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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문학동네소설상-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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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55쪽 | 673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9278
ISBN10 8982819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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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天刑)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놓고 평생 이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이곳 벽돌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햇볕에 그을리고 군데군데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의 피부는 아직도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춘희는 자위행위를 하듯 부드럽고 은밀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냈다. 목욕을 하는 동안 文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래 전, 의붓아버지인 文은 이미 몸무게가 백 킬로그램에 가까워지는 그녀를 펌프 옆에 세워놓고 몸을 씻기며 말하곤 했다.

춘희야, 너의 이 굵은 다리로는 누구보다도 단단하게 진흙을 이길 수 있고 이 두꺼운 팔로는 누구보다도 벽돌을 많이 들어옮길 수 있으니 그게 다 너의 복이란다.

그녀에게 벽돌 굽는 방법을 가르쳐준 文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눈이 멀어갔으며 깊은 고독 속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춘희는 문득 가슴이 먹먹해져 몸을 닦는 손을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목욕을 끝내고 그녀는 옆에 벗어둔 수의를 짓이기듯 꼼꼼하게 빨아 풀 위에 널었다.
멀리 계곡 쪽에서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거대한 알몸을 핥고 지나가는 바람을 음미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뜻한 기분이었다. 이제 그녀의 예민한 감각은 목욕을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 바람 속에 섞여 있는 계곡의 음습한 기운과, 그 계곡 아래 바위틈에 숨어 잠들어 있는 너구리의 누린내와, 벌판을 지나오는 동안 묻혀온 온갖 풀들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이 의당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그녀는 오랜 긴장에서 서서히 풀려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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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그리고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말 그대로 ‘대형 신인’의 산실인 ‘문학동네소설상’이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올해 수상자인 천명관씨는 바로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신인 아닌 신인. 데뷔는 했으나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단편 하나 발표하지 않은 진짜 ‘초짜’다.

“작년에 신인상으로 등단했지만 단편 하나로 소설가의 이름을 얻은 게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상을 받게 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이름으로 책이 한 권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비로소 등단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진짜 ‘초짜’가, 완전 ‘생짜’ 소설로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친다.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처음 내는 책인 이 소설 『고래』로, 읽는 이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마음 졸이게 하고, 한숨짓게 하고, 미소짓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몸 달게 하고, 얼굴 붉히게 하고, 전율하게 하고, 실소하게 하고, 허탈하게 하더니, 급기야는 감동까지 ‘던져’놓는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 누군가를 감동‘시키려’ 부러 애쓴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그저 ‘던져’놓고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다시 나름대로 또다른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었고, 그것(감동) 역시, 그 안에 그렇게 ‘던져져’ 있었다. 소설 속 춘희가 견디어낸 시간 속에,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의 여백 속에……)

“『고래』는 가히 소설이 무엇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 전지전능하고 고압적이며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꾼의 입담에 힘입어 소설은 엄격한 형식의 규제를 뚫고 민담과 전설, 기담들, 무협지와 장르영화의 부스러기들, 동화와 환상적 요소 등이 뒤섞이는 환상의 도가니로 돌변한다.”--신수정, 문학평론가

