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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민 개념 사전

미래 시민 개념 사전

: 미래를 읽는 지금 여기의 72가지 사상과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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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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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10g | 129*197*30mm
ISBN13 9788950918835
ISBN10 8950918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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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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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병선
연세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타고난 반항아』『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우리는 왜 달리는가』『조류 독감』『렘브란트와 혁명』『전쟁의 얼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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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얘기가 이상적으로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이상주의는 그렇게 나쁜 게 아니다. 독일 관념론의 거두인 헤겔이 19세기 초에 사색과 저술에 몰두했을 때 그는 인간성의 완전무결함을 바탕으로 한 뜬구름 잡는 식의 유토피아적 계획을 제안한 게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개념들이 사물과 사태 그 자체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까닭은 그 속에서 사물과 사태가 생성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개념과 사상들은 부메랑과 비슷하다. 필요 없다면서 경멸하며 내팽개치면 어느새 다가와 여러분의 뒤통수를 강타해 버리는 것이다. --- pp.26-27

「고통받는 아이들의 호소」같은 자선 프로그램은 매년 그 강도를 더해 가는 듯하다. 그런 호소가 인간의 동정심이라는 유한한 우물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조 활동의 최신 용어인 ‘공감 피로증’은 돈과 동정심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 따른 심리적 탈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묄러는 우리가 언론의 공식 보도 속에서 무기력한 무언극의 구경꾼이 되게끔 조장당한다고 주장한다. 굶주리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감정이 논리적인 분석을 넘어선다. 그런데 며칠이 채 안돼서 떠들썩한 인도주의의 서커스는 다른 곳으로 옮아간다. 사람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고결한 목표로 시작된 행위가 감각을 마비시키고, 도리어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으로 끝나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도의심이 질려 버렸다면 그것은 미디어가 나쁜 소식을 일괄해 전하면서 포장하는 감상적인 허위 정서 때문이다. 자선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 듯하다.

우리는 드러내 놓고 보시하는 행위에 탐닉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부유한 개인, 명사 들이 자신의 선량함을 뽐내려고 서로 경쟁한다. 심지어 우리의 양심을 기업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학교를 지원하려면 테스코 상품권을 사용하면 된다. 기부 사업이 감상적이고 매력적인 여흥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집을 잃은 파키스탄인도, 가난한 아프리카인도 그들의 참혹한 실상은 절대로 보여 주지 않을 것이다. --- pp.35-37

재론 래니어가 2006년 온라인 저널「에지」에 발표한 ‘디지털 마오이즘’이라는 글은 집단지성이 환영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화염병을 던져 버린다. 그렇다고 래니어가 대중이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지성의 실험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실험들이 ‘대중의 마음Hive Mind’ 속에서 하룻밤 사이에 신의 계시로 돌변해 버리는 사태를 비난한 것이다. 래니어는 집단행동과 관련해 새로운 변형을 추구하는 우리의 열정이 웹을 추상적이고 난해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어리석고 무정형적이며 집단적인 괴물로, 분별없이 동요하기 쉽고 불합리한데다가 가끔 위험하게 질주하기도 하는 존재로 말이다. --- p.45

미래 예측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그들의 직업에 투명성과 엄밀함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미래학은 다양한 분야를 그러모은 의사擬似학문이다. 그 안에서는 누구라도 가게를 차릴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래학자의 대다수는 아는 게 거의 없다. 미래학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과장과 침소봉대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 놀랄 만큼 직관에 반하는 예측을 하는 예언자들은 명성과 위신을 얻을 것이고, 대번에 알 수 있는 것을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실업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테틀록은 겸손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책을 마무리한다.
“정책 논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천명하고, 각자의 예측 실적을 평가하고, 실현된 예측에 영예를 부여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직업적인 미래학자라면 아주 인색하고 명료하지 않은 예측을 수행하면서 될 수 있으면 형세를 관망하려고 할 것이다. 1857년 칼 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편지를 쓰면서 인도의 정치 반란 추이와 관련해 자신이 했던 내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아마도 난 웃음거리가 될 거네. 그러나 그런 경우라 해도 변증법을 조금 적용하면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나는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놓았네. 그러니 달리 보면 옳을 수도 있는 거야.”
야심만만한 예언자들은 항상 주석을 단다. --- pp.52-53

