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도 쓰이고 요리에도 쓰이며 영적이고 문화적이며 마법적인 요소와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허브의 다차원적 특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허브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모든 허브는 매력적이며 각각 나름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시인이자 자연주의자인 제프리 그릭슨은 《모든 종류의 허브들Herbal of All Sorts(1959)》에서 허브가 원래 ‘시간을 들여 보살펴야 하는’ 식물의 영역에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허브는 일상생활에서 제일 중요한(먹는 것보다 더) 존재로,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에 허브를 따는 이들도 자연에 가깝게 벌거벗거나 적어도 맨발로 허브를 채취했다. 나도 그릭슨처럼-하지만 옷은 입고-허브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 허브를 직접 어루만지고, 감촉을 느껴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면서 연구하는 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그 모든 허브를 이 책에 담았다 100가지 모두.
허브를 뜻하는 ‘허벌Herbals’은 중세 라틴어 ‘liber herbalis’에서 온 말로 ‘허브에 관한 책’이라는 뜻이다. 고대 문명이 남긴 최초의 책들 중 하나이며, 허브 전문가들과 약제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롭고 훌륭한 의학 지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허브 책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는 유럽에서 15세기 말 이동식 활자가 도입된 후 약 200년 동안이다. 목판화 삽화가 들어간 초기 허브 책 중 하나는 콘라드 폰 메겐베르크의 《자연의 책Buch der Natur(1475)》이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영국의 유명한 식물학자인 존 제라드(John Gerard, 1542~1612)와 니콜라스 컬페퍼(Nicholas Culpeper, 1616~1654)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물론 이 선구자적인 허브학자들은 아주 오래된 고전, 디오스코리데스의 《약물지De Materia Medica》와 고대 로마 대(大)플리니우스의 《자연사Naturalis Historia》에 나오는 전통적인 허브들을 자기들의 방식으로 연구했지만, 자신만의 허브 정원을 가꾸고 그걸 이용해 환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다.
허브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야망은, 각각의 허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아름다운 패턴으로 표현해내는 것이었다. 허브 일러스트와 글이 들어간, 전통적인 허브 책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더 나아가 모던한, 기하학적인 형태와 강렬한 색상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인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그리려고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차이브(23쪽), 판단(148쪽), 샐러드버넷(179쪽)과 같이 강렬하게 죽 이어지는 패턴을 좋아하는 데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도 함께 좋아해주면 좋겠다. --- p.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허브에 관한 책이지만 마법, 연금술에 관한 책이기도 합니다. 마법이나 연금술은 호그와트에서 훈련받은 해리 포터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생각해보면 영국 유학 시절, 그곳의 짧은 여름 동안 첼시와 햄튼코트를 비롯한 각종 정원쇼를 보고 정원가꾸기 대가인 할머니들과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은 차를 끓이는 것도, 식물을 가꾸는 것도 다 마법이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흙, 물, 공기, 불의 4원소를 마음대로 다룰 줄 아는 이가 마법사라면, 차를 끓이고 식물을 키워내는(흙과 물, 공기, 햇살로) 그분들도 정말 마법사가 맞지 않을까요? 저도 부엌에서만큼은 마법사라는 생각을 늘 하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2년 전부터 허브는 제게 좀 더 마법의 도구로서 다가왔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나 자신을 치유하는 데 집중해야 했던 지난 2년여 동안, 허브는 키우고 먹는 것이 아닌, 치유의 도구로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요리와 타로, 아로마 테라피를 함께 다루는, 연금술사의 부엌을 꾸려나가는 것이 새로운 꿈이 된 제게 이 책의 번역이 주어진 것은 지금까지 해온 공부들을 정리하면서 더 열심히 하라는 계시이자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에 번역했던 《파스타의 기하학》의 저자 카즈 힐드브란드의 책을 다시 번역하게 된 것도 정말 반갑고 즐거운 일이었고요.
