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1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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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76쪽 | 990g | 138*210*40mm |
ISBN13 | 9788952760074 |
ISBN10 | 8952760077 |
발행일 | 2010년 1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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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76쪽 | 990g | 138*210*40mm |
ISBN13 | 9788952760074 |
ISBN10 | 8952760077 |
「큰길에서」 「고니의 노래」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 「곰」 「청혼」 「싫든 좋든 비극배우」 「결혼 피로연」 「기념식」 「이바노프」 「숲의 수호신」 「갈매기」 「바냐 외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 작품해설 안톤 체호프 연보 옮긴이의 말 |
안톤 체호프의 단편은 좋아하지만 희곡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안톤 체호프 탄생 150주년 희곡 전 작품 수록'이라는 글과 예쁜 표지의 유혹에 굴복해 데리고 오고 말았다. 14편의 희곡 중 반 정도 읽고 고이 모셔두었는데 드디어 다시 꺼냈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에서 19세기 러시아 풍경화가 이사크 레비탄의 작품을 만났다. 레비탄과 동시대인으로 가까운 친구였던 안톤 체호프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레비탄을 희곡 <갈매기>에 등장시켰다.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주인공 트레플료프가 레비탄을 염두에 둔 인물이었는데, 트레플료프는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했다. 유명한 배우인 엄마는 그의 작품, 연극을 인정하지 않았고, 갈등을 겪었다. 엄마의 떠들썩한 스캔들에 지치고, 엄마에 가려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모욕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들의 생각에 무신경했고, 사랑에 있어서도 자유분방했으며, 자신만이 돋보이면 되는 그런 성격이었다.
희곡에서 엄마와 트레플료프의 갈등이 한 축이라면 등장인물들간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었다. 사랑의 화살표가 딱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불행한 사람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을 했으면서도 트레플료프를 사랑하는 마샤, 트레플료프의 엄마랑 사귀고 있는 소설가 트리고린을 사랑해 아이까지 낳게되는 니나. 그런 니나를 사랑하는 트레플료프. 트레플료프는 작가로서 약간의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결국 4막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트레플료프가 사랑했던 니나가 사랑에 실패하고 황폐한 삶을 살게 되는데, 그녀와 만난 이후 자살을 택했다. 아직도 다른 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일까? 인과관계는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랑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정의를 들어보고, 주인공 트레플료프와 소설가 트리고린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통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은 트레플료프의 외삼촌 소린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에게로 집중될때는 왠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연극 [갈매기] 가 현재 공연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순재씨가 소린의 역할을 맡고 있어, 이 연극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제목이 갈매기인데 실제로 트레플료프가 갈매기를 죽인후 그처럼 자살할거라고 니나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등장을 했다. 이 갈매기는 4막에서 박제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황폐해져 돌아온 니나가 자신은 갈매기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더니 2막에서 트리고린과 니나가 나눴던 대사가 떠올랐다. 갈매기가 니나라면, 한 사내는 트리고린이었다. 소설가로 성공한 트리고린을 부러워했고, 사랑했지만 버림받았다.
한 호숫가 마을에 마치 당신같은 젊은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살고 있었어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 갈매기처럼 행복하고 자유롭죠. 그런데 우연히 한 사내가 와서 보고는 이유도 없이 그녀를 파멸시킵니다. 마치 이 갈매기처럼 말이죠.-p431
이사크 레비탄의 그림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까지 왔다. 약 100페이지의 짧은 희곡이고, 스토리가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가볍지가 않았다. 사랑, 결혼, 예술에 대한 심오한 안톤 체호프의 생각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문장들을 다시금 읽어봐야겠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p 149> -이사크 레비탄, 6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보고 싶은 영화 소식을 접했다. 시간이 가능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그런데 영화(드라이브 마이카)를 보려면 체홉의 '바냐 외삼촌'을 읽고 가는 것이 도움(?) 될 거란 글을 읽었다.(영화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포함 되어 있을지 몰라 자세히 읽지 않았다^^) 영화는 하루키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했는데..(점점 영화가 더 궁금해진다^^) 해서 체홉의 희곡부터 꺼내 읽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사실적인 작품인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며 읽었다.사실 제목이 그닥 흥미를 유발하지 않아서 체홉의 다른 작품은 연극으로도 한 번씩 만났지만 바냐..는 아직이었는데,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무조건 예매할 생각이다. 밑줄 긋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았다.그래서 덕분(?)에 '괴로움' 이란 화두가 보이게 된 것 같다. 교수는 자신의 늙음에 대해 괴롭고, 삼촌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한다. 의사아스트로프)는 인류애가 넘쳐 괴롭고 괴로운 이유는 저마다 다른데 삶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건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모양새다.교수의 젊은 아내의 생각은 그래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던 것 같다... "세상은 강도나 화재 때문에 파멸하는 게 아니라 증오, 적대감 온갖,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파멸한다는 사실을 말이죠"/495쪽 모두가 자신들의 괴로움 속에 몸부림 치느라 타인의 괴로움은 보이지도 않을 뿐 더러, 원망과 분노가...그런데 이 작품은 염세적으로만 흐르지 않았던 것 같아 좋았다. 극과 극의 감정이 균형을 맞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소냐가 바냐 삼촌을 위로하는 감정은 작위적이란 느낌보다, 아픈 사람의 마음은 아픈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해바라기 사랑으로 똑같이 괴롭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은 달랐고..결국 소냐의 긍정이 바냐 삼촌의 불안을 잠재워 주었다는 느낌... 우리가 괴로워지는 건 어느 순간 찾아오는 나태함에 비롯될 수 있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희곡 자체의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숲에 대한 체홉의 생각과, 이미 저 오래전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이 작품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창조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분별한 야만인이나 하는 짓이에요.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증가시키려고 인간은 이성과 창조력을 부여받았습니다.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창조가 아니라 파괴만 일삼아 왔습니다.숲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강은 말라가고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기후는 망가져버렸습니다"/485쪽 '숲의 수호신'을 개작한 작품이라고 해서 궁금했는데..읽으면서 저절로 이유를 알게 된 기분이다.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이야기로 읽어도 전혀 무방하겠지만,저다마의 인생에 빗대어 생각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다.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도선생도 말씀하셨지만,자신의 삶에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차가우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