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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어 걷기 여행

마흔 넘어 걷기 여행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한 번은 떠나야 한다

리뷰 총점9.2 리뷰 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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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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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37g | 152*225*22mm
ISBN13 9791158461904
ISBN10 115846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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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시작하면 육체와 영혼이 대화를 나누므로 ‘나’는 둘이 된다. 걷는 행위가 몸과 마음, 정신과 육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유로 이어지는 것이다. 철학에서는 신체보다 사고 활동이 우선시된다. 그러나 걷기는 몸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걷기와 함께하는 철학은 몸과 마음의 통합적 사고이며 매우 현실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생각을 만들어낸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복잡한 문제라도 걷기를 통해 실현 가능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분노를 다스리거나 용서를 하기 위해서도 걷기를 활용할 수 있다. 걷기가 현실을 기반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은 우리의 몸에 배어 있고 마음에 기억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몸과 마음에 쌓인 경험과 지혜를 끌어내고 곱씹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조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걷기라는 행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주변의 자극을 받아들이면서, 나의 삶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 pp. 34~35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젊은 시절의 여행은 무엇을 보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한 달에 20여 국의 유럽을 도는 젊은이의 배낭여행은 그 자체가 낭만적이다. 하지만 중년의 여행은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느냐, 혹은 여행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단 체력적으로 여기저기 관광지를 찍고 오는 여행을 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그런 빠른 여행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양적인 여행이 아닌 질적인 여행이, 속도전이 아닌 느린 여행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인생의 황금기, 가장 좋은 나이에 여행을 떠나는 만큼 여행지에서 받은 한 번의 자극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p. 40~41

산이나 계단을 올라가다 힘들면, 모든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걷는 행위에만 마음을 둔다.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것이다. 모든 감각 특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지 않고 오로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발바닥, 허벅지, 그리고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각에만 집중하며 걷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시작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새 많은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때 호흡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가 아프고 심장이 거세게 뛰더라도 호흡을 놓치지 않고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면, 산행의 고통을 즐기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최적의 걷기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 p. 87

좋은 길에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같이 걷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부쩍 늘었다. 묵언 걷기를 선언했던 신부님도 3일째가 되자 길에서도 입을 열었다. 그동안 신부님은 걸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첫째 날은 20대부터 40대까지, 둘째 날은 40대부터 60대까지 한 걸음 한 걸음에 삶을 되짚었다고 한다. 자신과의 대화를 마친 신부님은 그제야 주위로 눈을 돌렸다.
걷는 게 익숙해지자 만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생겼다. 풍광도 눈에 들어오고 그만큼 받는 느낌도 강해졌다. 자연을 품어 안을 수 있다. 처음엔 걷는 것만 신경 쓰다가 점차 자연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제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긴다. 마음을 두는 곳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걷는 행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그리고 사람의 따뜻함으로 옮겨 다니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 pp. 130~132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그래서 걷기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이번 여행에도 초보 도보 여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들은 여행에 대한 부푼 마음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이다. 제주 올레와 비교하며 불만을 터뜨렸던 분 역시 순수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다름을 볼 만큼 시야가 넓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소박한 일본의 거리, 이국적 느낌, 저녁 식사, 온천을 경험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칠 즈음이 되자 서서히 다름을 받아들이고 여행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p. 153

낮 동안의 고된 트레킹으로 저녁이 되면 무조건 쉴 거라고 생각하지만, 애주가가 술로 해장을 하듯이 트레커에게는 걷기가 또 다른 쉼이 된다. 낮에는 걷기에만 충실했으니, 밤에는 대화와 흥이 있는 느긋한 걷기로 바뀔 뿐이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고즈넉함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낮게 노래를 읊조리기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 p. 221

나에게 여행이란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알아차리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진실로 원하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설령 여행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는 이미 변화하고 알아차릴 준비가 끝난 것이다. 단지 여행에서는 자신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고, 주변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 경험이 쌓여 언젠가 당신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다.
--- p. 258

숙소로 돌아오자 시간은 자정에 가까웠다. 4만 5000보의 걸음이 오늘의 성과다. 이만큼이나 걸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많은 것을 보고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조급함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젊은 시절의 전투적인 여행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갈 수도 있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여행의 딜레마다. 머릿속에서 낮과 밤의 파리가 번갈아 떠올라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내일 더 멋있는 프랑스를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 p.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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