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그는 오로지 ‘진리’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세상에 반항하고 싶었다. 그런 그가 대단한 지식인들의 무지를 폭로하고자 한 이유는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진리로 향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고 싶다’고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의 진정한 의도다. 결국 그는 특별히 무지를 자각하고 있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겸허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무지를 자각해야만 ‘진리를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른다고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 p.38
새로운 체제를 고안하는 것은 당연히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 사명을 완수할 가능성이 특히 높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경제를 유지하는 데에만 이용되어 과로로 몸이 망가진 사람들, 또는 심한 노동으로 사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 워킹 푸어, 패배자들, 백수 등, 이전 시대가 만들어놓은 사상 때문에 생긴 역사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 이들이 “국가란 무엇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어떠한 것인가”에 관해 진지하게 철학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새로운 가치가 앞으로 문화·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방향키가 될 것이다. --- p.215
니체는 발전이 없는 인생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초인사상 철학을 제안했다. 따라서 정말로 초인이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초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초인이 되고자 하는 ‘힘에의 의지’, 다시 말해 “강해지고 싶다!”, “진정한 것(진리)을 알고 싶다!”라는 인간의 타고난, 근원적인 뜨거운 마음을 자각하고 그것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종말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 p.275~276
따라서 만약 인류가 멸종한다면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삼차원 공간에 원자가 떠다니는 형식으로 지속되지 못한다. 삼차원 공간이나 원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구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구별하는 것이 없어진다면 삼차원 공간도, 원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이러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당신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고 가장 소중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해도 당신이 죽으면 그 존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세계이며,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없는 세계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던 세계 그대로 결코 존재하지 않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존재란 그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존재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