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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창비시선-315이동
고형렬 | 창비 | 2010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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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06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3155
ISBN10 893642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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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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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서 우리는 찬란한 득도의 경지에 오른 한 시인의 ‘소란 속에 정교해진’ 시편들을 만난다. 고형렬이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세상은 ‘원래 나의 동물이 인간의 나를 기억’하기 힘들고, ‘너무 높고 많은 수직’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곳이라곤 발코니뿐인 여자들이 ‘땅바닥에 철커덕’ 떨어지는 곳, 마천루의 ‘절대 열리지 않는 창가’에 러브체인이 살고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80층 승강기가 위용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그는 고통을 ‘핏속에 담아 감금’하듯 ‘꼭 하나의 외상’을 남기는 시쓰기를 계속한다. ‘소란이 없는 곳은 죽은 곳’이기에 ‘소란을 불러 소란을 쓰고’, 스스로를 ‘계속 변형’하며 ‘바늘구멍 속의 낙타’가 될 것을 자처한다. ‘여기서 이름없는 꽃이 피어날’ 것을 믿고, ‘결국 새벽에 도착할’ 것을 믿기 때문에. 하여 시인은 일상적이고 하잘것없는 존재들 속에서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 ‘돼지 궁둥이’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폭설로 무너진 축사에서 거기 살던 쥐들의 운명을 떠올리고, 러브체인이 ‘자신을 확장하지 않음’과 달개비가 다년생이 아닌 일년초임을 축하한다. 거미의 시각에서 거미 일가족의 몰살을 생각하고, ‘짜릿한 살이 떨리는 변기 앞’에서 ‘무변(無邊)’을 맛보고, 식물의 광합성을 놓고 ‘빛을 모아들이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속삭여준다. 이 살 떨리도록 멋진 시인 덕분에 우리는 ‘오래전 서로 잃어버린 것을 조용히 만질’ 수 있는 ‘통화권이탈지역’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전승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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