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회사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곳에 청춘과 열정을 바쳤다. 그의 땀과 노력으로 회사가 자라났다고 자부할 만큼 회사의 성장에 모든 것을 바쳤다. 과로로 쓰러져 입원을 한 날이 며칠이었는지, 병상에서도 서류 장부를 뒤적였고, 병원 공중전화로 업무를 봤던 그였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빵 점짜리 아빠, 남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녀들이 태어났을 때 곁에 있어 주고, 가족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 주는 살가운 가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가 그만큼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미친 듯이 일만 하는 그를 보고 일중독자라고 혀를 찼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언제나 사람들이 찾아왔다. 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만 것이다. 그가 아니면 깨질 것 같았던 관계들, 그가 아니면 처리하지 못할 것 같던 일들도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그게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임대일 이사라는 직함을 잃어버린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하잘것없는 노인네의 모습이었다.--- 1부 ‘한국에서 어르신으로 산다는 것’ 중에서
복지관의 가장 멋쟁이 성재만 어르신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 춤 선생님이다.
젊었을 때부터 재즈 댄스와 에어로빅 강사였던 그는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잃은데다 당뇨병까지 악화돼 죽을 날 받아 놓은 환자처럼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일자리를 소개받은 그는 당뇨와 우울증을 극복하고 활기찬 어르신으로 변신했다.
“복지관에서 강사로 뽑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마치 천사를 보는 것 같다니깐. 크리스마스 때도 선생님이 사회를 보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재즈 댄스를 하겠습니다’ 하고 멋지게 소개하니 인기가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이 “재즈 댄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예쁜 카드를 주기도 했다. 방글방글 웃으며 춤추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마음에 남아 있어 큰 기쁨과 보람, 긍지를 갖게 되었다. 모두 다 반하게 하는 그의 춤 실력은 방송국에까지 알려져 TV에 방영되자, 여러 군데서 강사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했다.--- 2부 ‘어르신, 청춘의 또 다른 아이콘’ 중에서
가끔씩 지하철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어르신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진다. 혼자 있을 때는 점잖아 보이는 어르신인데도 또래의 어르신이 주위에 모여 있으면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마치 지하철을 전세 얻은 것처럼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게다가 술까지 마시고 냄새를 푹푹 피우며 이야기할 때는 괴롭기까지 하다. 옆에서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다시 한두 사람이 내리고 혼자 있게 되면 다시 조용해진다. ‘왜 우리 어르신들은 서너 명만 모이면 헐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해진다.
--- 4부 ‘노후, 걱정 대신 준비하라’ 중에서
노인복지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어르신들이 노후생활을 행복하게 가꾸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또한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노인복지의 참된 의미와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해 준다. 노인복지관장으로 함께 했던 10년의 세월 동안 나누지 못했던 정호옥 관장님의 섬김을 통한 간증을 접하는 것도 매우 감사한 일이다.
서경석 (한국노인복지관협회장)
이 책에는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고, 기둥이 되는 하나님의 비전과 꿈을 통해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멋진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르신, 청춘의 또 다른 아이콘'이란 귀한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을 멋진 노후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이 책에서 인용된 사례들은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으며 현재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실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재 노년기를 맞고 있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노년기에 접어들 중장년층에게도 성공적인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는 방향과 대안들을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