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학사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영화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장학퀴즈] 방송작가로 활동했지만 결혼 후 10년 동안 일을 접고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열망만은 놓지 않고 1999년부터 방송작가교육원에서 작가 교육을 받았으며, 후에 미니 시리즈 [앞집 여자]의 바탕이 된 극본 [남편들의 오월]로 방송작가협회 신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2001년 베스트극장 공모에 당선되어 드라마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2003년 처음으로 극본을 맡은 미니시리즈 [앞집 여자]로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 [인생이여 고마워요]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에서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각색 : 손현경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드라마 각색소설 『프라하의 연인』 『마이 프린세스』 『시크릿가든-해외번역판』 『미스 리플리』 『넌 내게 반했어』 『태양의 후예』를 썼다.
모든 것을 버리고 왔다. 삶의 잔해가 흩뿌려진 조국을 등지고 섬기던 군주를 저버리고, 선 이국땅에서 한낱 가난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살라는, 제발 삶을 택해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생명줄인 양 움켜쥐고 조선을 떠나왔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허름한 철릭과 흐트러진 상투머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낯설다. 나는 이방인이다. --- p.8
중종 14년(1519) 8월. 자연 만물이 그렇듯 바다도 계절마다 제 얼굴색을 바꾼다. 8월의 바다는 진청색이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시작된 은빛 물비늘이 파도에 끌려 육지로 가까워지면서 점점 자리를 넓힌다. 열네 살의 소녀 사임당은 짙푸른 바다 위로 쏟아지는 은빛을 황홀하다는 듯 바라본다. 저 청연한 바다색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빛나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자연에서 채취된 색이지만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색은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잃어버린다. --- p.62
‘부디 살아내라!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삶을 선택해야 하느니! 몸을 낮추어 부질없는 일에 휩쓸리지 말고 네게 주어진 삶을 전력을 다해 살아라.’ 신명화는 자신의 목숨이 끊기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저 딸아이가 겪을 앞날과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다. --- p.159
“죄송합니다. 어머니 홀로 두고 떠나게 돼서……” 사임당은 목이 메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다. “당당하게 살아라! 그저 당당하게!” --- p.176
이 모든 참담한 현실이 광화문 거리를 걷는 지윤의 발목을 붙들었다. 지윤은 사임당 일기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렸다. 어쨌든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삶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므로. --- p.191
사임당이 고개를 돌려 그를 잠시 바라본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부끄러움과 고마움, 미안함이 뒤죽박죽 섞인 시선이다. 눈을 마주친 이 짧은 순간, 이것도 세월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겸은 돌아선 사임당의 뒷모습에 먹먹한 시선을 던진다. “그자와는…… 그리 살아도 좋은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