사회적 시차증이 다른 어떤 얘기보다 지각의 변명거리로는 대단한 듯하다. 그러나 사회적 시차증은 인간의 몸이 주변 환경에 부합하지 않게 된 상황을 연구하는, 일련의 새롭고 흥미로운 과학 중에서도 가장 발 빠른 시도일 뿐이다. 이를테면 피터 글럭먼과 마크 핸슨은 최근『부조화Mismatch』라는 책에서 우리가 유전적 체질을 담고 있는 몸과 점점 더 어긋나는 인공 세상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한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사람들이 체육관에서 사지를 흔들며 시간을 보내리라는 예상은 육체노동자들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해야 했던 그들은 몸 관리나 운동 따위가 전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두 과학자는 마찬가지로 여성의 생체 시계가 요구하는 사항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이 느지막이 가정을 꾸리겠다는 문화적 세태 사이에도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생물학과 환경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결국 ‘부조화 패러다임Mismatch Paradigm’이 작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이 엄청나게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나 적응해야 한다는 불변 상수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해 그만큼 해로울 수도 있다. --- pp.144-145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런 ‘온라인 청원서’ 대부분이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의 활동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슬랙티비스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자기 몫을 다했고, 이제 정화된 양심으로 한껏 고무된 채 침대로 기어들어 가면 된다. 슬랙티비즘이라는 신조어는 게으름뱅이·책임 회피자라는 뜻의 ‘슬래커Slacker’와 ‘액티비즘Activism’이 합쳐진 용어로 직관에 반하는 개념이다. 과연 안락의자 전사들이 세상을 바꾸고, 집권 중인 정치 세력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영국에서는 한 슬랙티비스트 지하 단체가 최신 문예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데,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꽤 비싼 가격의 책들을 대거 쏟아냈다. 이를테면『5파운드 지폐로 세상을 바꾼다Change the World for a Fiver』라는 제목의 책은 미소 짓기, 나무 심기, 재미있는 농담 배우기 등 지구에 정의를 가져오는 50가지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또한 안락의자 환경 운동가들은 지구를 구하고자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전구 구입하기, 봉투 재활용하기 등‘몸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프랑스에서는 슬랙티비스트의 윤리가 일터에서 게으름을 피우자는 운동으로 나타났다. 이 운동의 ‘자본Das Kapital’은 경제학자 코린느 마이어의 2004년 베스트셀러『게으름아, 안녕?』이다. 이 책은 직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특이한 저항법을 알려 주는데, 될 수 있으면 적게 일하라는 것이다. 마이어의 말을 빌리면 이것은 ‘아무도 모르게 내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 pp.147-148

지난 몇 년 사이에 유럽이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이미지를 재주조해 가면서 전 세계적 반反아메리카주의의 정치적 본산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미국이 조지 부시가 서명 동의한 복음주의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돌아가 버리자 유럽이 세속적 오아시스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군대가 팍스 아메리카나를 추구하면서 세계를 활보하자 유럽이 나이의 개념을 차용해 소프트 파워의 권위자로 부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 옴짝달싹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유럽이 이란을 상대하게 됐다. 미국은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했으며,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활동에 가끔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왔다.

문제는 유럽에 다른 나라들이 동경할 만한 공통의 문화와 동일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름의 가치가 있는 유럽의 ‘소프트’함은 협상력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냉소주의자들은 유럽이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상황을 능숙하게 요리하는 실력자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쁜 경찰을 등에 업고 이란과의 저자세 예비 교섭을 벌이는 나약한 얼간이일 뿐이라고 결론 내릴지도 모른다.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이란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바다 건너 성질 사나운 친구와 직접 맞서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해 온 것 같다. 하지만 곧 그 말이 현실로 나타날 듯하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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