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치매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수녀님들의 100세 건강법은 무엇인가 같은 식의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은 ‘정말이지’ 부차적인 것들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감동은 ‘과학자와 수녀’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인지기능 테스트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성실하신 수녀님, “이곳에 있는 것이 너무 좋아”라고 말하면서도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치매 말기의 수녀님. 이들의 해맑은 미소 속에서 출세를 꿈꾸며 더 많은 연구비를 따기 위해 애쓰는 현실적인 의사는 작은 깨달음은 얻어간다.
데이비드 스노든이 수녀원에서 배운 것은 치매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삶과 노년에 대한 지혜였다. 치매 연구는 단순히 뇌의 신비를 벗기는 차원을 넘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우아한 노년을 맞고 싶은 모든 인간들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학자적 임무였던 것이다. 정년은 줄고 수명은 길어져 ‘사회적 노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이때, 우아한 노년을 위해 질병과 싸우는 과학자와 우아한 노년을 실천하며 살고 계신 수녀님들의 만남이 빚어내는 감동의 에세이를 꼭 읽어보시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