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녀가 이제 갓 16세가 되었다고 말들을 했다. 나는 유심히 신랑을 바라보다가 그가 정확히 지난 5년 동안 보지 못했던 율리안 마스따꼬비치임을 깨달았다. 나는 신부를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나는 사람들을 헤치며 서둘러 교회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신부가 부유한 집안 출신이고 50만 루블의 지참금이 있다… 결혼 비용도 상당하다… 등등의 말이 군중 속에서 들려 왔다.
“어쨌든 계산은 정확했군!” 거리로 빠져 나온 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중에서
나리, 그는 내 앞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일감을 쥐고 창가에 앉아 있었고 할머니는 난로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우린 모두 한 마디 말이 없었습니다. 나리, 저는 그 사람, 그 술주정뱅이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내 친아들을 떠나보내는 것 같더군요. 굳이 그를 쳐다보지 않더라도, 그가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그가 뭔가를 참고 있다는 것, 어떤 말을 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정직한 도둑」중에서
아니, 이런 건 정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이들이 현대의 죽은 자들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좀 더 들어보기로 하자. 난 이 코흘리개 신참의 얼굴을 조금 전에 관 속에서 보았던 것이 기억난다. 몹시 놀란 병아리 같은 표정, 그건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일단 그 다음 상황을 좀 더 보자. ---「보보크」중에서
그리고 그는 나에게 성호를 그어 주더니 자신도 성호를 그었다. 나는 거의 열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면서 갔다. 내가 가는 동안 내내 마레이는 자신의 말과 함께 서서 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 주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 사람 앞에서 그토록 경악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난 계곡의 비탈을 올라가서 첫 번째 곡물 창고에 이를 때까지도 여전히 늑대가 나올까봐 무척 겁을 내며 걸어갔다. ---「농부 마레이」중에서
그래, 그렇다, 결국은 내가 그들 모두를 타락시켜 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분명히 기억이 난다. 꿈속에서 그 일이 몇 천 년에 걸쳐 일어났기에 나에겐 단지 전체적인 느낌만이 남아 있다. 내가 아는 건 죄악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뿐이다. 돼지에 기생하는 추악한 선모충(旋毛蟲)처럼, 온갖 나라들에 퍼지는 페스트 병균처럼 나는 내가 오기 전까지는 죄를 짓지 않았던 행복한 나라를 나 자신으로 감염시켰던 것이다. ---「우스운 인간의 꿈」중에서
그는 민중 위에 서 있는 우리 상류 사회의 심연을, 한 순간에 가장 분명하고도 명철한 방식으로 지적해 내었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시대까지에 걸친 러시아 방랑자의 유형을 식별하여 그 방랑자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에까지 유효할 그의 거대한 의미를 자신의 천재적 직감으로 파악해 낸 후, 그의 곁에 의심 할 바 없이 아름다운 러시아 여인의 유형을 함께 설정해 놓은 뿌쉬낀은, 러시아 문학가들 중 처음으로 러시아 민중 속에서 발견한 일련의 아름다운 긍정적 인물들의 유형을 이 시기의 자신의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우리 앞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