이 인간,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십수 년을 등단하기만을 꿈꾸어온 문학청년들을 제치고 등단하던 순간에도 ‘오랫동안 꿈꾸어왔’다는 따위의 소설 얘기가 아니라 “나에게 영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며 다소 ‘건방진’ 수상소감을 밝혔던 그였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저는 문학, 좁게 얘기하면 소설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 뻔뻔하다. 문학은 죽었다고, 더이상 문학의 자리는 없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문학의 위기가 말해지고 있는 이때에도 여전히 문학에 ‘목을 매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고 점잖게 내뱉는 말투에는 약간의(? → 상당한!) 뻔뻔함과 당당함이 묻어난다. 자세가 안 됐군!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어어……
……!!!……
……일단은 KO패……
꼼꼼하게 따져 읽기도 전에,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인물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따져보기 전에, 단숨에 1800매짜리 소설을 다 읽어버린다. 숨가쁘게, 정신없이 읽어내려가고 보니, 한 편의 ‘이야기’로서의 ‘소설’에 궁했던, 거대한 서사에 목말랐던 독자들의 숨을 틔워줄 만한 작품인 듯싶기도 하다. 어어, 이게 아니었는데……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소설에 대해 우리가 가져온 기존의 상식을 보기 좋게 훌쩍 비켜서는, 놀랄 만한 다채로움과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처음엔 낯설음과 기이함, 동시에 상당한 당혹스러움과 저항감을 안겨주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뜻밖에 굉장한 흡인력을 발산하면서 결말까지 숨가쁘게 몰입하게 만든다.”--임철우, 소설가,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심사평을 좀더 세심하게, 꼼꼼하게 따져 읽고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했었어야 했다. 저 낯설음과 새로움에 당황하지 않기, 저항감이 생기면 주저 말고 완강하게 거부하기!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을 되찾고, 다시 읽기 시작!
『고래』의 1부와 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내고,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을 품고 죽은 박색 노파가 등장해서 주인공을 파국으로 이끈다는 설정이다. 별거 아닌 듯 간단한 듯하지만 이거, 만만치가 않다.
일단 이야기를 흩어놓는다. 조각조각 떼어놓으니 하나의 이야기가 끝없이 나누어진다.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각각 독립된 이야기가 된다. 이거야 뭐 나도 할 수 있겠다.(?) 수상자의 표현대로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 한자리에 모아놓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들었음직한 옛날이야기,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신화와 설화, TV연속극이나 영화에서 본 듯한 이야기,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빨간 책’에서 본 듯한 유사 포르노…… 모두 뻔~한 이야기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뭐, 어쨌거나 솔직히 쉽지 않아 보이긴 한다. 이 많은 이야기를 한데 집합시키는 것도.)

“이 소설에는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또는 구비문학자료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나 연극 등의 고급 장르로부터 엽기 시리즈, 농담, 야설, 포르노 등등 하위 장르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것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나 그것의 변주가 무궁무진하다. 말 그대로 이 소설은 장터의 시끌벅적한 카니발을 연상시키고, 또 키치적 아우라도 물씬 풍긴다. 이 작가의 이야기 수집벽이 남다른 것은 소설 몇 쪽만 들쳐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고, 더 읽어나가면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그래서 어떤 이야기냐고? ……난감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하나의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한 편의 복수극”이었나 싶으면 산골 소녀와 부둣가 장수의 사랑 이야기가 있고, 보잘것없는 게이샤를 위해 손가락 여섯 개를 잘라 바친 어느 조직 보스의 인생 이야기인가 싶으면 주인공은 어느 사이 ‘올란도’를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 있다. 그야말로 빈털터리,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여자/남자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의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이것은 오늘의 이야기이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후에, 『고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이야기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춘희를 이야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금복을 이야기할 것이고 또다른 이는 노파를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칼자국과 걱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며, 철가면과 청산가리, 쌍둥이자매와 코끼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와 인물들 중에는 생각나지 않는 것들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건 뭘까. 이 서로 다른 수십 가지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얽혀드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학동네소설상 제1회 수상자인 소설가 은희경의 말대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섞임”과 “확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갖 인물들과 여러 유형의 인물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서로 섞이고 녹아 얽혀드는 동시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 안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세상에 떠도는 얘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 화자인 이야기꾼을 등장시킨 건 말하자면 놀기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느 정도 파격도 가능하고, 구라도 치고, 능청도 떨고, 또 그러면서 백 프로 믿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의심은 가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말솜씨에 점점 빨려들고…… 이야기꾼은 자유롭게 영화 속 인물을 끌어들여 현실의 인물들과 뒤섞고, 괴담이나 야담에서도 이야기를 끌어와서 자연스럽게 버무리고…… 그렇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이야기꾼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해진 겁니다. 정색을 하고 덤비는 것보다 이렇게 느슨하게 한 발 물러선 형식을 택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사람, 기분 나쁘다. 그래, 너 잘났다. 재주 있다. 이야기꾼이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암상’이다. 따로 구분 기준을 두지 않아도 ‘암상’인지 ‘심술’인지 알 수 있다는 그의 할머니의 두 가지 구분법에 따르면…… 그는 크지 않다. 작다고도 볼 수 있는 그 몸 안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 거대한 물고기인가 싶으면 젖을 물려 새끼를 기르는 고래처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순해 보이기만 하더니 무엇 때문인지 뭍으로 올라와 자살하는 고래처럼,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그의 소설 『고래』처럼. 그는 그저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을 뿐이라고, 본인은 별로 한 게 없다고, 또 자신은 문학에 목매는 ‘문청’이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영화연출 ‘준비중’이다. 등단하던 지난해, 일 년 전에도 그는 ‘준비중’이었다. 그렇게 준비만 한 지가 벌써 오래라면서도 그걸 놓을 생각을 않는다. 아니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쿨~한 척, 아무렇지 않게 문학을 이야기하는 그가 더욱 미더운 것은 왜일까.

