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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작품·송숙경
사양 斜陽 인간실격人間失格 연보 |
Dazai Osamu,だざい おさむ,太宰 治,츠시마 슈지津島修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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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어머니 얼굴에 닿아서 어머니의 눈이 파랗게 보일 정도로 빛나 보여서, 그 은근하게 노여움을 띤 듯한 얼굴은 달려들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어머니의 얼굴이 아까 그 슬퍼 보이는 듯한 뱀과 어딘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살고 있는 살무사 같은 울퉁불퉁하고 흉악한 뱀이, 이 슬픔이 깊고 처절하게 아름다운 어미 뱀을 언젠가는 물어죽여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왜 그런지, 왜 그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드럽고 화사한 어깨에 손을 얹고 이유모를 몸부림을 쳤다. --- p.29
내가 조숙한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군댔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체해 보였더니 사람들은 나를 못 쓰는 사람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체해 보였더니 남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댔다. 내가 부자인 체했더니 남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댔다. 내가 냉담을 가장했더니 남들은 나를 냉담한 놈이라고 수군댔다. 그러나 내가 정말 괴롭고, 나도 모르게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체 가장하고 있다고 수군댔다. 아무래도 이가 맞지 않는다. --- p.85 아아, 이 사람들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나의 연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가 싶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아무렇게라도 끝을 볼 때까지 살아야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을 볼 때까지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노상 미워만 할 수 없지 않을까.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일, 그건 어쩌면 이토록 숨이 막히는 사업일까. --- p.165 인간에 대해 언제나 공포에 떨며 또 인간으로서의 나의 언동에 눈곱만한 자신도 가질 수 없었고, 그 괴로움은 가슴속의 작은 상자에 감추어 놓고 그 우울, 그 신경질을 꼭꼭 감추어 두고 오직 순진하고 낙천적인 양 꾸몄으며, 나는 이렇게 어릿광대 같은 괴상한 성격으로 차츰 완성되어 갔습니다. --- p.211 처세의 재능…… 나로서는 진정 쓴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처세술의 재능이 있다니! 그런데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속여넘기고 있는 것은, 아마도 속담에 ‘귀신도 건드리지 않으면 재앙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훈을 받들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아, 인간은 서로서로가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틀린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인 양 평생 동안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상대자가 죽으면 울먹이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게 아닐까요. --- p.300 애처로운 어린 계집아이의 노래 소리가 환청같이 희미하게 멀리서 들려옵니다. 불행. 이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불행한 사람이, 아니 불행한 사람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만,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소위 세상에 대해서 당당히 항의를 할 수가 있고, 또 ‘세상’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그러나 나의 불행은 모두가 자신의 죄악 때문이기에 누구에게도 항의를 할 형편이 아니고, 또 더듬더듬거리면서 한 마디 항의 비슷한 말을 꺼내기만 한다면, 히라메가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 온통 전부, 어쩌면 저렇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하며 기가 막혀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도대체가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횡포한 사람’인지, 또는 그 반대로 마음이 너무 약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지만, 하여튼 죄악의 덩어리인 모양이어서 어디까지나 자꾸만 자꾸만 스스로 불행해질 뿐, 방지할 구체적인 대책 같은 게 없는 것입니다. --- p.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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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斜陽」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희망’의 메아리 가즈코는 몰락한 가난한 귀족으로 남편과 헤어지고 아이를 사산으로 잃은 스물아홉 살의 여자다. 그녀는 이혼 후 기품있고 아름다운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어머니는 무엇을 해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무리 천박한 행동을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최후의 귀부인’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다. 남동생 나오지는 마약 중독자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전쟁이 끝났는데도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가즈코는 뱀을 보고 나서 불안하다. 아버지가 임종하신 날도 연못가의 나무 전체에 뱀이 가득했는데 어머니가 병을 앓고 있는 때에 다시 뱀을 보게 된 것이다. 뱀을 다시 보게 된 것도 자신이 뱀 알을 살무사의 알로 잘못 알고 태웠기 때문에 어미 뱀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장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모두가 어머니를 불안하게 만든다. 가즈코는 자신이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본인이 되는 것 같아 안절부절 못한다. 갑작스러운 나오지의 귀환은 그나마 조용하던 모녀의 생활을 흐트러뜨린다. 나오지의 반항과 방황으로 바람 잘 날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가즈코가 이혼을 하게 된 데는 나오지의 마약 중독도 한 몫을 했다. 약값을 대느라 거짓말을 하고 돈을 마련하기 바빴다. 그때 가즈코는 나오지가 스승으로 삼고 있는 소설가 우에하라를 알게 된다. 만날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에하라는 나중에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이 된다. 어머니는 결국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점차 삶의 의욕을 잃어가던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가즈코가 그를 만난 것은 6년 전으로 그것도 딱 한 번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을 토로한 편지를 보내기를 세 차례, 답장이라곤 전혀 없었다. 가즈코는 그를 만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패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을 배경으로 한 「사양」은 끝까지 귀부인의 자태를 잃지 않으려는 어머니, 마약 중독자인 동생 나오지, 파멸의 충동 속에서 혁명을 위해 살아가는 딸 가즈코와 그녀가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된 대중소설가 우에하라, 이 네 사람의 어둡고 절망적인 삶의 모습과 그 안에 숨겨진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리고 있다. 「인간실격人間失格」 :상처와 아픔, 고뇌로 방황하는 젊은이에게 던지는 삶의 의미 1948년 6월부터 8월까지 《전망(展望)》에 연재하였고, 그해 7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결정판으로 일종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이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머리말과 후기 사이에 지금은 미쳐 버린 오바 요조(大庭葉藏)라는 인물의 수기를 3부로 나누어 소개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주인공 요조는 시골의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너무 순수하여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속이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이 세상에서의 허위와 속박에 반발하면서도 독립할 자신이 없어 파멸해 가는, 즉 인간으로서 실격해 가는 과정을 수기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요조는 도쿄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서양화 학원에 다니면서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 좌익사상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을 달랠 수 있는 수단임을 배운다. 자신이 가진 모든 물건을 팔아가며 그런 생활에 탐닉하던 중 조금의 의심도 없는 순수한 내연의 처가 강간당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자살을 기도하였으나 실패하고 마침내 인간실격자, 폐인이 되고 만다.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체험을 그리면서 세속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묘사하여 기성 세대로 들어서는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저자는 1940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이 작품을 완성한 뒤 자살하였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눈에 세상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허위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그 속에 편입해가려는 눈물겨운 노력과 좌절 그리고 극단적인 파멸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인생에서 경험하는 고독과 번뇌, 짙은 상실감 등을 애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