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페트라 하르틀리프(Petra Hartlieb)는 1967년 뮌헨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했다. 빈 대학에서 심리학과 역사를 공부했으며 학교를 마친 후 빈과 함부르크에서 출판사 직원 및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2004년 이래 그녀는 남편과 함께 빈에서 서점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스 울리히 빌레펠트(Claus-Ulrich Bielefeld)와 함께 디오게네스 출판사에서 간행하는 추리소설 시리즈를 공동 집필하고 있다.
역자 : 류동수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뒤셀도르프대학교에서 독어학 및 일반 언어학을 수학했다. 옮긴 책으로 『내 안의 돌고래를 찾아라』, 『태고의 유전자: 농약 없이 풍작을 이루는 기술과 이를 둘러싼 음모』, 『행복이 가득한 시간』 『레고 스페이스 빅북』등이 있다.
다만 M부인이 오면 이야기가 달랐다. 우리는 페터와 M부인 둘 다 욕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항상 서점을 가득 채우는 큰 목소리로 최근에 막을 올린 오페라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난도질당하고, 무대 연출은 찢어발겨졌다. 그럴 때면 책 한 권 주문하려고 기다리거나, 주문한 책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따분하게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둘에게는 예술이 먼저였다. --- p.76
“300부 주세요.” 영업사원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미친 게 아닌가 하는 눈길로 말이다. 하지만 300부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런 책이야말로 손이 많이 가는 데 비해 버는 돈이 적어도 힘들다는 마음을 잊게 만드는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판다. --- p.167
하루는 상냥한 D여사가 서점에 와서 휴가 때 읽을 좋은 책을 찾고 있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장편 소설에 매우 열광해서 그 책을 권했다.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귀머거리 소년, 미국에 있는 어느 농가, 개사육 세 가지였다. 사실 세 가지 모두 내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력적이고 사람을 꼭 붙잡아 놓는 소설이었다. D여사는 회의적이었다. 그녀 역시 미국 중서부에서 개를 키우는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보이는 열광적인 반응에 전염되고 말았다. 그녀는 딱 한 가지 조건, 비극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휴가를 떠나는 마당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주말에 나는 일을 하지 않고 꼬박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오. 마이. 갓. 해피엔딩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렇게 우울한 결말이라니. 일요일 오후, 나는 저 아래 어둑어둑한 서점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켠 다음 고객 카드에서 D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뒤져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 계속 읽지 마세요! 모두 다 죽어요. 개까지요!” 답장이 곧장 왔다. “이미 늦었어요.” --- p.170
그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서로 닮았다. “책에 미래가 있는가? 미래에도 서점이 존재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책에는 당연히 미래가 있다. 그리고 서점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것 말고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