“이 작가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작품에 빚진 게 별로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약간 거창하게 말한다면,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은희경(소설가)

그 무엇에도 빚진 게 없는 작가, 라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 그렇기만 할까. 굳이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의 몸속엔 한 세기를 살아온 특별한 할머니의 유전자 말고도 “지난 세기 위대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을 것이고, “이야기 또한 그렇게 시간을 가로지르며 생명을 연장해나”갈 것이다. 그에게 “소설을 쓴다는 건 지난 시대의 작가들과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에게 물을 것이고, 그는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문답은 다시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계속될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고래』는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만은 틀림없다. 과연 소설의 확장이 어디까지인가 확정짓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소설이 할 수 있는 바는 그 경계 바깥으로 끊임없이 월경하는 것뿐일 것이다. 『고래』는 남미소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 소설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또다른 공간으로 들어갔다.”--신수정, 문학평론가
* 인용문은 '심사평' 및 '수상작가 인터뷰' '수상 소감' 참조

회원리뷰 (279건) 리뷰 총점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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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그것은 글쟁이의 법칙이었다...[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e***i | 2023.04.20 | 추천29 | 댓글6 리뷰제목
천명관 작가의 2004년 작품 '고래'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아주 예전에 다른 곳에 올려뒀던 리뷰인데, 예스24로 가져와 봅니다.(손 좀 볼까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소설보다는 경제나 과학 서적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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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작가의 2004년 작품 '고래'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아주 예전에 다른 곳에 올려뒀던 리뷰인데, 예스24로 가져와 봅니다.(손 좀 볼까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소설보다는 경제나 과학 서적에 더 끌리다보니 제 때 챙겨 읽질 못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소설이 왜 큰 상을 수상했는지 생각해 본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듯하면서도 굉장히 낯선 스토리를 가지고 독자의 마음을 끝까지 끌어당긴 글빨이 대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현란한 미문도 없었고 그 줄거리 또한 뻔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듣던 구닥다리 신파 또는 말도 안 되는 전설 같은 구라를 풀어놓는다. '이게 뭐냐~'는 의혹이 일어날 때 작가는 '그것은 ~의 법칙이었다.'는 이화접목의 공능을 툭! 던지면서 질타를 간단히 비껴나가네. 대단한 반탄지기... 그러면서 그 다음 스토리를 궁금케 하는 변주곡이 난무하니 그것은 진정한 글쟁이의 법칙 아니겠는가.^^

 

