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대학교 퀸 메리 칼리지에서 현대 영국문학을 공부했고 서강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영국소설 전공으로 버지니아 울프와 최근의 영국소설가들에 대한 논문을 주로 썼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거울 속의 그림』『20세기 영국 소설의 이해』(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공역)『너는 내 아들』『부엉이가 내 이름을 불렀네』등이 있다.
괜히 교수의 딸인 건 아니겠지. 해럴드는 그녀가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곧 다시 작업을 시작해 웬만하고 꽤 잘 팔리는 작품을 또 하나 가지고 나타나리라고 생각했다. “물론,”이디스는 목욕용 소금 색깔의 설탕 조각을 커피에 넣으면서 말했다. “토끼가 거북의 선전용 로비에 영향을 받을 거라고,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조심성 있고 더 천천히 행동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토끼는 항상 자신이 우월하다고 확신해요. 토끼는 거북을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수로 인식하지 않죠. 그래서 토끼가 이기는 거예요.”그녀가 끝을 맺었다. “내 말은 실제 삶에서 말이에요. 소설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내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내 소설에 쓰기에는 너무 끔찍해요.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분명히 그런 걸 원치 않을 거예요. 해럴드, 아시잖아요. 내 글을 읽는 독자는 본질적으로 정숙한 사람들이에요. 그들 관점에서 보면, 또 내 관점에서 보더라도 높은 직위에 서류가방을 들고 오르가슴을 몇 번이나 경험하는 그런 여자들은 딴 데로 가야지요. 그 사람들 입맛을 제대로 맞춰주는 데가 있을 거예요. 어느 시장에나 그런 장사치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전에 쓰던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군요.”해럴드는 계산을 치르면서 말했다. --- pp.33-34
자신이 저지른 부정한 행위에 생각이 미치자, 자신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친구가 되어준 훌륭한 여자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나는 늘 여자에게는 너무 가혹했어,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여자들의 경계심과 참을성과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으로 광고해야만 하는 그 필요성까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 여자들의 필요 말이야. 그 모든 걸 너무도 잘 알지,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니까. 내 어머니의 냉혹함을 기억하기에 더 냉혹한 걸 보게 될까 끊임없이 경계를 하느라 내가 이토록 가혹한지도 몰라. 그러나 여자들이 다 내 어머니 같지는 않아. 모든 여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야. 아버지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이디스, 조금만 생각해보렴. 넌 지금 맞지 않는 등식을 세웠어. 그녀는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느낌에 짓눌려 고개를 떨어뜨렸다. 경솔하게도 나는 함부로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을 들먹였어.
이디스 호프는 런던에 위치한 작은 집에 혼자 살며,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제법 성공한 소설가다. 낭만적 환상을 충족시켜 줄 수 없는 결혼생활에 좌절해 자신마저 방기했던 어머니와 그런 아내를 대신해 정서적 안정을 주려 노력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이디스는 소박한 가정생활의 즐거움을 꿈꾼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에게는 과분한 남편감이라고 평가한 제프리와의 결혼식 당일, 이디스는 하객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되돌아온다. 이 사건으로 얼마간 유배생활을 하며 반성과 참회를 하도록 호숫가에 위치한 휴양지 호텔인 ‘호텔 뒤락’으로 떠밀려오게 된다. 휴가철이 끝나 투숙객이 많지 않은 호텔에서 이디스는 삶을 방향을 결정하게 될 또 한 번의 청혼을 받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