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중에서
김야구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첫째, 가장 분화되고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둘째, 경영자의 영향력처럼 감독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셋째, 섬세하고 치밀한 전술이 필요하고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야구와 경영은 같다고 보는 거군요.
신경영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 번째로 통계와 숫자가 중요하다는 점이 야구와 경영이 같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 17
@ Step8 전지훈련과 연습게임 중에서
김야구
야구란 원래 투수놀음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약체라고 하더라도 투수가 한 명 미치면 그날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특히 국제무대에 낯선 투수는 제대로 분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상 외로 공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들이 1~2회씩 짧게 끊어 던질 경우, 타자들의 혼선은 더 심할 수밖에 없어요.
신경영
기업에서도 낯선 경쟁자를 주의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퍼스널 컴퓨터의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 당시 대형 컴퓨터 시장의 거인이던 IBM은 콧방귀만 뀌었죠. 하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팔리는 컴퓨터의 80% 이상이 퍼스널 컴퓨터입니다.
미국의 초기 퍼스널 컴퓨터 시장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HP가 독과점에 가까운 주도기업이었습니다. 처음 마이클 델이 주문형 조립 PC를 들고 나왔을 때 완성품만을 팔던 컴퓨터 딜러와 대리점들은 공장도 창고도 제대로 없는 델을 비웃었죠.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팔리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량을 델 컴퓨터가 팔고 있습니다.
김야구
이런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 이유는 메이저리거들이 이 대회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고, 대회에 맞추어 몸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미 앞 스텝에서 자세히 말씀 나눴죠· 그리고 또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에서 객관적 전력보다는 정신력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pp. 211~212
@ Step 13 준결승 베네수엘라전 중에서
김야구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연봉 100억원을 웃도는 빅 리거들로 구성된 베네수엘라 대표팀이 우리 선수들의 빠른 발에 한마디로 넋이 빠졌습니다. 수비진이 실책을 무려 5개나 저지르며 자멸하고 말았어요.
신경영
중남미 국가 중 투타에 걸쳐 가장 안정된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베네수엘라가 대한민국의 발야구를 경계했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 함정에 무너졌어요. 실천적 대비를 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라는 책이 인기를 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직 GE 부회장으로 잭 웰치의 경영철학을 가장 현실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래리 보시디와 저명한 컨설턴트 램 차란이 함께 쓴 이 책은 현대 기업의 필수 성공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실행력'을 분석한 책이에요. 똑같이 우수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업은 승승장구하는데, 왜 어떤 기업은 실패하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지적하며, 기업이 갖추어야할 실행의 체계를 구체적으로 밝혀줍니다. 결국 베네수엘라도 발야구를 봉쇄한다는 승리전략을 세워놓고도 실행을 제대로 못해 승기를 놓친 것 아닙니까? ---pp. 338~339
@ Step 14 결승 일본전 중에서
김야구
그럼 시장의 차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아무리 야구를 잘 해도 규범을 창조하는 선도자는 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신경영
유병률이 지은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책을 보면 재미있는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원래 비즈니스의 문화적인 틈새를 다루는 책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시장에 꽉 끼여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신세를 비유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약하고 양국이 강할 때는 양국의 등쌀에 힘든 처지를 당하게 되지만, 우리가 강할 때는 두 개의 큰 시장을 양손에 들고 큰 성공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김야구
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군요.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신경영
이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처음으로 실현한 것이 조훈현, 이창호의 바둑이었고, 한류 연예산업과 LCD TV가 이어받아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에서 주는 재미있는 비유가 있어요. “샌드위치는 양에 받치고 있는 빵이 더 크고, 두 빵 사이의 속은 양으로 봐서는 더 작다. 하지만 샌드위치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속이다.”
김야구
그럼 두 개의 빵은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되고 투수 · 타격 · 주루 · 수비가 조화를 이룬 토털 볼 대한민국 야구가 샌드위치 속이란 말인가요? 이거 아주 기분 좋은데요?
신경영
외부적인 룰은 그들이 만들더라도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내부적인 규범은 우리가 창조해간다, 이 정도면 결승전의 경영 키워드로 부족하지 않겠지요? ---pp. 382~383
`
@ 에필로그 중에서
김야구
이용규는 18일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일본전에서도 1회 안타로 출루 후 곧바로 2루를 훔쳐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를 흔들었고 결국 1회에만 대거 3점을 뽑아 4---pp.1로 이기는 데 수훈갑으로 활약했습니다.
신경영
이용규는 출루 자체가 거의 점수일 만큼 뛰어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어요. 그를 아는 사람들은 플레이보다 투혼이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에서도 CEO 말고 일선에서의 탁월한 선임자가 필요해요. 다른 말로 표현해서 CEO가 작전의 총사령관이라면, 이용규 같은 역할은 최전방의 영업---pp.마케팅 팀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앞에서 파이팅 스피릿(fighting spirit)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직원들 전체에게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업에도 꼭 필요한 사람이죠. ---pp. 390~391
@ 에필로그 중에서
신경영
오로지 투수와 타자의 힘에만 의지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더는 통용될 수 없고 벤치의 작전과 선수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국과 일본이 구사하는 조직력의 야구가 대세임이 작년 베이징 올림픽과 올해 WBC에서 재차 입증된 셈이죠. 이걸 기업경영에 적용시킨다면 거대자본만 가지고 있다 해서 세계화된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1등 기업이 될 수는 없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김야구
맞습니다. 돈과 인기만으로 야구한다면 뉴욕 양키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매년 연속우승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우승 못할 때가 훨씬 더 많죠.
신경영
그렇습니다. 규모와 자산으로 치자면 세계최대 기업이던 GM은 영원해야 하는데, 결국 거의 미국 연방정부가 소유한 국유기업이 되지 않았습니까?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 미래를 향해 현실을 최적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야구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pp. 396~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