금복! 소설 전체의 아우라를 유지하게 하는 핵심 캐릭터인 이 여인은 제법 반반하면서도 뭇 사내를 끌어당기는 육체적 매력(페르몬?)과 경제 수완을 타고났네. 가난한 산골의 삶이 싫어 열네 살 때 생선장수를 따라 남쪽 바닷가(고래가 등장하니 포항이나 울산 정도로 보면 될 듯)로 탈출한 여인이다. 생선 장수와 같이 살면서 타고난 사업 수완과 함께 관능과 열정이 서서히 깨어나는데... 봉변당할 뻔한 자신을 구해 준 장골의 사내 걱정, 영화쟁이 깡패 칼자국, 벽돌쟁이 문(文) 등 수없는 남정네를 거쳐 가면서 굴곡 많은 삶을 살아가는 이 여인의 로망은 다름 아닌 고래... 그녀는 평대에 '마치 커다란 고래가 깊은 바다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막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극장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다. 물론 허망한 결론으로 이어지지만...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해안엔 희미한 달빛 아래가 파도에 부서지고 있었다. 그녀는 모래밭에 쭈그리고 앉아 해수면 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얗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바다 한복판에서 갑자기 집채만한 물고기가 솟아오른 것이었다. 부두에 처음 도착한 날 목격했던 바로 그 대왕고래였다. 몸길이만도 이십여 장(丈)에 가까운 고래는 등에 붙어 있는 숨구멍으로 힘차게 물을 뿜어냈다. 분수처럼 뿜어올려진 물은 달빛 속에서 은빛으로 눈부시게 흩어졌다. 그녀의 배 한복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낸 거대한 생명체가 주는 거대한 감동이었다.

 

금복은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 빈 덕에 걸어놓고 알몸으로 물 속을 향해 걸어갔다. 밤새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차가운 파도가 휘감았다. 그녀는 파랗게 빛나는 고래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고래는 거대한 유선형의 몸체를 우아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꼬리를 철썩거리다 이따금씩 힘찬 분기(噴氣)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헤엄을 쳐도 고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바로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고, 매끄러운 거죽이 손에 잡힐 듯 코앞에서 번들거렸지만 고래는 늘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래는 다시 한번 크게 물을 뿜어낸 후 유유히 꼬리를 흔들며 깊은 물 속으로 사라졌다. 허탈해진 그녀는 지칠 때까지 물 속에서 나오지 않고 다시 고래가 솟아오르길 기다렸지만 끝내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완전히 기진해서 그녀가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 땐 바다 저편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의 등을 떠밀어 고향을 떠나게 했던 바로 그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제 그녀를 다시 어디론가 데려갈 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바람을 불렀을지도...(65쪽)

 

금복에게 고래는? 그건 순수에의 갈망 즉, 자신의 고된 역정에 대한 순수에의 동경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금복의 엄마는 동생을 낳다가 난산으로 죽고만다. "그날 이후 금복을 지배한 건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인생의 절대 목표는 바로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였다. 그 좁은 산골마을을 떠난 것도, 부둣가 도시를 떠나 낙엽처럼 전국을 유랑했던 것도, 그리고 마침내 고래를 닮은 거대한 극장을 지은 것도, 모두가 어릴 때 겪은 엄마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271쪽)"


