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06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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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5쪽 | 478g | 148*210*30mm |
ISBN13 | 9788936433871 |
ISBN10 | 8936433873 |
발행일 | 2011년 06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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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5쪽 | 478g | 148*210*30mm |
ISBN13 | 9788936433871 |
ISBN10 | 8936433873 |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두근두근 그 여름 / 한아름 작가의 말 |
한 반나절만에 읽었다. 읽은지 한 달쯤 되었으려나, 뭔가 따뜻한 소설이었던 기억이 있다.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소설.
뭐랄까 이런 소설에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부감+ 소설은 고전이 짱이지 하는 마음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의외로 묵직한 울림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아몬드 라는 소설을 읽고 있으니 더더욱.)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로 태어나서 나를 낳고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는 어른스러운 아이의 마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아이의 부모가 아픈 아이를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고민을 했을까, 아픈 아이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연락하는 사람은 무슨 마음으로 그랬을까.
소설을 읽으면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학창 시절 어떤 꿈을 가지고 계셨나요? 제 꿈은 '평범한 보통 어른'이 되는 거였어요. 물론 어린 시절에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멋진 로봇을 만들어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교 선생님이 장래희망이었죠. 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평범한 보통 어른이 되는 것이 꿈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아시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는 거란 것을... 잘난 것도 없지만 부족한 것도 없고,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이 살짝 더 많아야 하고, 작은 행복들이 있어야 하고, 아프거나 슬프지 않아야 하고.. 여기 저보다 더 간절하게 보통 사람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있었네요. 실제 나이는 17살, 신체 나이는 80살인 소년...'아름이'
아버지는 울적했다. 무엇 하나 기댈 것이 없는 상황 때문에. '그때 조금만 참을걸' 하는 후회 때문에. 조만간 온 동네에 퍼질 추문 때문에. 아울러 자신이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남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 때문에.. / p.26
읍내 커피숍에 앉아있는 두 사람. 나름 동네 유지라고 자부해온 외할아버지와 드센 다섯 명의 오빠를 둔 열일곱 소녀 '미라'. 그리고, 편파 판정하는 심판에게 날아 차기를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태권도 유망주 소년 '대수'. 소곤소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냐고요? 젊은 남녀가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소곤거리면 뭐겠어요. 사랑의 속삭임? 사랑의 도피를 위한 작당모의? 그것보다 조금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답니다. 임신했다네요. 어머! 이제 두 사람은 어른이 되는 건가요? 열일곱에 부모가 되어야 했던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는데요. 과연 이들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 p.37
아마도 모든 부모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건강했으면 하는 것일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른 욕심이 생기잖아요. 공부도 좀 잘했으면 좋겠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으면 좋겠고... 그렇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아이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전부였을 듯하네요. 아름이는 선천적으로 빨리 늙어버리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조로병에 걸린 아이였거든요. 노화도 병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간을 사는 아름이은 너무나도 짧은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아름이를 지켜보는 미라와 대수에게도 너무나도 짧은 만남이었을 듯하네요.
내가 먹은 나이 속엔 겹겹의 풍부한 주름과 부피가 없었다. 나의 늙음은 텅 빈 노화였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오래 산 사람들의 인생이 궁금했다. 혹은 나만큼 늙지 않은 이들의 감각이랄까 고민 같은 것도 알고 싶었다./ p.53
다른 누구보다 빠른 시간을 살고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아파서일까요? 아름이는 참 생각이 깊네요. 누구보다도 세상을 안아주고, 누구보다도 부모님을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자신을 이해하는 아이였답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데, 아름이는 아이지만 어른답게 살아가고 있어 보이네요. 하지만, 역시 마음은 아이인가 봐요. 그 마음이 순간순간 보일 때마다 같이 가슴이 아파집니다. 응원하게 되네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실패해 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p.172
치료비가 필요해서 공익 TV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그걸 계기로 펜팔 친구도 생기고, 그 친구 덕분에 설렘이란 것도 느끼고, 또 그 친구 덕분에 실망도 하는 이야기들..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누구보다도 깊은 경험을 하는 아름이의 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거였어요. 또래 아이들이 가장 부러울 때가 언제냐는 TV 프로그램 작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 경연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는 또래 친구들이 부럽다는 아름이의 답변이었는데요.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아닌, 실패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부러움이라는 답변. 그렇군요. 성공의 기쁨이 아닌, 실패의 아픔조차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더라고요.
가끔 궁금했어요. 엄마랑 아빠랑.. 내가 병들어서 무서운 게 아니라, 그런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려우시진 않을까./ p.321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희망이 가득 찬 행복한 엔딩을 기대하신 건 아니시겠죠? 소설은 아름이의 힘든 투병생활이 마무리되면서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았아요. 아름이가 남긴 소중한 추억과 아름이 가족에게 찾아온 새로운 시작이 있었거든요. 대수와 미라, 그리고 아름이의 인연은 단순한 만남과 헤어짐이 아니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그들 모두 함께 성장했고, 무척이나 서로를 사랑했던, 특별하지만 평범했던 이야기였거든요. 그래서인지 서로가 꼬옥 안았을 때 느껴지는 두근두근 심장 소리처럼, 그들의 삶에 두근두근하는 따스함이 길게 남아있을 거 같네요. 저도 왠지 오늘, 저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누군가에게 나누어줘야 할 거 같아요. 제 옆에서 항상 함께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요.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읽은 뒤 아쉬움 같은 것이 남아 이번에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었다.
앞부분은 영화 소개에서 본 내용과 비슷했고 대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의 주인공인 송혜교와 강동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소설에 집중은 잘 안되는 편이었다.
차라리 영화를 봤으면 덜 했을까.
뒤로가면서는 서하가 여자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어딘가에서 들었던 얘기일 수도 있다.
스포일러니 하는 것들에 별 상관없이 영화도 잘 보고 책도 잘 읽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가 몰입을 방해하고 말았다.
다만 언젠가 tv에서 우연히 보았던 50대 한 남자 이야기가 계속 떠올라서 아름이의 고통이 조금 더 깊이 느껴졌다. 그는 조로증을 앓고 있었다. 신체 나이 150살로 거의 뼈와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는데 눈도 거의 실명된 상태였고 혼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함부로 그를 동정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냈던 아름이의 짧은 생처럼.
작년에 18살과 21살 부모가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어린 부모'라는 제목으로 난 기사는 나를 많이 불편하게 했다. 어리기 때문에 아기를 책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투의 논조에서 '어린'에 방점을 찍도록 하여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름이의 부모는 17살이었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자신들 앞에 놓인 생에서 도망치지 않았으므로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아름답고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나 자신들에게 온 생명의 존엄함을 그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건강에 무지한 건강과 청춘에 무지한 청춘을 가졌으므로 감사하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아무 의미없는 생일 것이므로.
아름이가 남긴 '두근두근 그 여름'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지어졌지만 방송 작가가 혼잣말처럼 했던 물음, '그들에게도 성욕이 있을까요'에 대한 답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라고 했다.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나는 이제보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나 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바쁜 날들을 살고 있었는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는 나가는 것이 한없이 귀찮았는데
일을 안한다고 생각하니 요일마다 나갈 곳을 정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하던 안하던 뭐에 걸리는 것이 없던 나지만
마음 속으로는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청춘에 무지한 청춘처럼 일상에 무지한 일상을 살던 나를 아름이 덕분에 조금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