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러 가거나 외양간이나 진료소에서 환자를 돌볼 때 나는 종종 “쇼엔 박사님, 제가 닮은꼴 영혼을 돕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가 늘 하는 대답은 이렇다. 버림받거나 집이 없거나 학대받는 동물을 발견해 자신의 삶 속으로 데려오라. 그 친구와 함께 살며 최대한 사랑을 베풀고 돌봐주라. 그리고 친구에게서 그와 똑같은 사랑과 호의를 받아들이고 그런 식으로 둘이 함께 성장하라. 여러분과 친구의 삶은 이전과는 딴판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여러분의 영혼은 활짝 꽃을 피울 것이다. 그들의 잔과 여러분의 잔은 진정 사랑으로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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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간 유대관계는 신비일 수도 있고, 깨우침을 줄 수도 있고, 마술일 수도 있다. 이것은 현대 문명이 망각한 결속을 일깨우며 생명에는 서양 과학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종간 유대관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과 동물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큰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그저 사람에게 식량이나 제공하고 애완동물로서 기쁨이나 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동물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 앞에는 놀라운 가능성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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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과 댄 그린 부부가 체중이 2kg 정도 되는 네 살배기 개 프린세스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섰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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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육종은 비장으로 전이됐으며 이미 지름이 13cm나 돼 배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간에도 지름이 1cm나 되는 종양이 자라 기껏 3주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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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울음을 터트리면서 남은 시간이나마 프린세스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 프린세스가 두 사람에게 준 사랑에 대한 작은 선물이었다.
(중략)
프린세스는,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고 감정의 문을 닫은 채 내성적으로 변해 얼마나 상대방을 아끼고 고맙게 여기는지 표현하지 않게 됐던 이 노부부를 변화시켰다. 개와 사랑하는 감정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그 경험을 살려 가족과 친구에게도 감정표현을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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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커다란 종양이 뱃속에 가득 차서 3주밖에 못 살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1년이나 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제시할 순 없지만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린 부부가 보여준 사랑이 어떤 의술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한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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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요로운 지구를 모든 거주 생물과 함께, 서로 존중하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은 지상 명령이다. 두 발 짐승이든 네 발 짐승이든, 지느러미가 달렸건 날개가 달렸건 비늘로 덮였건 간에 말이다.
--- pp.109~116
몇 년 전 캐럴이라는 독신 직장여성(50세)이 열네 살 먹은 아들 스콧과 독일 셰퍼드 킹을 데리고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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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캐럴만 건강해 보였다.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잘 걷지를 못하는 스콧은 나와 악수도 하지 않고 절뚝거리며 의자에 가 앉더니 내내 아무 말 없이 딴 생각에 빠진 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열두 살 먹은 킹도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았는데 뒷다리가 약한지 몸을 질질 끌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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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은 침착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킹이 퇴행성 척수병과 고관절 이형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꼭 도와주셔야 해요. 킹은 스콧에겐 삶의 전부거든요.”
스콧은 2년 이상 라임병을 앓아왔는데 얼마 전에야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먹는 약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아 정맥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스콧의 아버지는 캐럴과 이혼, 관계가 아주 소원했다. 그래서 스콧이 심하게 아픈 몇 달 동안 24시간 내내 침대 곁을 떠나지 않고 돌봐준 것은 킹이었다. 스콧이 움직일 때 킹은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뒤따라 다니며 넘어지지 않게 도왔다. “제 아들은 킹을 위해 살고, 킹은 아들을 위해 살고 있어요. 킹이 죽는다면 제 아들도 무너지고 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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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개와 어린 친구의 운명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스콧에게서 삶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 pp.27~31
결국 안락사를 위한 주사를 놓아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사기를 들었다. 미건은 천천히, 전혀 망설이는 기색 없이 앞발을 내밀었다. 내가 미건의 생명을 구해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미건이 다른 레트리버의 생명을 구해줄 때 그랬던 것처럼. 미건은 그렇게 지혜로운 영혼의 고요한 기품을 보이며 이 세상을 떠났다.
미건은 내게 동료 이상이었다. 나는 ‘주인’과 ‘애완동물’이라는 말보다는 ‘동물’과 ‘사람친구’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두 종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한쪽에 치우친 용어로는 정확하게 나타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건은 심오한 스승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