춘희! 금복의 딸인데, 심상치 않은 탄생의 설화 속에서 전반부와 후반부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생선장수, 걱정, 칼자국을 모두 거치면서도 한 번도 애가 서지 않았던 금복이 전쟁의 와중에서 애를 낳았는데... 이 애가 걱정을 완전히 빼어닮았다나뭐나... 걱정이 죽은 지 이미 4년이나 흘렀는데 말이다. 임신기간이 4년? 고래로 변해 바다로 간 걱정의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뭘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 이럴 땐 "그것은 구라의 법칙이었다."라고 그냥 넘겨야 하겠지... 어쨌거나 금복이 거대한 고래에 매료된 것처럼 남성성을 우러러 보다가 허망하게 화재로 자멸하는 모습이라면 춘희는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코끼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내면의 순수성으로 붉은 벽돌을 만들어 내고, 이 벽돌은 남산 중앙국립극장이라 여겨지는 대극장의 자재로 사용됨으로써 금복의 고래극장과 대비되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그렇게 이 소설은 망아의 상태에서 허랑한 시간들을 흘러 보낸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소설이란 느낌 속에서 틀에 박힌, 흔히 보는 정형화(?)된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가치이다. 바둑계를 뒤흔든 ‘알파고’처럼 말도 되지 않는 착점이라 생각했더니 그걸로 전체를 엮어가서 속절없이 항복하게 만드는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소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멋진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듯한 저자의 마무리가 소설의 전체를 아우르는 백미이다.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멋진 소설이다.