요즘은 마트에서, 꽃시장에서도 허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농장도 많아졌습니다. 지금, 일상생활에서 더 허브를 가까이 하는 것, 환경오염이 심하고 화학물질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우리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마음, 음식이나 차로 만들어 섭취하면서 몸에 도움이 되는 것과 자연의 일부가 되는 일에 감사하는 것, 니콜라스 컬페퍼가 늘 주장했듯, 식물마다 관장하는 별이 있으니 우주와 허브와 그것을 키우거나 먹는 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 이 모든 것이 마법사, 연금술사의 기본적인 덕목이자 더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허브를 더 열심히 키우고, 요리하고, 치유하는(굳이 하나 더 보태자면 글도 쓰는)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책으로 허브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인생에 마법을 끌어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창가에 허브 화분 두어 개를 두고, 잎을 뜯어 차를 우리거나, 파스타에 넣거나, 고양이가 마냥 즐거워하게 만드는 것 모두 마법일테니까요. 허브의 모든 이로운 에너지가 매일매일 여러분들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 p.옮긴이의 말 중에서
허브는 일상생활에서 제일 중요한(먹는 것보다 더) 존재로,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에 허브를 따는 이들도 자연에 가깝게 벌거벗거나 적어도 맨발로 허브를 채취했다. 나도 그릭슨처럼-하지만 옷은 입고-허브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 허브를 직접 어루만지고, 감촉을 느껴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면서 연구하는 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그 모든 허브를 이 책에 담았다.100가지 모두.--- p.6
마늘은 오랫동안 뱀파이어와 악마, 늑대인간을 비롯한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하는 액막이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문에 마늘묶음을 걸기도 하고 굴뚝이나 열쇠 구멍에 마늘을 바르기도 했다. 로마 사람들도 그리스인들과 마찬가지로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마늘을 사용했고, 인도의 시인 수자타 바트Sujata Bhatt는 시집 [냄새 나는 장미The Stinking Rose(1995)]에 마늘에 대한 시를 모아놓았다 --- p.20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서 스칼렛의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향도 레몬버베나였다. 향도 아름답지만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신경쇠약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 p.27
마시멜로의 예쁜 꽃은 대부분 흰색에 붉은색이 조금 들어간 것으로 벌들이 정말 많이 모여든다.학명인 ‘Althaea’는 라틴어로 ‘나는 치유한다’라는 뜻이다. 모든 부분을 다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뿌리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점액이 추출되기에 약제사들과 환자들에게 대단히 쓸모 있는 식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 p.28
‘초록 요정’이라는 애칭을 가진 술 압생트는 19세기 말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즐겼던 악습이었다. 에밀 졸라는 그의 소설 [목로주점]에서 압생트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내는 ‘압생트의 소리’인 쉰 목소리, 멍한 눈과 식은땀이 찬 손에 대해 적어놓았다. 압생트는 반 고흐, 보들레르와 랭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마시는 독약이었고(압생트 도수는 80%이다) 압생트를 잔뜩 마신 어느 날 밤, 툴루즈 로트렉도 거미가 자기를 공격한다는 환각에 빠져 총을 쏘기도 했다. --- p.40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Canterbury Tales(1400)] 첫 번째 대목 ‘기사의 이야기’에 보면 메도스위트의 원산지가 유럽과 서아시아라고 적혀 있다. 지금은 북미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초원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 p.90
신화에 따르면 월계수는 짝사랑 때문에 탄생했다. 큐피드의 강한 사랑의 화살을 맞은 아폴로는 님프 다프네에게 첫눈에 반해 구애하지만 전혀 관심이 없던 그녀는 모두 거절하고 마침내 그는 싫다고 도망가는 그녀를 쫓아간다. 숲으로 도망치던 다프네는 강의 신인 아버지 페네우스에게 구해달라고 간청한다. 딸의 부탁을 받아들인 페내우스는 그녀를 월계수로 만들었다. --- p.106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1925)〉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러 갈등이 펼쳐지기 전에 시원한 민트가 나온다. 데이지가 말한다. “위스키를 따요, 톰.” 그녀가 명령했다. “그럼 내가 민트 줄렙을 만들게요. 그럼 당신이 좀 덜 바보같이 보일 테니까…. 민트를 좀 보라고요!” --- p.119
센티드제라늄은 1620년 영국 찰스 1세 때의 식물학자였던 존 트레드스캔이 아프리카 희망봉에서 발견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이 향이 좋은 제라늄에 완전히 반해서 쌀쌀한 영국에서 키우기 위해 온실에 계속 불을 지폈는데, 이 실험은 1914년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 p.152
슬픔을 포함해, 엘더는 종교적으로나 영적으로 마법과 연결되어 있다. 유다는 엘더 나무에 목을 맸다.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도 엘더 나무로 만든 것이며, 덴마크 전설에 나오는 엘더 나무의 정령 힐데 모에는 엘더 나무 안에 살면서 나무를 베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내린다. 러시아에서는 엘더 나무가 악령을 물리친다고 믿으며 시베리아에서는 행운을 불러오기 위해 결혼식장에서 엘더 나무를 사용한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