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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저 /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1년 06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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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74795986
ISBN10 8974795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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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나는 왠지 절집이 좋았다.
포근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그래서 자주 갔다.
절집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잃어버린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어 더더욱 좋았다.
절집은 나의 전생이고, 금생이고, 내생이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던 나의 절집들.
그 절집들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었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절집은 또한 내 마음의 초콜릿이었다.
배고프고,
우울하고,
화나고,
외로울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내 마음의 붓다 초콜릿들.
그 초콜릿들 속에서 나는 나의 전생을 보기도 했고,
금생과 내생을 보기도 했다.

절집을 순례하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을 다시 배웠다.
힘들고 고됐지만, 나는 기꺼이 내 인생수업을 다시 했다.
절집에 갈 때는 노트와 연필이 필요 없었다.
지우개도 필요 없었다.
부처님 말씀은 받아 적지 않아도 내 마음노트에 자연히 기록되었고,
지우고 다시 써야 할 해답과 정답도 없었다.
모든 것이 해답이고, 정답이었다.

‘문종성번뇌단(聞鍾聲煩惱斷).’
목탁소리와 죽비소리는 내 영혼을 깨우는 소나타였고, 새벽을 여는 법고소리와 범종소리는 내 번뇌와 망상을 단박에 끊어주는 칼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내 마음노트에 기록하며 잠이 들었고, 돌아와서는 그 노트를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내 삶의 재고품들을 정리했다.
그리하여 절집여행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몸과 마음을 바꾸어 놓았고,
목적과 가치를 바꾸어 놓았고,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법도 바꾸어놓았다.

절집순례를 마친 지금, 나는 또다시 새로운 순례를 떠나려 한다.
다시 시작하는 절집순례는 좀 더 오랫동안 계속될지도 모르고,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수많은 나를 다시 만나고, 수많은 나를 다시 떠나보낼지도 모른다.
이 마음 여행기를 쓰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스님들과 사부대중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많은 분들의 글과 기행문을 참조하고 인용했으나 여행기의 특성상 일일이 주를 달지 못했다. 그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여행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는 죽비소리가 울리고, 목탁소리가 울리고, 법고소리와 범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2011. 봄날
제령골 명지산에서
승한 쓰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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