2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9 댓글 6
편견을 버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자**무 | 2005.01.24 | 추천20 | 댓글0 리뷰제목
이 소설을 읽고 난 첫 느낌은 '재밌다'였다. 무조건 그냥 재밌다였다. 지루하지도 물리지도 않았다. 판에 박은 듯 흔히 들어왔던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어떤 때는 만화책에서 본 듯하고 또 어떤 때는 군담 영웅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성공담이나 괴담 속에서 기존의 허구장르(한국소설)를 무너뜨리는 과감함을 발견한다. 또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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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난 첫 느낌은 '재밌다'였다. 무조건 그냥 재밌다였다. 지루하지도 물리지도 않았다. 판에 박은 듯 흔히 들어왔던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어떤 때는 만화책에서 본 듯하고 또 어떤 때는 군담 영웅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성공담이나 괴담 속에서 기존의 허구장르(한국소설)를 무너뜨리는 과감함을 발견한다. 또 거기에 거대한 성 이야기까지 겹쳐 읽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혹여 독자가 작가의 스토리 구성 방식에 의혹이라도 품게되면 쓱하고 나타나 으름장을 놓아 모든 의구심들을 무마시켜 버리고 만다. 작가는 등장 인물들 뿐아니라 독자까지 구워삼는다. "가만히 있으시오.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소." 작가가 정규적인 문학수업을 거치지 않은 게 오히려 이런 편견을 깨고 신선함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정규적인 코스는 사람들을 틀에 얽매이게 하고 장애와 걸림돌 등에 노출되었을 때 움츠리게 한다. 묘사는 어찌해야 하고 시점, 화자는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유기적 관계는 이렇게...수많은 장애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곧 상상력은 죽어 버리고 작가는 똑같은 작품들만 찍어낸다(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대신 관심을 끌기 위해 소재는 점점 자극적이 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명관의 '고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짬뽕국물처럼 잡다한 잡탕들을 그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나가는 능력 앞에서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 구라 내지는 뻥을 어쩜 그리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지 작품에서 나온 약장수가 바로 작가가 아닌가 싶다. 누구든 한번 이야기를 들었다 하면 끝을 보고 나서야 자리를 일어나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가. 이야기꾼에게 이보다 더 훌룡한 능력이 또 있을까.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장면전환 및 전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의 각 씬들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선 보여주기가 수도 없이 깔려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재미보다는 스크린을 응시하며 장면들을 보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 아무리 재밌는 영화를 봤더라도 스크린이 꺼지면서 막이 내리면 머릿속이 하애지면서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것처럼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그랬다. 중심을 꿰뚫는 무게감이 없다. 재밌고 기괴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순간순간은 재미있더라도 정작 머리에 남는 것은 희미하고 미약하다. 시끄럽고 장황할 수록 중심에서 비껴가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이 소설은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움, 신선함, 상상력,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 한국소설은 거개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확 깨부실 수 있을 게다.
2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0 댓글 0
새로운 소설을 욕망하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 2004.12.27 | 추천17 | 댓글0 리뷰제목
소설은 이야기이다. 아니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이야기이다. 신문지상에 넘쳐나는 커다란 이야기들 속에 소설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소설은 주류의 자리에서 버림받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버림받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 버림받은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천명관의『고래』는 소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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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야기이다. 아니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이야기이다. 신문지상에 넘쳐나는 커다란 이야기들 속에 소설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소설은 주류의 자리에서 버림받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버림받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 버림받은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천명관의『고래』는 소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설은 우리가 기존의 상식으로 보는 소설과는 다른 세계이다. 이 작품은 적어도 아카데미적인 세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소설적 장치인 개연성이나 서술자의 거리, 전형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인물의 창조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아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소설『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소설의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비튼다. 그리고 이 비틀어 말하기가 소설 『고래』가 새롭게 창조한 세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소설은 개연성의 문학으로 인식된다. 이 개연성은 그럴듯함이다. 하지만 『고래』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럴 것이라는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그 개연성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다. 전혀 현실적일 것 같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독자가 개연성에 의심을 던질 무렵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법칙’을 이야기 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관련된 수많은 법칙들은 소설적 개연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말 허황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인물들이 겪게 되는 내적인 이야기들은 우리가 수없이 경험한 그야말로 법칙의 세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소설은 법칙의 세계라는 새로운 문법이 창조된다. 근대문학 이후, 소설에 대해 나름대로의 안목을 보여준 일군의 연구자들은 현대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서술자의 거리에서 찾는다. 이러한 거리의 문제는 ‘최대한 인물이나 사건들에 간섭하지 말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러한 금과옥조와도 같은 서술적 거리를 독특한 개성으로 치환시킨 작가들이 있다. 채만식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풍자적 어조의 직접개입, 성석제의 소설에 등장하는 희극적 어조의 개입은 그들을 독특한 문학사적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하지만 『고래』에서 보이는 서술자의 직접 개입은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고래』에서 서술자는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는 법칙이라는 자신의 언어를 개입시키고, 그래도 못 믿어하는 독자들에게는 교주적 말하기를 감행한다. 이것은 “너무 앞서가지 마라. 아직 해야 할 이야기는 많이 남았다.”, “이야기는 내가 한다. 너희들은 잠자코 있어라.”, “믿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멸망을 면치 못하리라.”라는 협박적 언어와 닮아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서술자는 인물들이 앞으로 겪게 될 운명까지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한다. 서술자에게 있어 인물들의 종착역은 관심 밖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지상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언젠가는 소멸한다. 너희들도 그 소멸이라는 종착역을 알고 있지 않느냐? 단지 어떻게 그 종착역을 향해 가느냐가 중요할 뿐, 그 끝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서술자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서술자는 인물들의 종말에 대해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부담감에서의 해방이 소설에 묘한 긴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고래』의 특이함은 인물들의 설정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고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괴물들이다. 일반적으로 괴물은 서로 혼합될 수 없는 상반된 속성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동일률의 세상과는 상치된다. 하나이면서도 다른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들은 한 때 사람들에게서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길함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고래』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인물들을 외양적으로만 본다면 약간 특이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괴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괴물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인들이 가지지 못한 마음속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자신들의 몸을 태우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불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처럼 그들은 욕망을 향해 달려간다. 여기서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의 대상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욕망을 한다는 것, 그들이 그 욕망을 위해 자신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소설 『고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수없이 많은 욕망들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작 당신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알고 있더라도 그 욕망을 무의식의 자리에만 숨기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면서 가끔은 자신은 실현하지 못하지만 그러한 욕망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부러움이 아닌 비난을 화살을 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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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83건) 한줄평 총점 9.2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마지막에 춘희때문에 가슴먹먹.눈물흘리며 읽었네요.
6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6
2******y | 2023.03.09
평점5점
어려운 문장은 없다. 도데체 어디서부터인지 시작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 있다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플래티넘 1******8 | 2022.05.29
평점1점
역겹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w****s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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