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12월 3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쪽 | 210*280*15mm |
ISBN13 | 9788966071531 |
ISBN10 | 8966071538 |
KC인증 | ![]() 인증번호 : |
발행일 | 2016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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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2쪽 | 210*280*15mm |
ISBN13 | 9788966071531 |
ISBN10 | 8966071538 |
KC인증 | ![]() 인증번호 : |
이 그림책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그림책 전문가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드디어 다시 출간!' 얼마나 재밌길래 강력하게 요청했지? 하는 궁금함으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건 정말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지요.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날마다 우주에서 별 사이를 걸어 다닙니다. 별에 부딪혀 아프지도, 태양 가까이에서 뜨겁지도 않았습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그 아이가 지구에 옵니다. 사자가 나타나도, 모기에 물려도, 어떤 개가 자기를 따라다니며 핥아도, 경찰이 도둑을 쫓아도, 구수한 빵 냄새가 나도,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여자 아이를 따라온 개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따라다니던 개가 서로 컹컹 짖다 싸우게 되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팔을, 여자아이는 엉덩이를 물리게 됩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지 않았지만 엉덩이를 물린 여자아이는 아파서 "엄마! 엄마!"하며 엄마에게로 뛰어갑니다.
엄마는 여자아이를 달래주고, 강아지를 혼내주고, 아이를 깨끗이 씻긴 후 약을 발라주고, 엉덩이에 반창고를 딱 붙여줍니다. 그 모습을 보던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반창고가 붙이고 싶어졌고 "반창고, 반창고!"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엄마!"라는 마지막이자 처음인 외침으로 태어납니다.
태어난 아이는 팔과 다리가 아파서 울며 엄마에게 달려가고, 엄마는 안아주고, 씻긴 후 약을 바르고, 팔에 반창고를 딱 붙여줍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는 빵 냄새를 맡고 배가 고프고, 모기에 물려 가렵고, 바람이 불면 깔깔 웃게 됩니다.
우연히 태어난 아이는 공원 저쪽에서 걸어오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여자 아이에게 소리치며 하는 말이 압권입니다. 이건 책에서 확인하세요 또한 이 장면에서 놓치면 아쉬울 볼 거리가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앞쪽에는 공원에서 만난 태어난 아이와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고, 뒤쪽에는 철조망이 그려져 있습니다. 철조망 너머로는 여러 사람이 있는데, 주목해야 할 인물이 3명 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배를 잡은 젊은 여자, 여자를 부축하는 남자, 철조망을 잡고 태어난 아이와 여자아이를 구경하는 어떤 여자아이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가족의 탄생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아마 구경하는 여자아이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일 것입니다. 그림에서는 이 아이가 태어났는지 아닌지는 알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인물을 다른 색으로 칠하거나 외계인처럼 그려 놓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구경하는 여자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아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밤이 되어 태어난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제 잘래,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야."라며 말하며 푹 잠이 듭니다. 여기서도 눈 여겨 볼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총 4가지 색으로 그려졌습니다. 검은색 글자는 제외하고.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에는 노랑과 파랑만 쓰였고, 나머지 페이지에는 빨강과 초록 만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니까, 태어나기 전 우주를 유영할 때 첫 페이지 와 반창고를 경험하고 잠자리에 들 때 마지막 페이지는 노랑과 파랑을,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지구에 와서 태어나 반창고를 붙이기 까지 의 시간 동안에는 빨강과 초록을 사용한 것입니다. 왜 이렇게 색을 구분했을까 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찾을 수 없었기에, 나름대로 색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그림책을 더 이해해 보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색의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서 검색하니 파랑은 고요함, 편안, 안전 등등 노랑은 따뜻함, 호기심, 잠재력 등등, 빨강은 분노, 정열, 치유 등등, 초록은 생동감, 활기, 위안 등등을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림책을 보면서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하며 고요한 우주를 유영하던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따뜻함에 대한 어떤 호기심으로 지구에 내려옵니다. 지구에 내려와 개가 햝고, 짖고, 물고, 심지어 모기도 물고, 경찰이 도둑을 쫓고, 빵 냄새가 나도,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져도 태어나지 않아서 아무 상관 없던 일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가 물면 아프고, 모기가 물면 가렵고, 빵 냄새를 맡으면 배가 고픈 그야말로 감각의 세계, 활기의 세계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빨강과 초록의 세계 아프고 배고프고 뽐내고 위로 받는 를 한껏 경험한 태어난 아이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파랑과 노랑의 세계(안전하고 편안하며 고요하면서도 따뜻한)로 돌아갑니다. 마치 우주를 유영할 때처럼, 그러나 반창고는 붙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