리라 싶은. 그러나 작가 아닌 나는 절대로 쓰지 못했을, 그래도 한 번쯤은 내놓고 싶었을 이야기. 아직 엄마와 시어머니가 살아 계신 이들 모두가 하나씩의 결심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엄마가 여자이고, 엄마도 엄마가 그립다는 걸, 제발 좀 알아주자.” “엄마의 부재를 한 번이라도 뼛속 깊이 새겨 보자.”

 

아무튼 이래서 신경숙 소설이 읽기 싫다. 심장 속까지 후벼 파 대는 그녀. 그래서 신경숙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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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7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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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네요. 돌아가신 엄마생각나고요.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2**8 | 2021.02.19
구매 평점4점
읽기 수월하고 이해하기가 쉽다. 어릴적이 생각난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l*****5 | 2020.09.11
구매 평점5점
이건 진짜 고해성사 책. 책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별*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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